민추본, 전문가 초청 좌담회서 복원 불사 의미 짚어

조계종과 조선불교도연맹은 2004~2007년 신계사 복원 불사를 공동으로 추진했다. 사진은 2004년 11월 20일 신계사 대웅보전 낙성식 모습.

불교 외에 정세에도 긍정적 영향
“남북불교 통합, 새 출발 기점 돼야”
대북 전문가들, 내년 분기점 전망
국면 전환 앞서 새 사업 구상 주문

 

남북 불교 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신계사가 복원 10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를 기해 신계사 보수 작업 등 남북 불교 교류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법타)는 ‘금강산 신계사 복원 10주년 전문가 초청 좌담회’를 10월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대회의실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남북 교류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한다고 주장했다.

신라 법흥왕 5년(519년) 보운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금강산 신계사는 역사적으로 왕실 원당으로서 역할 뿐 아니라 고려시대 탄문 스님, 조선시대 나운ㆍ대은ㆍ대응 스님, 근대 경허ㆍ만공ㆍ용성 스님 등 고승들이 주석한 사찰로 의미가 깊다. 6.25전쟁 때 건물이 모두 소실됐지만, 2004~2007년 조계종과 조선불교도연맹을 중심으로 복원 불사한 후에는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조계종ㆍ조불련과 현대아산 등 남북 관련 단체들은 약 60억 예산을 투입해 대웅전, 3층석탑, 만세로, 산신각, 극락전 등을 발굴ㆍ복원했다.

민추본은 “신계사 복원 불사는 남북불교 교류 역량의 결집이자 통합의 기점”이라면서 “4년간 불사는 남북화해협력을 통해 관개 개선을 추구한 김대중 정부의 햇빛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포용정책 추진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사실은 신계사 복원 불사가 남북화해협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족통일의 여정에서 남북불교의 통합은 여기서 또 다시 출발하는 기점이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계사를 거점으로 한 남북 불교 교류는 경색된 남북정세로 인해 9년째 단절된 상황이다. 2015년 8.25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민간 교류가 잠시 재개됐을 때 ‘금강산 신계사 낙성 8주년 공동법회’를 봉행한 것이 2008년 이후 유일하다.

2004년 신계사 복원 불사 도감으로 파견됐던 제정 스님(現 불교문화재연구소장)은 “남북 관계가 경색되지 않았다면 신계사 보수 작업은 물론, 내금강 장안사 복원까지 이어졌을 것”이라면서 “하루빨리 민간 교류의 길이 열려 남북이 함께 보수ㆍ복원 과정에 착수하는 것이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대북 전문가들은 내년을 남북교류의 분기점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북미 관계 여파로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지만, 정부의 다각적 노력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쯤에는 새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불교계도 대북 사업 재개 준비에 착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집행위원장은 “신계사는 불교 교류 뿐 아니라 남북의 정치적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며 “남북 관계가 내년에 새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많은 민간단체들이 예측한다. 불교계는 지금부터 인력 확보 및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야한다. 신계사 복원을 뒤이을 새 사업 구상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도 “위기는 있지만 내년에는 대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면서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에 나서야 한다. 신계사는 남북 교류 거점으로 작용할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내금강 불교 유적 복원에 대한 바람도 내비췄다. 내금강 인근에는 장안사 터와 마하연사 터, 서산대사비, 표훈사 등 내로라하는 불교유적들이 즐비해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훼손돼 보수 및 복원 작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2007년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었던 지관 스님이 “남북 불교 공동으로 내금강 불교 유적 복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정세 영향으로 무산됐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내금강 불교유적 복원 사업에 대해서는 당시 북한의 관심도 매우 컸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피격 사건 이후 정세가 급격히 기울며 시범관광에서 그친 점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내금강 불교유적이 복원되면 한국 불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민추본부장 법타 스님도 “장안사를 비롯한 내금강 불교유적은 복원 가치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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