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의 인생실험실

장현갑 지음|불광 펴냄|1만 6천원

고통의 바다서 침몰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헤엄치며 덜 괴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에 바로 그 해답이 담겨 있다. 이 책은 50년 넘게 뇌와 마음의 관계를 연구한 노(老) 심리학자의 자기 고백을 담은 인생치유서다. 평생 치열히 연구한 뇌와 마음의 과학적인 연관성을 자신의 고통스러운 실제 삶에 투영해, 괴로움의 실체를 밝히고 인생 고해를 건너는 삶의 기술을 증명해냈다.

“나는 혈육을 잃었지만, 용기를 얻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얻었다.”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의 저자는 한국 심리학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장현갑 교수이다. 국내 뇌심리학의 선구자로서 세계 3대 인명사전(마르퀴즈 후즈 후, 영국국제인명센터, 미국인명협회)에 모두 등재된 세계적인 석학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가톨릭 의대 외래교수, 한국심리학회 회장, 한국명상학회 명예회장, 한국통합의학회 고문 등 그의 이력을 잠깐만 들춰봐도 국내 심리학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학자로서의 화려한 경력 뒤에는 남모를 고통이 숨겨져 있다. 어린 시절 공부만 잘하던 왕따에 외톨이였으며, 이로 인한 극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우울증과 의존성 성격장애를 앓았다. 또한 지병인 고혈압과 심장질환에 시달리며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무엇보다 끔찍한 사건은 미국 애리조나대 객원교수로 있을 때 일어났다.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들이 미국에 왔다. 차를 빌려 함께 여행을 떠났는데, 마주오던 차량과 정면충돌했다. 아비규환의 현장서 사랑하던 아내와 딸이 사망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잊고 싶은 인생 경험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삶의 지혜”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다. 그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스런 현실에 직면해 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그 핵심이 바로 인생의 괴로움을 저절로 덜어내는 뇌와 마음의 자기치료다. 긍정적인 생각이 뇌의 구조를 바꾸고, 뇌가 건강하고 행복해지면 괴로움의 본질인 번뇌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마음챙김 명상’으로의 안내다. 우리는 ‘명상’을 떠올리면 흔히 따분하고 지루할 것이며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명상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큰 오류다. 이미 명상은 심리치료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은 지 오래다. 미국 내 심리치료 전문가의 40% 이상이 마음챙김 명상법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매년 미국에서 ‘마음챙김’을 주제로 발표된 학술논문이 1,000여 편에 이른다. 이렇듯 명상은 현대의 신경과학, 의학 그리고 심리학의 핫이슈이자 주도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2014년 2월 3일자 〈타임(Time)〉지는 서양에서의 명상 열풍 현상을 반영해, ‘마음챙김 혁신(Mindful Revolution)’이라는 제목으로 표지 기사를 실었다. 또한 미국심리학회 공식기관지인 〈American Psychologist(미국 심리학자)〉 2015년 10월호에서는 명상이 과학적 검증을 넘어 ‘마음챙김 명상 수련이 바로 심신치료가 된 시대’라고 언급한다. 이처럼 존 카밧진에 의해 도입된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을 둔 스트레스 완화(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MBSR)〉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며, 임상의료 분야를 비롯해 학교, 산업체, 군사작전 등으로 급속하게 보급된다.

이렇듯 명상은 심신치료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약물치료와 같은 부작용이 없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없다. 게다가 짧은 기간의 명상으로도 학습, 기억, 정서조절, 자비심, 인지기능과 같은 고차원적인 정신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기능과 구조를 크게 개선시킨다. 가장 값싸고 손쉬운 치료법이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환골탈태시키는 것이다.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가 자신의 풍부한 인생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자기구원으로서의 명상을 이야기 한다는 점이다. 또한 76년간의 세월 속에서 수많은 응어리진 고통에 맞서 터득한 지혜, 그리고 이 순간에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이들에게 들려주는 진짜 조언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부록으로는 저자가 직접 개발한 ‘한국형 MBSR(K-MBSR)’ 명상 안내문을 실었다. 일단 시도해보라. 내가 아는 세상 외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