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사찰경영 실태와 과제는?

우리가 흔히 ‘절’이라고 지칭하는 사찰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유지, 계승하고 널리 펴기 위한 도량이다. 수행과 교화, 전법을 통해 불교를 담보하는 기반인 곳이다. 가정이 사회와 국가발전의 초석이듯, 사찰은 불교 중흥의 토대이다.

사찰경영 개념 보급 필요

사찰 재정 50% 불공 수입

기도편중에 사찰공간도 편중

 

사찰운영위 구성 강제 못해

신도·대중 참여 기회 적어

“문화체험, 가치공유 확대”

최근에는 이러한 사찰에 경영개념이 보급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더 이상 사찰 살림에 주먹구구식 경영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현대적 개념의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종교가 있는 사람은 2005년 52.9%(2452만명)에서 2015년 43.9%(2155만명)으로 줄었다. 종교별로 보면 불교는 15.5%(761만명)으로 무려 300여만 명이 감소한 것이다.

남아있는 신도들의 신행활동도 미약하다. 2015년 불교사회연구소가 발간한 ‘한국의 사회 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불자 대부분인 70.3%가 1년에 1~6회 법회 참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 1회 이상 법회에 참여하는 불자는 1.9%에 불과했다. 법회 참여를 강제하지 않는 불교는 신도 상당수가 종교 활동을 하지 않거나 사실상 부처님오신날 등 1년에 한두 차례 법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기도를 열심히 하는 불자들 또한 12.3%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불교 신행활동으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한 경우도 불자들은 이웃종교에 비해 적었다. 심신의 어려움을 극복한 경우를 묻는 질문에 개신교 신자가 37.5%의 높은 비율로 경험이 있음을 밝혔지만 불자는 13.9%밖에 되지 않았다. 신앙생활에 대한 만족도 또한 개신교 신자는 65.1%로 높았지만 불자는 34.3%만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기찬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사실상 신도들의 불교, 그리고 사찰에서의 신행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을 의미한다. 사찰이라는 불교신행 공간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현재 사찰 수입의 대부분은 불공 및 불전 수입, 시주금 위주로 구성돼 있다. 조계종이 공개한 직영사찰 4곳의 수입 분포를 살펴봐도 신도들의 기부, 보시가 재정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계종이 공개한 2015년과 2016년 4대 직영사찰의 수입 현황을 합산해보면 조계사의 경우 276억 여원 중 50%인 136억 여원이 불공 수입이었으며, 법요 수입은 24.6%인 68억 여원 수준이었다. 서울 봉은사는 2년간 합산 수입 349억 여원 중 59.5%%인 208억 여원이 불공 수입, 13.7%인 48억 여원이 법요 수입이었다. 일반 수입은 22억 여원, 교육 수입은 8억 여원에 불과했다.

지역의 경우 보문사는 78억 여원 수입 중 불공 수입이 52.5%인 41억 여원, 법요 수입이 3억 여원이었다. 이밖에 문화재 구역 입장료 수입이 6억 4000만원으로 8.2%였다.

경산 선본사는 143억 여원의 수입 중 불공 수입이 60%인 86억 원, 법요 수입이 5.6%인 8억 여원이었다.

기도와 도심사찰임을 막론하고 불공 수입이 모두 50%를 넘었다. 이처럼 재정의 불공 수입 편중화가 강한 상태에서 사찰은 신도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찰 공간이 기도, 신행 중심 공간으로 구성돼 문화생활 등 다양한 신도 서비스가 열악한 실정이다. 신도들의 일체감과 소속감을 심어 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수호 덕성여대 교수는 “신도들의 기대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사회적인 신뢰를 상실하는 것은 사찰, 더 나아가 불교의 위기로 직결된다”며 “불교 포교기반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기복과 사회참여가 결합한 새로운 불교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 포교에 성공한 사찰의 대부분은 신도조직이 활성화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찰 운영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있다. 주지 스님이나 소임자 스님들은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경청하고, 조언하며 의사결정을 한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의 사찰은 신도조직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특히 사찰운영의 신도참여를 보여줄 수 있는 사찰운영위원회 실태를 보면 아직까지 사찰 전반에 주지 스님 위주, 혹은 일부 스님과 신도 위주의 운영이 보편적임을 알 수 있다.

2012년 개정된 사찰운영위원회법에 따르면 사찰운영위원회는 스님과 신도 5명이상 30명 내외로 구성된다. 주지 스님을 비롯해 상주 교역직 스님과 신도회 임원 및 3년 이상 재적신도, 교무금 납부자 등으로 구성되며 사찰 예결산의 심의 의결, 불사 수익사업 신청 및 부동산 처분 신청, 사무 및 재무감사 등을 할 수 있다.

사찰 경영 전반에 적극적으로 신도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조계종 총무부에 따르면 사찰운영위원회를 조직한 사찰은 900여 개에 불과했다. 약 30% 수준이다. 종법에는 사찰운영위원회를 설치토록 하고 있지만 강제할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은 “오늘날 한국불교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재가자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종단 내 재가자는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육바라밀을 실천하는데 출재가를 구분하지 않듯이 출가와 재가의 기능과 역할 역시 분리해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사찰경영 과정에서 재가자의 참여를 보장하며 사찰경영을 현대화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김재춘 가치혼합경영연구소장은 “사찰은 불교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찰음식과 같이 불교문화와 관련된 경영활동, 호스피스병원이나 불교상담센터와 같이 마음, 지혜와 관련된 경영활동 등에 전문적인 재가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돈을 남기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불교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다. 불교 가치 실현을 중심으로 사부대중이 힘을 모은다면 사찰경영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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