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박사학위를 받기 전까지 잠깐의 백수생활을 할 때였다. 마침 내가 머물던 곳 바로 가까이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스님께서 주지 소임을 맡고 계신 조그마한 절이 있었다. 덕분에 거의 날마다 찾아가서 짧게나마 관세음보살님의 명호를 부르며 기도하는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지 스님께서 절에 특히 남성 신도가 적으니 간부를 맡아 사찰일 좀 거들어 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러고 보니 절에 주로 나오는 신도님들의 연령대는 50~60대가 많아서 어린이반을 제외하면 내가 가장 ‘젊은이’였다. 그래서 딱히 ‘간부’라기보다는, 때마침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올 때라 일손도 부족했기에 나는 스님 말씀대로 좀 더 자주 절에 나가며 간부님들의 일을 도와 드리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보니 정작 ‘젊은’ 나는 지치는데 신도님들은 모두 지극한 불심으로 절일을 자신의 것처럼 여기며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하셨다. 그런 모습에 숙연해짐과 동시에 불자인구 300만 명 감소 시대의 숙명인지 ‘절에 젊은 신도가 이렇게 없어서야!’ 하는 안타까움을 피부로 느꼈다. 불교가 그렇게 좋은 거라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좋아야 할 텐데 왜 젊은이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걸까?

작은 사찰들은 연령대별로 구분해서 법회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이 부모님 따라 어쩌다 절에 한번 와도 불교에 대해 딱히 공감할 바도 없고, 또래도 없으니 오래 머물러 있지도 않는다. 결국 법회 때도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다가 법회가 끝나면 친구를 만나러 급히 떠나는 게 일이다보니 두 번 다시 절에 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재미가 없어서일 것이다.

언젠가 한 번은 꼬맹이 조카 녀석을 데리고 절에 간 적이 있었는데 녀석 왈, 불화 속 주인공들(신중님들)이 너무 무섭다나…. 녀석에게는 절이라는 곳이 TV에서 봤던 무속인들의 집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 두 장소를 동일시하는 듯했다. 나름대로 불교를 전공한 삼촌이니 꼬맹이에게 아주 쉽게 불교와 무속의 차이를 설명해 준 것 같은데-물론 쉽지는 않았다- 녀석 역시 두 번 다시 나를 따라 절에 가기를 거부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나는 이번 학기 ‘불교철학과 대중문화-영화로 불교 읽기-’라는 강의를 개설하게 되었다. ‘영화를 통해 불교 이해하기’는 어찌 보면 흔한 방법론일수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젊은 학생들이 불교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 끝에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 개설한 과목이다.

학문 탐구에 대한 열정인지 혹은 영화를 보며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 많은 학생들이 수강 신청하는 바람에 분반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난 첫 시간부터 오직 하나만 다짐했다. 무조건 ‘재미있게’ 강의하리라, 20대에게 불교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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