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홍법사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선차아회

차를 따르는 시자의 움직임은 바람처럼 시원하고 막힘이 없었다. ‘청풍(淸風)’이란 다법의 이름을 따라 시자들은 마치 맑은 바람처럼 움직였다. 대중들은 차를 마시고 허리를 펴고 눈을 감았다. 한·중·일 국경을 넘어 모두가 하나가 되는 적정(寂靜)의 순간이었다.

한·중·일 세계 선차 교류의 장

잊힌 선차, 한국에서 선양해

대중 ‘청풍 다법’ 맞춰 선수행

선차, 종합 예술 문화로 발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앉았다. 차두(茶頭)는 숙우(熟盂)에 차를 내렸다. 법당은 차향으로 가득 찼다. 녹빛 선대(禪帶, 선원에서 쓰는 앞치마)를 입은 시자는 대중에게 차를 전달했다. 차를 따르는 시자의 움직임은 바람처럼 시원하고 막힘이 없었다. 청풍(淸風)이란 다법의 이름을 따라 시자들은 마치 맑은 바람처럼 움직였다. 대중들은 차를 마시고 허리를 펴고 눈을 감았다. 한·중·일 국경을 넘어 모두가 하나가 되는 적정(寂靜)의 순간이었다.

9월 23~24일 제13차 세계선차아회가 부산 홍법사에서 개최됐다. 선차를 하는 아름다운 모임, 선차아회는 한국국제선차문화연구회(회장 최석환)와 (사)한맥인터코리아(대표 김민성)가 주최했다. 선차아회는 차를 도구로 선 수행을 이어가며 선문화를 전하겠다는 의지로 2013년부터 진행됐다. 1회는 2013년 11월 송광사에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이 다함께 차를 마시고 선차 수행을 한 것이 시초가 됐다.

제13차 세계선차아회 개막식 식전 공연에서 중국팀이 선차를 선보이고 있다.

행사는 한국, 중국, 일본의 다도를 소개하고 학술대회를 통해 선차의 의미 및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열렸다.

개막식에서 중국팀과 한국팀의 숙우회가 선차를 선보였다. 숙우회는 현로(玄路) 다법을 시연했다. 차두가 우린 차를 대중이 들고 나와 부처님께 헌다하고 차를 마시며 입정에 드는 과정을 다법으로 설명했다.

김해시는 홍법사에 김해 장군차 나무를 기증했다. 홍법사는 차문화 진흥에 앞장설 것이라 밝혔다.

개막식은 내빈 소개 및 인사말 축사 순으로 진행됐으며 김해시는 가야 장군차 묘목을 홍법사에 증정했다.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은 “세계인을 선차로 결집한 선차아회”라며 “부산 경남권 아시안 게이트웨이의 관문인 홍법사에서 한·중·일 대만팀 등 동아시아 국가가 모여 차와 함께 자리를 열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대표 다인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커우단 중국차 연구가는 “선차 정신을 선양하자”며 “평화와 선량, 관용으로 지구촌 곳곳을 채우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쿠라자와 유키히로 교토대학 심차회 회장은 “인종과 국가를 넘어 협력하고 차의 정신을 생각하자”고 축하했다.

이후 ‘천년 한국차의 비전’이란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학술대회는 △동아시아 선차문화의 미래(현봉 스님) △동아시아 선차문화의 확립과 한국선차문화의 현실(최석환 회장) △다선일미, 차명상법 제시와 그 효과에 대한 시범적 연구(지운 스님) △추사의 다도(이희재) 등 한·중·일 차 전문가 15명이 발표에 참여했다.

현봉 스님(前 송광사 주지)은 “세계 한류 문화 가운데 선차도 한류의 중심으로 세계를 이끌고 있다”며 “선차아회 행사를 통해 서로 교류하며 문화를 선양한 결과, 중국 선차는 입식이 아닌 좌식으로 한국 선차 문화를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차는 종합예술 분야로 발전해 진정한 일상다반사를 이끌어 내는 정신문화로 거듭 성장 중이다. 미래는 차정신 문화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환 회장은 “20년 전 국제 차계에서 한국 선차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작았다”며 “그러나 세계에서 잊힌 선차 문화를 깨운 사람이 한국인이며 그 문화 영향을 중국과 일본에서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차아회는 △사찰음식 식사 △찻자리 선언 △칠현금·수정발 연주 △한·중·일 특별 차시연 △모듬북과 필묵의 향연 △통도사 학춤 △홍법 문화힐링 음악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아울러 일반 대중을 위해서 50인의 찻자리가 열렸다. 한마음선원 부산지원 선다회, 명원 부산다도문화원 부산지부, 가야차인연합회 등 전국에서 활동하는 차인들이 화려한 찻자리를 꾸려 풍성함을 더했다.

한마음선원 부산지원 선다회 등 전국 차인들은 화려한 찻자리를 꾸려 풍성함을 더했다.

홍법사를 찾은 시민들은 차 문화를 통해 알게 된 선차의 세계가 알면 알수록 깊고 놀랍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시연(44·부산 연산동) 씨는 “선차 다법을 보니 불교 선수행 문화를 보는 것 같았다”며 “사실 불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용어도 많았는데 설명을 들어보고 그 깊은 내용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세계선차아회는 선차 수행을 목적으로 개최됐다. 2013년 11월 송광사를 시작으로 양평 용문사, 중국 난창, 한국 장흥 보림사, 일본 교토 등 12회에 걸쳐 개최됐다.
 

어려운 이 단어, Click!

차두(茶頭) 차를 우리는 사람
숙우(熟盂) 탕관에서 끓인 물을 옮겨 차를 우려내기에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식힘 그릇.
선대(禪帶) 선원에서 쓰는 앞치마. 좌선할 때 허리에 감거나 무릎을 묶어 기운을 돕도록 하는 끈을 일컫기도 함.

 

Interview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

 

“선차 문화, 포교 가능성 발견”

“선차를 직접 체험해보니 현대인에게 선차를 도구로 수행을 소개하고 더욱 친숙하게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차와 수행을 접목하는 새 분야, 선차를 불교에서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발전하도록 도와야합니다.”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사진〉은 “선차아회를 통해 수행과 불교문화를 전할 도구로 선차를 새롭게 발견한 계기였다”며 “연구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다선일미라고 오래 전부터 불교계에서 말을 해왔지만 수행과 차를 접목하는 하는 역할은 한국불교에선 약했습니다.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하고 이끌어 갈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금도 커피로 흘러가는 한국 불교문화 속에 이런 선차아회 행사는 선차를 홍보하고 차 문화 저변 확대를 이끄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심산 스님은 “홍법사에 차 나무를 심고 차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며 발전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김해 장군차를 심어 상징적으로 한국불교 전통을 잇는다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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