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좋은 친구

불가에서는 친구를 도반(道伴)이라고 한다. ‘진리를 구하는 길동무’라는 뜻이다. 그러지 못한 사이라면 차라리 혼자서 가라고 부처는 가르쳤다.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에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가르침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참으로 친구를 얻는 행복을 기린다/ 자기보다 뛰어나다거나/ 비슷한 친구와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친구를 만나지 못할 때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외톨이가 되거나 고독해야 진리를 구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 절대로 아니다. 서로가 숫돌이 되고, 칼날이 되어주는 관계가 좋은 친구라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친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

“주변에 나쁜 친구를 가려내기 전에 나 자신이 과연 남에게 좋은 친구 역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허물을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그런 바탕이 준비되어 있는가, 아닌가를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좋은 친구란, 나를 속속들이 잘 알고, 나를 받아주고 세상에선 다 내치더라도 나를 이해해 주는 마음의 벗입니다. 좋은 친구란 서로의 부족하고 모자람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온전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다 부족합니다. 그것을 내 친구가 채워 줍니다. 좋은 친구는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가까이 있습니다. 그 친구가 지닌 좋은 요소, 좋은 향기를 내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러스트 정윤경.

법정 스님께서 친구로 여긴 분은 한둘에 불과했다. 천주교 원주교구의 장익 주교님 정도였다. 그밖에는 지인이라거나 친지라고 했다. 스님께서는 언행이 맑은 수행자들을 가끔 이야기해 주셨다.

이를테면 해제 때 선객들이 벗어놓고 간 양말이나 런닝셔츠를 빨아 다리 밑에 사는 넝마주이들에게 갖다 주고 오는 스님, 못 자국 하나 없는 빈 방에서 차를 마시는 스님, 드라이버를 지니고 다니면서 버스 안의 느슨해진 나사를 조여 주는 스님, 신도들에게 신세지기 싫다고 도시락을 싸와 공원에서 식사하는 스님, 산길을 넓힌다고 함부로 나무를 베지 않는 스님 등을 좋아하셨다. 한 마디로 수행자다운 수행자를 칭찬하고 가까이 하셨다.

반면에 신도라도 육식을 즐기는 사람은 멀리 하셨다. 고기를 먹는 것은 죽어간 짐승의 원망까지 먹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남도산중으로 내려와 자연스럽게 채식주의자가 됐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주 좋은 변화라며 반기셨다. 그러시면서 스님께서는 젊은 날 존경했던 분이 흰 수염을 날리면서 불고기를 뜯는 모습을 본 뒤로는 저절로 멀어졌다고 술회하셨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한테도 알게 모르게 동류항의 질서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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