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의 작업현장은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전쟁터와 같다. 죽음이 두렵지 않고 자신의 생명이 귀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한 길 불속으로 뛰어든다.
 

火魔 뚫고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
자기희생 기반 둔 아름다운 행위

석란정 화재진압 중 소방관 순직
열약한 작업환경 다시 도마 위에
위험·진압수당 月 10만원도 안돼

선진국 소방관처럼 존경 받도록
국가와 사회의 지원·관심 필요해
순직 소방관 유가족 처우 개선해야


강릉에 위치한 석란정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두 분이 생을 마감했다. 두 분의 안타까운 죽음은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소방관들의 희생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애도를 표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퇴직을 1년여 남겨둔 故이영욱 씨는 퇴직 후의 삶을 그려보면서 가슴 두근거렸을 것이다. 임용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은 故이호현 씨는 소방관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을 얻은 듯 기뻐했을 것이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그들의 부푼 꿈은 한 순간에 육신과 함께 매몰되어버렸다.

사고가 날 때마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처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부족한 소방인력과 낮은 봉급이다. 인력증원이 되지 않아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만큼 사망과 사고 빈도가 높다. 그들에게 합당한 보수가 지급되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낮은 봉급뿐만 아니라 위험근무 수당은 겨우 월 6만원, 화재진압수당은 월 8만원에 불과하다. 2007년 4만원에서 10년 동안 불과 2만원 오른 셈이다. 목숨 값이 6만원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하다.

재난의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소방관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의 소방관들처럼 ‘살아서는 존경의 대상이요, 죽어서는 영웅’이 되도록 국가와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근무조건을 개선해야 하며, 사후 유가족에 대한 빈틈없는 지원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소방관의 순직은 일반적인 산재 사고와도 구별해 명예롭게 하는 것과 동시에 보상금의 액수를 높여야 한다. 순직자들의 뒤에는 가족이 있다. 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게 보상액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우리 모두는 인드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소방관들의 고통과 슬픔은 우리 사회의 불행이자, 국가의 손실이다.

미국의 경우 1992년 의회가 만든 전국순직소방관재단(NFFF)이 유가족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매년 순직소방관 추모식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개인, 사회단체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이 조직은 영웅 만들기가 핵심이다. 또 ‘소방 유가족 네트워크’를 만들어 유가족들의 정신적인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도 이런 재단을 만들어 순직자들의 명예를 높이고, 유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젠 국가가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유가족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고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순직한 소방관들을 기릴 수 있는 추모의 공간을 만들어, 그들의 이름과 죽음이 빛바래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느 소방관의 기도> 중 마지막 구절인 ‘신의 뜻에 따라 제가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라는 구절을 떠올려 본다. 이제 국가와 사회가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