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행 스님 지음|에세이스트사 펴냄|2만원

〈만화 희찬 스님 시봉 이야기〉는 상좌인 원행 스님(월정사 부주지)이 은사 스님의 행장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고자 시도한 내용을 한데 묶은 책이다.

저자는 불교 경전과 염불 소리에 이끌려 약관의 나이에 오대산 월정사로 출가해 한암 스님, 탄허 스님, 만화 스님의 법통을 이어받아 수행정진하다가 비구 대처 분규, 불교 종단 분규 등으로 10·27 불교 법난과 월정사 분규 사태로 몸과 마음을 크게 다친 수행자이다.

萬化禪風 일으킨 오대산 월정사 중창주
만화 스님의 인연담, 서간문 등 소개해


오대산의 큰 선지식인 탄허 스님과 은사 만화스님의 열반 후 49재를 모신 다음, 제2의 출가지라 할 수 있는 가야산 해인사로 가서 성철스님 문하서 팔만대장경 장주 소임을 맡은 저자는 어느 날 꿈에 탄허 스님의 벼락같은 현몽을 접하고 대전 자광사로 간다. 이후 자광사를 중창불사하고, 다시 월정사로 돌아와 부주지 소임을 겸하며 삼화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을 때, 운명처럼 삼화사 원만보신 노사나철불을 친견하고 복원 완료한다. 그리고 원주 치악산 구룡사 주지로 부임해 원주불교대학을 개설하고, 경찰불자들을 위해 원주경찰서 경승실을 새롭게 장엄하는 등 대중 포교에 힘쓴 저자는 탄허 스님 법어집 출간 날에 구룡사 대웅전이 전소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발심해 대웅전 중창 불사를 마치고 월정사 심검당으로 돌아와 수행승의 희비를 회고한다.

저자는 머리말서 “출가를 위해 월정사를 찾았을 때 만화 스님은 지금의 월정사 대웅전 법당을 중창하시느라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인부들과 같이 목도를 메고 나무기둥을 나르는 모습이 흡사 막일꾼처럼 보였지만, 범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자비불의 현신인 듯 자애롭고 맑은 모습에 저절로 하심하게 됐다”고 첫 만남을 설명했다.

이어 저자는 “은사스님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비구 대처 분규, 불교종단 분규, 월정사 분규, 10.27불교법난 등, 한국불교 현대 100년사와 오대산 불교 100년사서 가장 격동의 시간을 온몸으로 겪고 가셨다. 한국전쟁 당시 오대산내의 모든 사찰이 국군에 의해 불태워질 때 한암 스님을 시봉하며 상원사를 지켜내셨고, 탄허 스님이 화엄경 역경 불사를 하실 때 잿더미만 남은 월정사의 가난한 살림을 도맡아 위업을 완성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셨다. 오랜 전통의 한국불교에 훌륭한 수행자들이 많지만, 만화 스님처럼 보살 정신과 충효사상을 바탕으로 한 인욕과 헌신으로 족적을 남기신 스님은 많지 않다”고 회고했다.
 

1975년 월정사 8각9층탑 앞에서 만화스님과 함께.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선 제 1장 ‘만화스님의 출가기’서 만화 스님의 성장과정과 출가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한다. 제 2장 ‘전설의 도인 한암 회상’편에서는 만화 스님이 한암 스님을 시봉한 과정을 세세히 소개한다. 제3장 ‘파란만장한 오대산의 역사’와 제 4장 ‘암흑 속에서 옥을 캐다’에서는 월정사 100년 역사와 그 뒤안길에서 일어난 어려움도 피력했다. 제 5장 ‘월정사 적광전 신축 대불사’는 중창 불사를 통한 월정사의 변화 과정을 조명했고, 제 6장 ‘먹구름이 달을 가리다’에서는 탄허 스님과 만화 스님의 열반과 그 이후 이야기를 담았다. 제 7~10장은 원행스님과 만화스님의 인연을 비롯해 만화스님의 친필 서간문, 친필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우리의 민주화 과정서 이름 없이 산화된 이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불교계에서도 헌신적인 희생과 인욕을 구도로 삼던 만화 스님 같은 분들을 새롭게 조명해야 할 것이다. 모든 존재가치의 평등성 회복이 화엄세계인바, 진즉 그랬어야 했다. 진정한 선은 행선이다. 만화 스님은 오대산 월정사 중창주일 뿐 아니라 한국불교의 실천적 선구자로서 만화선풍(萬化禪風)을 일으키신 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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