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영결식…10월 1일 삼천사서 초재

불교사회복지의 큰 어른, 길음당 제원 스님의 영결식이 9월 27일 거행됐다. 마지막까지 복지관과 남은 자산을 불교사회복지를 위해 써달라고 유지를 남긴 스님의 삶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불교사회복지의 거목 길음당 제원 스님의 영결식이 9월 27일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거행됐다. 1992년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을 개관하며 불교사회복지 초석을 놓은 제원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에 애도의 발길이 이어졌다.

1992년 길음복지관장 취임, 복지 진력

소외계층 보살핌 앞장, 포교대상 수상

남은 유산 모두 사회복지계에 남겨

이날 영결식은 삼귀의, 반야심경 봉송을 시작으로 분향과 약천사 주지 허정 스님과 학림사 회주 도원 스님으 헌공, 장례위원장 지원 스님의 행장소개,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의 조사,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및 김전민지 학생의 추모사와 추모편지 낭독, 사회복지법인 인덕원 이사장 성운 스님의 호상인사 등으로 진행됐다. 다비식은 벽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치러졌다.

불교복지계의 큰 어른 제원 스님은 어려서부터 어려운 이웃을 보면 돕는데 앞장섰다. 아버지가 경영하던 농기구 공장에서 자투리 목재를 밤에 몰래 가난한 집에 전하는가 하면, 구두닦기 소년들의 나무가방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한 사찰에서 고시공부를 하던 중 법당에 놓인 <초발심자경문>을 읽고 발심해 1970년 직지사 조실 관응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20여 년간 불교복지에 진력해왔다.

1980년 동국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를 수료하고 메릴랜드주립대 ‘MEI’를 수료했으며, 1990년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을 역임한 스님은 1992년 코오롱 그룹의 후원으로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을 건립한 이후 소외계층을 위한 행보를 더욱 넓힌다.

그 근간인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은 스님의 원력이 없었으면 탄생할 수 없었다. 조계종 사회부장 재직 당시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화두로 고민해온 스님은 복지관 건립을 발원했다. 어렵사리 구청을 통해 토지를 확보했지만, 건물 건립이 문제였다. 6개월 간 노력 끝에 코오롱 이동찬 회장을 만난 스님은 간절한 청으로 이 회장을 설득했다. 기업이 어렵다는 답변에도 스님의 기도발원 등으로 극적으로 후원이 이뤄졌고, 스님은 인부들과 함께 직접 건설현장에서 밤을 새워가며 복지관을 지었다.

사진은 길음종합사회복지관 개관식에서 서로 합장을 하고 있는 이동찬 코오롱 회장(사진 왼쪽)과 제원 스님. 1992년 소외계층을 위한 자비실천을 발원한 제원 스님이 이 회장을 설립해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을 건립한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탄생한 복지관을 바탕으로 스님은 △성북구 소년소녀가장 50명 ‘희망체험’(미국 서부 여행)사업 △‘무한도전 I Can Do’(저소득청소년 미래를 향한 유럽연수) 사업 △아동방과후 교실 개원 △길음노인주간보호센터 개소 △발당장애아동 사업 △기초푸드뱅크 사업 △노인일자리 사업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쳤다.

이밖에 워싱턴 법주사를 창건해 오늘날 미주포교에도 힘썼다. 제원 스님은 2013년 소외계층 보살핌과 포교에 대한 이러한 원력을 인정받아 제25회 포교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원 스님은 생전에 기록보다는 상대의 가슴에 추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도움을 주되 도움을 줬다는 생각조차 버려라’고 강조해온 스님은 모든 인연 닿음이 만행이며, 과거 현재 미래의 인연에게 간절해야 함을 강조했다.

법납 47세 세납 72세의 일기로 9월 25일 입적한 제원 스님은 ‘불현 듯, 갈길 다 하였네, 먼길 되돌아오니, 지금이 그 때일세, 산은 푸르고, 물은 흘러가도다’는 임종게를 남겼으며, 남은 것을 사회복지를 위해 써달라고 유지를 남겼다.

도반으로서 수십년간 함께 불교사회복지의 길을 걸은 사회복지법인 인덕원 이사장 성운 스님은 “불교 사회복지가 처음 걸음마를 할 때 제원스님이 선두 주자로 사회복지활동을 했다. 저소득과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손수 사회복지를 찾아가면서 하셨다”며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을 함께 도반으로서 운영을 해 왔기 때문에 더더욱 사회복지 동반자이자 수행자의 도반으로서 참 아쉬움이 많고 슬프기 그지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장민균 길음종합사회복지관장은 스님의 유지에 따라 불교사회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

장 관장은 “22년 전 스님을 모시고 처음 사회복지를 시작했다. 스님은 지역 주민들의 꿈과 희망을 북돋아주고 그분들이 세상을 희망차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해주셨다”고 말했다.

제원 스님의 초재는 10월 1일 서울 은평구 삼천사에서 봉행되며, 2재는 10월 8일 과천 안면암 포교당, 3재는 10월 15일 파주 약천사, 4재는 10월 22일 서울 삼천사, 5재는 10월 29일 양주 육지장사, 6재와 7재는 서울 삼천사에서 거행될 예정이다.(02)353-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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