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사는 일이 즐거워야

법정 스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 이라는 글에서 “너무 긴장하지 마라. 너무 긴장하면 탄력을 잃게 되고 한결 같이 꾸준히 나아가기도 어렵다. 사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스님 말씀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근심이 없고 오직 즐거움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느낌을 갖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삶에서는 즐거움보다 근심과 걱정이 더 많은 것 같다.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체개고(一切皆苦, 일체의 모든 것이 고통)라고 하셨다. 인생은 고해(苦海, ‘고통의 바다’)라는 것이다.

삶은 즐거움보다 근심 걱정 많아
부처님이 ‘일채개고’라 하신 이유
기쁨·행복 유지하려면 긴장 풀 것
호흡하며 어깨 ‘으쓱 털썩’ 효과적


그러면서도 ‘열반(涅槃)’이라는 궁극적 행복을 말씀하셨다. 일체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난 해탈(解脫)의 경지, 그리고 그곳에서 느끼는 고요하고 적막한 평화로움과 행복감. 즉, 열반적정(涅槃寂靜)이다. 자비로운 부처님께서 고통과 행복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동시에 말씀해 주신 것이다. 이 얼마나 극적으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란 말인가!

진리의 말씀, <법구경(法句經)> 제15장 안녕품(安寧品)에서는 ‘병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은혜요, 만족을 아는 것이 가장 큰 재물이다. 친구 사이에 가장 귀중한 것은 믿음과 의지함이니 즐거움의 최상은 열반이니라’고 설하면서 열반의 세계를 찬탄한다. 또한 대승불교의 교리와 실천행이 설파되어 있는 대표경전인 <대반열반경>에서는 ‘부처님의 좋은 방편, 크신 지혜로 우리의 어두운 무명 끊어 주시니 떠오르는 아침 햇빛 구름을 뚫고 찬란하게 온 세계 비추는 듯 하도다’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지혜와 방편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마음이 강퍅해지고 힘들고 외로울 땐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반항 섞인 마음이 든 적도 있었다. 그만큼 삶이 온통 고통이고 아픔일 때에는 눈에 뵈는 게 없어지나 보다. 그래도 힘들 때면 ‘고생(苦生) 끝에 낙(樂)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의 명구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주문이 힘이 되었다.

이제 지긋지긋한 이 고통, 그것에 대한 실체를 파헤쳐보자. 우리의 삶이 원래부터 고통스럽다는 진리를 고성제(苦聖諦)라고 한다. 만일 부처님께서 쓰디쓴 고통과 괴로움의 진리만 가르쳐 주셨다면 위대한 스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처님은 고통의 원인인 집제(集諦), 모든 고통은 업과 번뇌, 갈애와 집착에서 비롯됐다는 통찰을 밝혀 주셨다. 또한 그에 대한 해법으로 멸제(滅諦)와 도제(道諦)를 가르쳐 주셨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바로 팔정도(八正道)다.

그렇다면 고통이라는 그 거친 파도 속에서 우린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고 기쁨과 행복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긴장감을 푸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리는 삶에서 필요이상의 긴장감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과도한 학업과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인간관계에서 불편함과 거리낌을 느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경직되기 시작한다.

일단 긴장감을 내려놓는 방법에는 ‘힘 빼기’가 있다. 지금 이 순간, 힘을 빼 보는 것이다. 손끝과 발끝에서 먼저 힘을 빼보자. 몸이 편안하게 이완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음도 평온해진다. 여기에 호흡을 추가하면 더욱 빨리 효과를 볼 수 있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어깨를 ‘으쓱’하고 올린다. 입으로 숨을 내쉬면서 ‘털썩’하고 어깨를 내려놓으면 된다. 대혜 선사께서는 이렇게 힘을 빼면 힘이 생긴다는 이치를 ‘생력처(省力處)가 득력처(得力處)’라고 설하였다. 즉, 힘을 얻는 자리는 바로 힘을 내려놓는 자리라는 뜻이다.

둘째, 호흡을 통해 활력을 찾고 감각을 깨우는 방법이다. 간단히 많은 양의 숨을 들여 마시고 내쉬면 된다. 들어오고 나가는 숨의 양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생긴다. 더 나아가 코로 숨을 들이마실 때 복부가 팽창하고 코로 숨을 내쉴 때 복부가 수축하도록 해본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복식호흡을 해주면 몸이 편안해 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완이 진행된다.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점차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고통이 사라지면 곧 행복이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나를 감싸고 있는 에너지의 장(氣場=Energy Field)을 느낄 수도 있다. 손바닥을 마찰한 후에 두 손을 가슴 높이에서 마주보게 한다. 힘을 빼고 손을 감싸고 있는 에너지의 장을 느껴본다. 공중에 두 손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만 남겨둔다. 널널한 공간 속에 그 여유로움을 느껴본다. 이유 없는 기쁨의 출렁임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마음은 평화롭고 잔잔한 즐거움이 솟구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하면 긴장감이 풀리는데, 결국 몸이 이완되고 마음이 편안해 진다.

몇 해 전, 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마음’ 6부작 중 5번째 주제가 ‘편안한 마음이 좋습니다’였다. 거기에서 출산의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명상이 소개되었다. 호흡에 집중하면 저절로 이완이 된다. 깊은 이완 상태로 유도함으로써 고통이 경감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버드 의대의 허버트 벤슨 박사는 “인간은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역량을 선천적으로 타고 났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스스로를 이완시켜서 스트레스의 해로움에 대항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이것이 곧 이완반응”이라고 하면서 중요성을 역설했다.

몸을 이완시킴으로써 마음이 편안해지고 편안한 마음이 곧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듯 행복은 멀리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가장 가까이에 있다. 우리의 몸을 먼저 살피면서 편안하게 하는 방법을 지금 바로 여기에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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