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 절수행

절하는 자세를 꼭 한번 돌아보라

청도 법왕정사에 계신 청견 스님을 만나 뵙고 난 후 절하는 것이 더 즐거워졌다. 스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자세 한 동작 한 동작에 집중하고 천천히 절을 하니 잡념 없이 몰입도 더 잘되고 위의를 갖춘 듯한 느낌마저 든다. 실제로 법왕정사 신도 7~80명이 법당에 모여 108배 하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학들이 우아하게 군무를 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1700미터서의 108배 절수행

3400여명 도반이 함께 해

조석간 절수행이 행복 지름길

“절을 하고 일어나 입 꼬리를 올리고 웃으면서 시선을 180도 통째로 둔 채 바라보며 털끝만큼도 움직임 없는 상태로 5초 동안 머물라.”

절을 하고 일어나 바로 몸을 구부리지 않고 똑바로 선 채 합장하고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지 않고 180도로 펴서 보는 자세는, 뭐랄까 마음이 훨씬 고요해지고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 자세를 익힐수록 사람을 바라보는 자세나 일을 처리하는 실생활에 있어서도 넓게 보고 통찰하는 것과 연관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하루 300배, 길게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100만 배는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적어도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절을 할 때 서두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청견 스님께서 ‘저는 지금도 하루에 세 시간 절을 합니다’하실 때, 내가 절을 하는 과정에 온전히 집중하기보다는 300배를 채우는 것에 마음이 더 가 있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횟수보다는 절하는 동안 집중해서 그 시간 자체가 수행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무슨 일을 하던 과정에 정성을 다해 집중할 때 그 일을 즐길 수 있듯, 절수행도 마찬가지다. 횟수에 목표를 두면 의무감이나 중압감이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즐길 수 없게 된다. 절하는 동작에 깨어있는 것이 익숙해지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깨어있는 시간도 늘어나겠다 싶다. 수행을 통한 오랜 연습이 현실의 삶에 응용되어지는 것이다. 삶에 실천되어질 때 내가 변화한다.

긴 추석 연휴의 마지막 이틀, 도반 몇 사람과 함께 설악산 봉정암에 올랐다. 다섯 시간 걸은 끝에 올라간 봉정암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주최 측의 말을 빌면 그날 3400명이 와서 묵었다고!), 밤 11시쯤 되어서 사리탑에 올라갔더니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다 가고 스무 명쯤 되는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있거나 절을 하고 있었다.

절수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봉정암행의 백미는 1,700미터 고지의 달빛 아래서 천여 년의 세월을 품은 채 단정히 서 있는 사리탑 아래서 절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봉정암 사리탑을 볼 때마다 살아 숨쉬는 생명력을 느끼며, 그 앞에서 절하는 시간이 정말 좋다. 그 날도 세 시간 동안 조용히 절을 했는데 다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시간에 108배를 했다는 것. 한 시간이면 삼사 백배는 할 시간이지만 천천히 절을 하고 일어나 시선을 180도로 편 채 합장하고 서 있으니 한 시간 동안 108배를 하게 되었다. 천천히 절을 하니까 내면이 더 고요해지고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여기까지 왔는데, 최소한 1080배는 하고 내려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절을 했을 텐데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니 300배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절을 하고 숙소로 내려가기 전, 뒤에서 절하는 분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자세가 천차만별인 것은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였다. 내 곁에서 좌선과 절을 번갈아 하던 도반의 자세가 고두례를 할 때 손을 머리 위로 높이 올리는 것 말고는 가장 완벽했다. 남자 분들의 경우 거의 자세가 엉망이었다. 대부분 발을 많이 벌렸고, 엉덩이가 들려있었다. 손가락을 벌린 채 합장하고 합장한 손도의 위치도 각양각색이고 절을 한 후 허리를 쭉 펴지 않은 채 다시 구부리기에 바빴다. 자세가 정확하지 않으니 산만해보이고 간절함도 덜해 보였다.

“불행한 사람은 더 불행해지게 절하고 병에 걸린 사람은 더 빨리 병이 진행되게 절한다. 화병에 걸린 사람은 가슴이 더 답답하고 화가 치밀게, 냉병에 걸린 사람은 순환이 더 안 되어 더 차가운 몸이 되게 , 머리가 복잡한 사람은 더 머리가 복잡해지게, 무릎 관절이 아픈 사람들은 백발백중 무릎을 철저히 고장 내는 절을 한다.”

절하는 데 있어서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하는 청견 스님의 말씀이다. 청견 스님께서 처음 절수행을 알리면서 3년 안에 절하는 동작을 통일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생각이 났다. 지도자가 절수행할 때 자세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본인부터 자세가 올발라야 따라하는 사람도 올바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절에서의 지도자는 스님이다. 굳이 절수행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절에 오면 최소한 3배는 올리는데, 이때만이라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많은 곳에서 기초교리강좌가 진행되고 있으니, 최소한 그곳만이라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것 같다.

 

감사한 마음으로 미소 지으면서 절하라

청견 스님께서 절할 때의 자세 중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미소 짓기다. 내 경우 스님께 교정받은 자세 가운데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 미소 짓기였는데, 정말 고난도 수행이 아닌가 싶다. 스님께서도 미소 짓는 것이 잘 안돼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수술을 받아볼까도 생각하셨다고 하니, 몹시 어려운 것만은 사실 인 것 같다.

웃어야 온 몸에 긴장이 풀어지고 마음까지 유연해진다. 몸이 긴장하면 마음도 긴장하기 때문이다. 눈꼬리와 입 꼬리를 귀에 걸고 미소 지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절을 할 때 뭉치고 굳은 근육이 풀리고 막힌 관절 차크라가 열리며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것이 스님의 지론이다. 입 꼬리를 올리는 연습을 하고 웃을 때 세토닌이라는 우리 몸에 유익한 호르몬이 나와서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스님은 특히 많이 웃을 것을 강조하는데, 이는 웃으면 마흔 가지나 되는 유익한 호르몬이 저절로 나와서 부정적인 생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도 이렇게 웃는 연습을 실천하면 수행자가 저절로 된다는 것이다.

“입꼬리를 올리고 부처님처럼 아름답게 미소 지으며 절하라. 나는 지난 날 웃지 않았던 게 가장 후회스러운데, 지금이라도 웃게 된 것은 부처님의 가피라 여겨진다. 행복 호르몬이 솟고 건강해지고 부처님 가피가 빠르다고 말해주어도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많다. 완벽한 자세로 절을 해서 감사가 넘치는 대긍정의 자세로 부처님처럼 미소 띤 얼굴로 절할 때 업장이 녹는다.”

그래서인지 청견 스님의 미소는 백만 불짜리다. 처음 뵙던 날, 기분 좋게 활짝 웃는 모습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남자의 미소도 이렇게 밝고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었다. 그런데 스님뿐만 아니다. 법왕정사에서 절을 지도하고 있는 몇몇 분들의 늘 웃는 모습도 정말 아름답다. 자연스럽게 저절로 나오는 미소를 보면서 오랜 수행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와 미소가 절수행에 있어 필수불가결의 요소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일어나서, 자기 전에 몸을 덥게 하고 절하라

청견 스님은 절하기 좋은 시간으로 아침에는 5시에서 7시, 저녁에는 9시에서 10시 30분을 권한다. 밤새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얕게 숨을 쉬며 심장은 약하게 뛰어 혈액, 림프, 기 순환이 잘 안되고 특히 아랫배, 다리, 발, 팔, 손 등에 노폐물과 독소가 쌓여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막힌 곳을 풀고 뚫어주어야 우주의 새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절을 하면 단전 차크라가 열려 막히고 꼬이고 뒤틀린 것들이 풀리면서 노폐물이나 독소, 가스, 나쁜 기운 등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저녁에 자기 전에 절을 하면 낮 동안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한 걱정이나 불안 등 부정적인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절을 해서 상중하 단전 차크라를 열고 자야 숙면을 취할 수 있고 성장호르몬이 나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절을 하고 자면 밤새 악몽에 시달린다거나 실컷 잤는데도 피곤하고 생기가 나지 않은 일은 없다고 단언한다.

“절을 하고 땀을 흘리고 샤워한 뒤 반듯이 누어 아름답게 미소 지으며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보라. 저절로 깊은 잠에 빠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확 떠지고 정신이 맑아짐을 체험하게 된다.”

청견 스님이 권하는 또 하나의 팁은 옷을 껴입고 목과 손목, 발목을 덥게 하고 절하라는 것이다. 세 곳의 센서를 덮어주면 땀이 나오는데, 이때 나오는 땀이 진짜 몸속에 쌓여있던 노폐물과 독소라고 한다. 옷을 껴입고 손목과 발목, 목 보호대를 하고 따뜻한 곳에서 땀이 잘 나오게 해야 몸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 가스 등 나쁜 기운 등을 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름이나 겨울에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놓고 절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땀을 흘리지 않고 절을 하면 노폐물이 피부와 몸에 꽉 차서 장기를 괴롭혀 얼굴을 새카매진다고 한다.

스님께서 낮에는 참선하고 밤에는 3천배를 하는 등 한창 절을 할 때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옷을 세탁하고 말리는 게 번거롭고 불편해서 땀이 나지 않는 방법을 알아내 108배를 4분에 하고도 숨이 차지 않고 땀도 흘리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손가락, 발가락 마디와 무릎 허리 목 얼굴 등이 검붉어지다가 검어졌고, 급기야 6백만 배 절을 마쳤을 때는 별명이“월남에서 돌아온 새카만 김상사”가 되었다고 한다. 누가 스님이 절하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건네주어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성난 도깨비 같은 시커먼 얼굴로 미친 듯이 일어서는 것도 아니고 앉는 것도 아닌 공 굴러가는 것 같은 모습으로 절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절수행의 전문가인 스님께서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오늘날과 같은 바른 자세가 만들어진 것이다. 단 한 번의 절을 하더라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수백만 번의 절을 한 끝에 나온 것이다.

“천천히 완벽한 자세로 절을 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부처님 고맙습니다’를 해보면 저절로 눈빛이 밝아지고 미소가 지어지며 힘이 솟는다. 부처가 되는 것이다.”

천만 번의 절을 하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았던 수행자, 청견 스님의 말씀에 따라 오늘, 108배 한번 제대로 올려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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