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초의선사에게 차를 묻다’ 展

11월 3~5일 제13회 부산국제차어울림문화제 메인전시

<추수경공월>첩은 총 24장으로 이뤄진 초의의 친필 시첩이다. 해서(楷書), 예서(隸書), 행서(行書) 등 초의의 다양한 서체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필법 연구에 귀중한 단서가 된다. 첩의 뒷면까지 전체 공개되는 것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자료제공=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커피와 중국차가 지배한 한국의 차 시장. 녹차와 전통차는 명맥만 유지하며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사실 한국의 차 문화는 조선 초기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차 생산과 소비의 중심이었던 사찰이 억불정책으로 위축되며 차 문화에까지 여파가 미친 것. 하지만 조선 후기에 이르러 초의 선사와 다산 정약용 등이 다시 차 문화의 중흥을 일으켰다. 이에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은 초의 선사의 역사를 되짚어 현재 한국 차 문화의 현주소와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초의 친필저술ㆍ흑색 다관 등
관련 유물 40여점 대거 출품
교유한 사대부들 편지도 공개
차 시음회, 특강도 다채 마련

제13회 부산국제차어울림문화제 메인전시로 (사)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소장 박동춘)가 ‘초의선사에게 차를 묻다’ 展을 연다. 11월 3~5일 부산문화회관 대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초의와 관련한 유물 40여점이 출품된다. 특히 그동안 단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희귀 자료들이 대거 공개돼 눈길을 끈다.

1부 ‘수행의 흔적-시문(時文)과 탑명에 담다’와 2부 ‘지음(知音)의 아름다운 교유-시와 편지로 나투다’로 구성된다. 대표적인 전시품으로는 초의가 직접 사용했던 흑색 다관과 친필저술 <초의선과> <추수경공월>첩을 비롯해 석전 박한영의 음기가 수록된 <초의탑명서본>, 조희룡의 <일정화영첩>, 홍현주의 <청량산방시축>, 운암 김각의 <운관시축>, 소치 허련의 편지, 북산도인 변지화의 편지, 연천 홍석주의 편지, 기산 김명의의 편지 등 초의와 교유했던 사대부들의 편지들이 공개된다. 이중 <초의탐명서본> <운관시축> 등은 최초 전시되는 자료다.

먼저 <추수경공월>첩은 총 24장으로 이뤄진 초의의 친필 시첩이다. 해서(楷書), 예서(隸書), 행서(行書) 등 초의의 다양한 서체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필법 연구에 귀중한 단서가 된다. 특히 첩의 뒷면까지 전체 공개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북산도인 변지화의 편지’는 1837년경 변지화가 진도목사로 있을 때 쓴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제공=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북산도인 변지화의 편지는 1837년경 변지화가 진도목사로 있을 때 쓴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편지에서 “<동다행>은 한양으로 보낼 때 사람을 시켜 급하게 등사했기에 지금 보니 잘못된 곳이 많다. 표시해놓은 부분 외에도 착오가 있는 듯하다. 오처를 쫓아 개정해 돌아오는 인편해 다시 보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초의의 <동다송>이 처음 저술됐을 때 표제가 <동다행>이었으며, 변지화가 다른 사람을 시켜 필사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정정 및 재송부를 요청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수경추일> 시축도 주목된다. 이는 초의가 1930년 경 경화사족과 교유를 넓힐 무렵, 수경(漱瓊)이 주관하는 시회에서 석범(石帆), 담산(覃山), 계당(溪堂), 초의 등 5명이 참석한 가운데 7언 율시를 짓고 그 말미에 호만을 부기한 장축(長軸)의 시회 두루마리다.

이밖에도 응송 스님의 다구, 여주 예문당 이명균 도공의 고려청자 재현 다구 등 15점도 함께 전시된다.

3일 오후 2~4시와 4일 오후 1시~3시 30분에는 ‘동춘차’를 직접 시음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동춘차는 초의-범해-원응-응송으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 제다법을 계승하고 있는 박동춘 소장이 직접 전남 승주 차밭에서 만든 잎차다. 이번 시음회는 관람객들이 한국 전통차의 특징을 올곧이 감상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4일 오후 1시에는 박동춘 소장의 특강 ‘초의선사는 어떻게 초의차를 완성했을까’도 진행된다. 특강에 이어서는 ‘한국 차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자유토론이 예정돼 있다.

박 소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차가 (역사적으로)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살필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 차가 나갈 방향이 제안될 것이다. 초의가 추구했던 차의 방향과 초의차의 가치를 세우기 위한 그의 노력을 되묻고, 우리 차가 처한 현실적 고민과 방향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13회 부산 국제차어울림문화제는 11월 3일 오후 3시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개막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녹차 그릇 도자기 전시회 △삼매를 담다-찻그릇전 △김윤권 씨의 ‘나전칠기 차 및 향도구’ 전시회 △박기봉 씨의 향도 전시회 및 체험관 △인성나무 숲 가꾸기 체험 등이 마련됐다. 이와 함께 다산 정양욕, 초의 스님, 응송 스님, 원광 스님, 범하 스님, 금당 최규옹, 인설 이귀례, 명원 김미희, 목춘 구혜경 등 선고다인에 대한 헌다례도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busantea.kr) 또는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051)809-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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