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사찰 최초 VR체험존·문화사업단도 VR영상 제공해

10월 19일 양양 낙산사에 VR체험존이 문을 열었다. 낙산사 총무 무문 스님이 VR기기를 착용한 뒤 사찰안내 영상을 체험하고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산업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불교계서도 VR기술을 활용한 불교문화콘텐츠가 늘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양양 낙산사(주지 도후)는 10월 19일 불자와 관광객들에게 사찰을 보다 생동감 있게 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사찰안내소에 VR체험존을 개설했다. 총 2대의 VR기기를 배치한 낙산사는 조계종 사업지주회사인 ㈜도반HC와 협력해 지난여름 VR영상을 촬영하고, 오랜 기간 편집을 거쳐 공식적인 사찰안내 영상을 제작했다.

약 3분 길이의 영상은 낙산사의 전각과 문화재, 전경을 직접 옮겨 다니지 않고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요 관광위치별로 화면이 전환되며, 이를 설명하는 자막과 내레이션도 추가돼 별도의 소책자나 안내판 없이 낙산사 전반을 관광할 수 있다. 또한 계절과 날씨 등에 구애받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제공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편익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낙산사 VR영상을 체험한 이들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젊은층은 VR기기에 대한 호기심을 보였으며, 부모의 경우 안내판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제공되는 교육적인 효과에 주목한다는 게 낙산사 측 설명이다. 특히 어르신들에게는 체력적인 한계 없이 사찰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깊은 몰입감에 대중도 호평
새 포교콘텐츠 가능성 높아
기획력·대중 수요 등 과제

낙산사 담당 종무원은 “VR체험이 사찰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관심을 보인다.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는 아니지만 자연스레 영상에 집중하게 되는 게 장점”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친구를 데리고 놀러와야겠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신세대 포교에 뒤처진 불교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낙산사뿐만 아니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발행하는 계간지 <템플스테이>도 올해부터 모바일 매거진 앱 ‘tapzin’을 통해 일부 기사에 대한 VR영상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오는 11월초에는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강원도 5개 사찰(월정사·신흥사·낙산사·삼화사·백담사)을 주제로 한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VR영상을 배포할 예정이다.

문화사업단 측은 “매거진 외에도 앞으로 사회트렌드에 맞춘 VR홍보영상을 확대해 불교문화를 알리는 데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공간 제약 없는 新포교 가능
이처럼 VR기술이 불교계 콘텐츠로 자리 잡아가면서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대중이 불교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홍보영상 등이 제공자의 임의대로 보여주고 싶은 곳을 보여줬다면, VR영상은 참여자가 보고 싶은 곳을 볼 수 있어 새로운 포교콘텐츠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황철기 ㈜도반HC 전무는 “일반사회에서는 VR이 주로 오락산업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불교계서 VR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는다면 미디어분야를 개척하는 선봉장이 될 수도 있다”면서 “문화해설사가 없는 사찰에는 이를 대체하는 인프라가 되고, 이야기가 있는 사찰에는 각 콘셉트에 맞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VR촬영 및 편집을 총괄하는 박영 ㈜도반HC 실장은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사찰에서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이해보다는 사진촬영이나 풍경을 즐기곤 한다. 이 때문에 사찰안내 역할을 겸한 VR영상이 앞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특히 문화재 훼손 우려 등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는 곳을 촬영해 제공한다면 교육적인 효과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VR기술이 불교계서 확대되기 위해서는 불교만이 간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획력과 대중의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까지 촬영기법은 상당한 발전을 이뤄 더욱 입체적인 영상과 체험까지 가능하지만 수요 없는 제작이 자칫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VR기술에 접목 가능한 불교문화 기획자 양성을 통해 대중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박 실장은 “기술력은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너무 앞서 가면 젊은이들은 괜찮을지 몰라도 기성세대가 받아들이긴 어려울 수 있다”며 “현재로써는 VR기술을 불교문화 안내자 역할에 충실하도록 활용하고, 대중 확산 정도에 따라 상위기술을 접목하는 게 가장 원활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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