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화합·선거제 등 해결 지혜 필요

선거과정서 분열된 종단 여론
대중과 충분한 대화·이해 필요

대중공사 기반 둔 쇄신 약속
“선학원 관계도 대화가 먼저”
승려복지 최우선 과제로 선정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당선인으로 前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이 선출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일 뿐 앞으로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으로서 헤쳐 나가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선거기간 동안 후보들을 향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터져 나온 종도들 간의 파열음. 오랫동안 한쪽에서는 적폐청산을 부르짖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로 인한 종단 분열을 우려했다.

설정 스님은 우선적으로 자신에게 제기된 학력논란과 재산 및 은처자 의혹에 대해 종도들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명해야 한다. 물론 이미 “유전자검사까지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기에 이에 관한 논란은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전자검사 또는 소송결과 외에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건 전후관계에 대한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다른 분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후보 기자회견서 종단화합을 위해 “대중과 충분히 대화하겠다”고 밝힌 설정 스님은 누차 ‘정화정신’을 강조했다. 스님이 스님답고 여법할 때 대중으로부터 신망 받는 교단이 된다고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설정 스님은 수행가풍과 승풍 진작을 통한 종단의 본래면목 회복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세부적인 계획은 알리지 않았지만 총림과 본사단위 수행결사를 바탕으로 수행가풍을 되살린다는 복안이다. 대중이 70년 전 봉암사 결사와 불교정화운동처럼 역사에 획을 긋는 수행결사는 바라는 만큼 이에 부합하는 대안이 도출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총무원장 선출제도 향방은
앞서 설정 스님은 조계종 선거법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선거라는 제도 자체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상대를 이기려는 승부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는 파화합, 장로정신 붕괴, 삼보정재 낭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거제를 비판하면서도 선거제를 통해 수장으로 선출된 만큼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 선출제도 변화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과거 종회의원 활동을 하면서 이를 개선하고 싶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기에 이번만큼은 강력한 의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선거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으로 인해 직선제나 준직선제 등 투표를 통한 선출제도가 마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중앙종회 활동을 통해 종도 81%가 직선제를 희망한다는 결과가 도출된 관계로 설정 스님이 이를 저버린 채 선출제도에 변화를 주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앙종회는 직선제와 염화미소법 등 다양한 총무원장 선출제도를 논의하는 중이다. 여기에 대중공사에 기초한 종단 쇄신을 예고한 설정 스님이 대중을 아우를 수 있는 선출제도를 어떤 방향으로 모색할지 기대를 모은다.

선학원 관계개선 가능할까
조계종과 선학원의 관계는 2014년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법인관리법)’ 제정 이후 급격하게 악화됐다. 조계종은 “법인의 종단 정체성과 소속감을 제고하고, 전법교화 활성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며 이 법을 제정했지만 법인정관 변경에 종단 승인이 필요하고, 선학원의 경우 이사 4분의1 이상을 총무원장 복수추천으로 이사회서 선출하게 하면서 마찰을 빚었다. 게다가 미등록법인의 경우 각종 권리제한을 받게 돼 선학원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악법”이라며 정관에서 ‘조계종 종지 종통을 봉대한다’ ‘임원은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로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사실상 탈종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조계종은 선학원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화에 나섰으나 별 소득 없이 현재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설정 스님은 1981년 수덕사 주지 시절, 구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정혜사를 ‘대한불교조계종정혜사제7교구본사수덕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이와 관련해 선학원은 2015년 수덕사를 상대로 정혜사 소유권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대법원 파기환송까지 진행돼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이 문제에서 설정 스님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 같은 우려에 설정 스님은 “강경책으로 선학원을 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선학원은 불교정화가 시작된 순수한 곳이기에 한 덩어리가 돼야 한다”면서 “화합과 이해를 바탕으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생애주기별 승려복지 기대
종단차원의 승려복지시스템 구축은 제33·34대 집행부의 가장 큰 성과로 손꼽힌다. 2011년 승려복지법이 중앙종회서 통과되면서 요양비와 입원치료비 등 그동안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스님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구족계 수지 후 결계신고를 필한 모든 종단 스님들에게 국민연금보험료 등을 지원하고, 승려복지기금을 조성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추세다. 하지만 정작 스님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저조한 편으로 집계돼 인식 개선과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과제로 떠올랐다.

설정 스님은 이와 관련해 생애주기별 승려복지모델 구축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4대 중증질환 의료지원 확대와 교구별 노스님 수행관 건립 지원도 눈여겨볼만하다. 치료가 아닌 예방으로 복지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공약에 대중은 호응을 보내지만 이에 따르는 과제는 재정 확충이다. 구체적인 재정 마련 대책이 제시되진 않았지만 설정 스님은 승보공양운동 확대를 통한 기금 모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 스님은 “출가부터 열반까지 종단이 책임지는 시대를 열겠다. 스님들이 노후에 대한걱정에서 벗어나 수행에만 진력하실 수 있도록 승려복지를 최우선 종책과제로 선정해 안정적인 승가공동체를 구현해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설정 스님의 종단 운영 10대 기조

1. 수행가풍과 승풍을 진작해 종단의 본래면목을 회복하겠습니다.

2. 교구의 경쟁력은 곧 한국불교의 경쟁력입니다.

3. 대중공사에 입각한 종단 쇄신 추진하겠습니다.

4. 시대변화에 맞는 종무행정과 재정 안정은 종단 발전의 초석입니다.

5. 불교·전통문화에 대한 획기적인 국가정책 변화로 종단 위상을 강화하겠습니다.

6. 종단의 백년대계 승려복지시스템을 완성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마련하겠습니다.

7. 승가교육체계의 완성도를 높이고, 승가전문인재를 양성하겠습니다.

8. 미래지향적 패러다임으로 포교정책을 전환하겠습니다.

9. 우리 종단과 한국불교의 위상을 세계 속에 고취시키겠습니다.

10. 종단의 사회적 역할 확대, 그것은 시대적 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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