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진실명경 역해

중암 선혜 역주|운주사 펴냄|3만 5천원

티베트불교서 〈문수진실명경〉은 ‘현밀(顯密)의 핵심은 물론이고 불법의 가장 심오한 비밀법문을 설한 딴뜨라 경전들의 핵심을 162게송 속에 간추려 모아 놓은, 제호 가운데 제호와 같은 가르침’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예로부터 인도와 티베트의 성취자들이 일상의 일과로 독송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래의 지신을 밝히는 보석 거울과 같은 경전으로, 나아가 수행과 해탈의 지남으로 삼아왔다. 이에 대해 18세기에 주석서를 쓴 용진 예시걜챈(智幢)은 이렇게 말하였다.

“인도와 티베트의 선대의 현자와 성취자들은 이 딴뜨라 왕을 수행의 핵심으로 간직한 뒤 널리 전파했다. 특별히 법왕 쫑카빠 대사는 이것을 수행의 핵심으로 간직한 뒤 날마다 새벽이면 이 문수진실명송을 3차례에 걸쳐서 독송하되 끊어짐이 없었다. 다른 때와 장소에서도 제일 많이 낭송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딴뜨라의 요의(要義)를 큰 제자들에게 널리 전수함으로써 지금까지도 가피의 흐름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은 현대에까지 이어져, 티베트불교에서는 종파를 떠나 모든 수행자들이 수지 독송하고 있다.

이 〈문수진실명경〉의 가치에 대해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구루 빠다마삼바와(蓮花生)의 다음과 같은 언급만으로도 충분하다. “모든 수레의 정수리의 장엄이며, 일체법의 총군(總君)이며, 모든 현밀(顯密)의 해와 달이며, 모든 현밀의 정왕(頂王)이며, 모든 경장의 거울이며, 모든 속장의 주석이며, 모든 딴뜨라들의 왕이며, 모든 대집언교의 요의이며, 모든 비밀구결의 정의이며, 모든 난처들의 석의이며, 모든 심의들의 구경이며, 처음과 끝의 둘의 연결을 끊는 이검이며, 육도유정의 윤회의 낭떠러지를 끊는 쾌도며, 무명의 어둠을 없애는 일월이며, 심경이집을 두드려 부수는 받침대이며, 윤회의 바다에서 벗어나는 배이며, 중생을 고해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쇠갈고리이며, 해탈을 열어주는 사다리이며, 수레의 문을 여는 열쇠이며, 오결의 결박을 풀어냄이며, 삼독을 뿌리째 자르는 도끼이며, 성냄을 끊어버리는 삭도이며, 번뇌를 쓸어버리는 빗자루이며, 모든 유가행자들의 어머니이며, 모든 유가행자들의 아버지이며, 모든 전도된 견해들의 대치법이며, 모든 무명의 소경들의 눈이며, 견수행과 넷의 분변이며, 수법과 근수자들의 교만을 부숨이며, 모든 율의들의 입김을 불음이며, 실의에 부합하는 모든 팔만사천의 법장을 생기하는 대지이며, 모든 소망들을 남김없이 산출하는 여의주이며, 도과의 정수가 모인 제호이며, 삼세제불의 뜻을 하나로 거둔 정수이며, 모든 언교들의 의미의 중핵이며, 대원만교(大圓滿敎)의 핵심 정요(精要)이며, 비밀 가운데 극비밀이며, 극비밀의 마음의 진실한 구결이며, 법신을 실제로 열어 보임이며, 지혜의 무애자재이며, 모든 수레의 집합이니, 이와 같이 공용을 씀이 없이 성불함을 열어 보임이다”

이렇듯 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티베트불교서 보석과 같은 경전으로 소중하게 받들어지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경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여래의 심오하고 지고한 궁극의 가르침을 담고 있어서 삼승과 밀교에 조예가 없는 이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난해하고 심오한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중암 스님의 정확하고 상세한 번역과 해설을 통해, 수행자에게 지혜의 자량이 되고 수행의 길잡이가 되는 〈문수진실명경〉의 진실한 뜻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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