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敎&SPORTS- 이제 스포츠 포교다

주5일 근무제 등으로 여가시간이 증가하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웰빙 열풍이 맞물리면서 한국인은 ‘건강’에 대해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건강과 함께 대두되는 레저 활동은 바로 ‘스포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6 국민생활체육 참여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1회 이상 규칙적인 체육 활동에 참여한 국민은 59.5%로 2014년 54.8%, 2015년 56%에 비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50~70대 장년·노령층의 체육활동은 다른 연령대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체육활동 인구 증가 추세지만
불교 스포츠 포교 인프라 저조
現 종책 ‘엘리트 체육’에 집중
생활체육분야 스님 원력 의존

개신교 80년대부터 선교 본격화
전문 법인 단체 등 체계화 이뤄

사찰 체육대회 불교 호감도 높여
지도자 양성·조직화할 법인 필요


이 같은 통계 결과는 현재 한국인이 자기 관리 차원에서 스포츠를 즐기고 있음 여실히 보여준다. 다시 말해 스포츠를 통한 포교는 불교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포교 계층’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스포츠 포교에 대한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도 있다. 올해 발표된 조계종 호법부 조사국장 지상 스님의 박사학위 논문 ‘스포츠 포교방법 연구’에 따르면 사찰에서 열리는 체육대회에 대한 홍보만으로도 스님과 불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 이는 일반인 4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얻은 결과이다.

이에 대해 지상 스님은 “사찰체육대회의 정보 습득만으로 불교 전반 이미지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스님의 이미지 또한 긍정적 인식 변화가 나타났다”면서 “사찰 주관 체육대회는 간접 포교 효과가 있음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연구 결과가 개신교에도 있다. 양웅비 씨의 전남대 박사학위 논문 ‘기독교인의 교회 내 스포츠 활동 참여와 교회·여가·생활 만족과의 관계’에 따르면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7곳 교회서 100명의 교인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기독교인들이 교회 내 스포츠 프로그램을 참여 빈도가 많을수록 교회와 생활, 여가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효과가 예상되지만, 한국불교 전반을 놓고 봤을 때 스포츠 포교는 불모지에 가깝다. 현재 조계종은 체육인 전법단과 체육인불자연합회를 중심으로 스포츠 포교를 진행 중이다. 체육인전법단은 매주 화요일 올림픽공원 선수법당에서 법회를, 매주 목요일 태릉선수촌 법당에서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체육인불자연합회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불자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불자 체육인 조직화에 힘쓰고 있다. 이밖에도 체육인 대상으로 한 템플스테이 등도 진행한다.

문제는 현재 스포츠 포교 종책이 사실상 ‘엘리트 체육’ 분야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신도나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생활체육’ 분야에 대한 포교는 여전히 관심있는 몇몇 스님들의 원력에만 의존하고 있다.

반면, 개신교계는 스포츠가 가지는 대중성과 파급력을 일찍이 파악하고 1980년대부터 전문 법인을 창립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대표적 단체가 (사)세계스포츠선교회다. 이들 단체는 1978년 태릉선수촌 신우회 조직부터 1987년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할렐루야축구단, 할렐루야 태권도시범단 등을 자체 조직으로 갖고 있으며, 분야별 대회 개최와 선수 육성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를 통한 선교로 유명하다.

또한 예장 소속 칼빈대의 경우 스포츠 선교학 전공을 별도로 개설할 정도로 스포츠 선교에 대한 학술적 인프라와 활용도도 높다. 이들은 스포츠 선교학 개론을 비롯해 관련 단행본, 학위논문, 학술논문 등 다양한 연구 성과들이 축적돼 있다.

불교계가 스포츠 포교에 대한 아예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다. 1986년 신문보도에는 “복싱으로 포교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대명 스님의 사연이 실렸다. 스님은 1995년 신인왕전에 출전했으나 8강서 고배를 마셨다는 보도도 있다. 태릉선수촌 불자모임인 한마음불자회가 창립된 것은 1987년이다.

종단적 관심은 2000년대 이후다. 2004, 2005년 불자대상으로 골프선수 박세리·축구선수 박지성 씨를 선정했으며, 2006년에는 월드컵을 앞두고 ‘스포츠를 통한 포교활성화 연구’를 주제로 제21차 포교종책연찬회를 개최했다. 2007년에는 체육인불자연합회가 2011년에는 체육인 전법단이 각각 창립됐다.

지난 10년동안 불자체육인 지원과 조직화를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2006년 포교종책연찬회서 이미 제시됐다.

당시 ‘스포츠를 통한 포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김창섭 경희대 강사는 법인화 된 스포츠 포교단체를 운영을 제안했다. 또한 ‘붓다 여가스포츠 연구원(가칭)’을 설립해 불교계 스포츠 포교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기획·홍보할 것을 방안으로 내놨다.

이어 △붓다스포츠 문화센터 건립 및 스포츠 동호인 클럽 육성 △연예인들로 구성된 불자스포츠부 결성 △일반학교 운동부와 자매결연을 통한 선수행 프로그램 운영도 스포츠 포교 방편으로 제시했다.

김 씨는 “불교계 기관 및 사찰, 불교대학에서 종목별 스포츠 지도자를 배출해 스포츠 포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공공기관에서 위탁하는 스포츠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태릉선수촌 선수 및 프로 스포츠 스타들에게 적극적인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스포츠 포교에 나서고 있는 스님과 실무자,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10만 1332곳의 체육 동호회·클럽에서 440만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2014년 기준) 생활체육인구를 불교 인구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종교성을 띠지 말고 순수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불교 팀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다음 단계로 생활체육활동 지원, 대회 개최, 우수선수 발굴 등의 일들이 이루어지면 포교활동은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달마배 스노보드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조계종 중앙종회 사무처장 호산 스님은 “최근 불교계가 종합복지관을 많이 수탁하고 있다. 복지관 안에는 헬스장 등 체육시설을 운영한다. 공간적 활용이 어렵다면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생활체육은 종목이 다양하고 접근성이 좋다. 시작만 한다면 분명 포교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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