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제26대 총무원장으로 편백운 스님의 취임부터 조계종과 태고종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선암사 소유권을 두고 이미 갈등관계를 빚고 있지만 취임식에서부터 조계종을 향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하고야 말았다.

‘선암사 절뺏기를 시도하면 조계사 절뺏기에 나서겠다’는 말에 취임식에 모인 태고종 종도들은 박수를 쳤고, 종단을 초월해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왔던 조계종 스님들은 머쓱해 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날 취임식에는 종단협 회장을 맡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도 취임식에 불참했다고 하니 다행으로 보아야 할까.

태고종 측의 선암사를 지키겠다는 수호의지가 느껴졌지만 종단간 갈등이 증폭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조계종과 태고종은 한 뿌리이며, 각 종단 내에서도 함께 화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닌 스님들이 많다. 하지만 두 종단은 화합과 반목으로 반세기를 지내왔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명한 조식의 7보시가 있다. ‘콩깍지로 콩을 삶으니 콩이 솥 안에서 우네’. 한 집단의 반목 아픔을 드러낸 대목이다. 한 종단에서 나와 서로 정화, 법난으로 부르며 갈등하는 사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바깥사회에서는 남과 북이 핵개발로 연일 도발과 대응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시국에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두 종단의 다툼은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선사할 뿐이다.

불교에 대한 실망은 전체 불교계가 감당해야 한다. 태고종 신임 총무원장 취임을 계기로 태고종은 대사면을 선언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두 종단이 종단간 화합을 선언, 불교화합의 시초를 만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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