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공식 출범, 토크로 청년불자 소통

“졸업을 앞둔 대학생입니다. 불교동아리 활동경험 덕분에 불교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고, 좋게 봐주신 선배가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도 해주셨는데요. 업무에 비해 적은 월급인데다 이직 시 경력 인정에 대한 걱정도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3포‧5포세대, 헬조선…. 이 시대 청년들을 표현하는, 그리고 청년들이 표현하는 한국사회를 대변하는 단어가 점차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가운데 불교계가 이들의 고민 듣기에 나섰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회(위원장 심산)는 10월 21일 저녁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공식 출범식을 열고, 첫 활동으로 청년불자들이 삶에서 갖는 고민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출범식에 참여한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원과 조계사 청년회원 90여 명은 진행자의 사연 소개와 질문에 맞춰 개인 생각을 표현하고, 조언을 들으며 소통했다. 진행은 마음치유학교 지도법사 운성 스님과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 대표, 박지연 대불련 간사가 맡았다.

첫 사연은 결혼한 지 1달 된 청년불자. 신행활동을 함에 있어 무교인 아내의 눈치가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진행자는 대중에게 종교가 같은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하고 싶은지 물었고 90여 명 중 70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불자임을 숨긴 적이 있다고 밝힌 청년도 30명이 넘었다.

대불련 소속임을 밝힌 한 대학생은 “여러 사람이 모이면 꼭 누군가는 종교를 부정적으로 본다. 관계가 괜히 불편해질까봐 단주도 빼고 만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운성 스님은 “미국에 갔을 때 누군가가 쫓아와서 불자들의 사회적 실천이 존경스럽다고 얘기한 것에 비하면 많이 슬픈 얘기다. 우리사회가 어쩌다 종교를 숨겨야하는 것으로 위상이 떨어졌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연자에 대해서는 “신행생활에 집착하기보다는 아내와 데이트 하듯이 아름다운 사찰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가볍에 불교와 가까워지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음 사연은 불교계 첫 직장에 대한 취업 고민이었다. 여기서는 많은 청년불자들이 돈보다는 근로시간 등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계사 청년회원은 “연봉이 적더라도 근무시간 짧은 게 좋다.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살고 싶다”고 밝혔다.

운성 스님은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 이 부분이 감수만 된다면 행복한 길을 갈 수 있다”며 “다만 내가 언제 행복한지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주로 결핍에서 오는 것이 많기 때문에 기준을 나에게로 돌리는 것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장재열 대표 역시 “고민상담을 하다보면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결국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나 삶의 기준이 부정확하기 때문이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래세대위원회 출범식은 단순히 사업목표나 계획에 대한 설명보다는 젊은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불교계가 그동안 청년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개선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 청년들의 참여도 적극적이었다.

한 참가자는 “불교는 어른들의 종교라는 인식이 많다. 그만큼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었고, 불교도 청년에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막 출범했지만 미래세대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앞으로 불교계가 청년들에게도 눈길을 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출범식에서 위원장 심산 스님은 “청년들을 포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당면한 문제를 적극 살피고 해결하는 데 나서겠다”면서 “청춘이라는 단어에 미래와 희망을 넣어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행사에는 포교원장 지홍 스님과 백년대계본부장 도법 스님, 미래세대위원 가섭‧일감‧수안스님, 이경수 대불련 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 대각회 이사장 혜총 스님, 박원순 서울시장, 김영주 KCRP 대표회장,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송효원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불자개그맨 양상국 씨가 영상으로 위원회 출범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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