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앞둔 조계종 34대 집행부 결산

노동·인권분야 성과 뚜렷
불교 고유 토론문화 정립
문화재 다수 환지본처도

답 안 보이는 선학원 관계
서의현 재심파동도 오점
선거법 변화 실패 아쉬워

조계종 제34대 집행부의 공과는 극명하게 나뉜다. 사진 왼쪽은 법인관리법으로 인해 갈등을 겪은 선학원 임원들의 탈종 관련 기자회견. 오른쪽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미수습자 귀환을 기원하는 자승 스님 및 교역직 스님들.

2013년 출범해 4년간 조계종단을 이끌어온 제34대 집행부 임기가 오는 10월 30일 만료된다. 34대 집행부는 ‘자비와 화쟁으로 이웃과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발원 아래 △사회와 이웃을 향한 나눔과 봉사의 불교 △지혜와 자비를 구현하는 사부대중 공동체 △불교중흥을 위한 지속적 종단 혁신을 종무기조로 세웠다. 이에 따라 종무시스템 개선과 대사회역할 강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괄목상대할 만큼 업적을 이뤘다. 반면 선학원 관계 악화와 서의현 재심파동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본지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34대 집행부의 공과를 정리했다.

功-소외계층 지원·종무혁신
제34대 집행부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바로 노동위원회의 확대 개편을 통한 대사회역할 강화다. 2016년 초 기존의 노동위원회를 사회노동위로 개편하고, 20명의 실천위원을 위촉하면서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더욱 넓혔다는 평가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콜트콜텍 및 KTX여승무원 해고자 등 노동·인권분야서 불교계 신뢰를 한껏 끌어올렸다. 아울러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조하며 성소수자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해 품 넓은 불교의 유연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각종 재난 및 재해 현장에 긴급구호단을 급파해 초기대응에 나선 것도 주목받을 만하다. 국내로는 세월호 침몰에 따른 지원 활동과 2016년 울산 태풍 피해지역 긴급구호가 있다. 국외로는 필리핀 하이옌 태풍, 네팔 대지진, 미얀마 홍수 피해 구호활동 등이 있다. 이 같은 선제적 대응은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 지원으로 이어져 이재민 및 유가족들의 자립에도 기여했다.

종단 내적 성과로는 2013년 문을 연 ‘100인 대중공사’를 꼽을 수 있다. 시행 당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거듭된 사부대중공사는 불교 토론문화를 이끄는 모델이 됐다. 당시 논의결과들이 종무행정에 반영되기도 했으며, 현재 지역 교구본사에서는 대중공사를 바탕으로 지혜를 모아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경복궁·광화문·종로·인사동·조계사를 연계해 전통문화벨트로 조성하는 ‘총본산 성역화불사’는 서울 도심에 대표 역사문화 관광자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10.27법난기념관 사업과 이어져 불교계 명예 회복에도 힘을 보탰다. 기념관 사업부지는 2016년까지 매입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소유주들과의 협의매수가 필요해 2022년까지 사업기간을 연장했다.

성보문화재 보존과 환수를 위한 활동은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2014년 경찰청·문화재청과 ‘불교문화재 도난 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수십 점의 도난 문화재를 환수했다. 또 국외로 반출된 불교문화재 역시 미국·독일·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환수해 환지본처에 앞장섰다.

過-선학원 관계·서의현 재심파동
이처럼 종단 내·외적으로 많은 성과를 남긴 34대 집행부지만 부족했던 부분도 적진 않았다.

가장 먼저 법인관리법으로 인한 선학원과의 관계 악화가 대표적이다. 2014년 6월 조계종 중앙종회서 기존 법인법을 대체하는 법인관리법이 가결되면서 선학원에 대해 이사 자격은 조계종 승려로, 이사 4분의1 이상을 총무원장 복수 추천에 의한 이사회 선출로 규정했다.

정관에 있던 ‘조계종 종지 종통을 봉대한다’와 ‘임원은 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선학원 측은 “재단법인의 고유한 권한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사장 법진 스님을 비롯한 이사 11명과 감사 2명 등 13명의 임원이 조계종에 제적원을 제출했다. 하지만 조계종은 이 같은 행위를 징계사유로 법진 스님의 멸빈을 결의하면서 선학원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현재도 이 같은 문제는 진행 중이며, 대화 채널조차 운용되지 못하는 상황까지 관계가 악화됐다.

또한 법인관리법으로 인해 현대 한국불교 대표 선지식인 송담 스님이 탈종한 일도 뼈아팠다. 송담 스님이 이사장인 재단법인 법보선원은 이사회서 종단 법인 등록을 거부하기로 결의하고, 송담 스님을 비롯한 문도들은 제적원을 제출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까지 나서 송담 스님의 탈종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1994년 종단개혁 당시 멸빈된 前총무원장 의현 스님이 재심호계원 판결을 통해 공권정지 3년 판결을 받은 일 역시 논란은 진행 중이다. 호계위원 사퇴 촉구를 비롯해 비판 성명이 쏟아졌고, 자승 스님은 “논린이 종식될 때까지 재심판결 후속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사부대중공사를 통해 ‘잘못된 판결’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당시 호계원장 자광 스님은 “법에 위배되는 사안이 없다”고 반박한 뒤 사퇴했다.

총무원장 선출제도에 변화를 주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2014년 총무원은 준직선제에 가까운 선거법을 입법예고했으나 종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염화미소법의 등장으로 총무원장 선출제도는 지속적으로 논박을 주고받았고, 중앙종회가 ‘원점 재검토’를 결의하며 차기 집행부에서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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