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년·원효 탄생 1400년
손원영 교수 등 종교평화예술제 연다

훼불행위로 파손된 법당을 돕기 위해 모연에 나섰다가 소속 대학에서 파면 처분을 당한 손원영 서울기독대 신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종교공존을 위한 평화예술제를 연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과 원효대사 탄생 1400주년을 맞아 각 교단과의 연계 없이 풀뿌리 종교평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한다는 복안이다.

손원영 교수 불법파면 시민대책위원회와 (사)한국영성예술협회, 마지 아카데미는 10월 13~14일 서울 경동교회와 정법사에서 이 같은 주제로 종교평화예술제를 개최한다. 첫날 오후 2시에는 경동교회 장공채플서 ‘종교개혁을 함께 생각한다’는 주제로 각 교계 학자들이 루터·원효에 대해 개혁을 논한다. 불교계서 이도흠(한양대)·이찬훈(인제대)·박병기(한국교원대) 교수가, 기독교계서 이정배(현장아카데미)·백소영(이화여대)·황경훈(가톨릭 우리신학연구소) 박사가 참여한다. 사회는 이찬수 서울대 교수가 맡으며, 금선사 주지 법안 스님이 축사를 한다.

둘째 날 오후 2시 정법사 마당에서는 ‘종교평화콘서트’가 열린다. 연출은 조성진 한국영성예술협회 예술감독이 맡으며, 종교색채를 최대한 배제한 공연으로 종교 공존의 의미를 전할 계획이다. 범패로 공연이 시작되며 조각보 춤과 퍼포먼스, 패치워킹 댄스 등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조 감독이 선보이는 몸짓 ‘원앙부인의 꽃밭’은 월인석보에 나오는 ‘원앙부인 본풀이’를 모티브로 해 무속·불교·기독교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종교평화예술제를 준비하는 사람들. 왼쪽부터 조성진 예술감독, 김현진 마지 대표, 손원영 교수, 오범석 시민대책위 총무.

9월 28일 기자간담회서 손원영 교수는 “루터와 원효대사 두 분의 공통점은 개혁가라는 점이다. 한국기독교와 불교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쳤지만 후학들이 서로를 배울 기회가 없는 것 같아 자리를 마련했다”며 “교단과의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이웃종교와의 우정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소속 대학에서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그가 이 같은 예술제를 준비한 이유는 또다시 ‘종교평화’였다. 손 교수는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투쟁이라도 하면서 항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하지만 그건 종교평화를 위한 일 때문에 벌어졌기 때문에 해결방법도 가능하면 평화적이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예술에 관심이 많고, 이를 통해 종교문제를 공론화해 시민들에게 공존의 필요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마임전문가 조성진 감독은 머리만이 아닌 몸을 통한 일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감독은 “종교평화를 머리나 말로만 하면 되레 갈라지기 쉽다. 하지만 춤과 같이 몸으로 나누면 배타적인 문화를 뛰어넘을 수 있다”며 “인정하기 힘들다면 혐오는 하지 말자. 몸으로 느껴 함께 살 수 있는 이웃이라는 걸 이해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술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주최 측은 예술제를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매년 열어 서로의 종교를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별도의 소셜펀딩을 통해 종교공존을 사회적 이슈로 끌어내고, 펀딩 참가자를 위한 리워딩 공연도 11월 개최할 예정이다.

김현진 마지아카데미 대표는 “불교와 기독교라는 카테고리보다는 종교가 어떻게 대중과 살아갈 것인지 화두를 던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종교 각각의 색깔을 잃지 않은 채 평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또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함께 즐기는 놀이로 승화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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