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은 서울노인영화제

“우리 엄마 모시고 진작 올 걸 그랬어요. 엄마, 이따 저녁에도 보러 올까?”

서울노인영화제를 처음 찾은 주민들의 목소리에 낯선 영화에 대한 반가움과 고마움이 물씬 묻어 나온다.

노령인구 증가란 화두를 안고 있는 우리시대, 어르신과 가족이 함께 즐기는 문화축제인 서울노인영화제가 10돌을 맞았다. 불교계 복지기관인 서울노인복지센터(센터장 희유)가 주최하는 서울노인영화제는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시청 다목적홀과 서울역사박물관, CGV피카디리 및 대한극장 등에서 막을 올린다. 서울노인영화제는 최근 국제영화제로의 확대도 꿈꾸고 있다.

10주년 맞은 서울노인영화제

10월 25일 개막… 42개 작품 상영

서울노인영화제는 2008년 처음 시행된 사업으로 영화를 매개로 어르신들에게 주체적으로 주도적인 문화 콘텐츠 생산의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됐다. 또 지역주민들에게는 어르신들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고민의 기회를 제공하여 그들의 문화와 시선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고 공유해 공동체를 이루도록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직접 영화감독으로 나설 뿐만 아니라 자원활동가, 영화해설가(도슨트), 평론가, 배우 등으로 활동해 반응은 뜨겁다.

2008년 첫 영화제에는 38개 영화가 출품, 21개가 상영됐으며 총 2500여 명이 참여했다. 매년 참가폭이 증가했다. 지난해 열린 9회 영화제에는 189개 출품작이 경쟁을 벌여 39개 작품이 상영됐으며, 총 3777명이 참여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측은 올해 대회에는 196개 출품작, 42개 상영작에 총 40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전 영화제와 달리 본선에 진출한 42편중 노인 감독 18편이나, 청년감독의 작품은 무려 24편으로 이전보다 그 수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노인만이 영화제에 출품하며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세대가 노년에 대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영화로 표현하려는 문화가 많이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영화가 주로 상영된 탑골영화관 누적관람객만 1만 8328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상영된 이후 이슈를 만든 작품도 상당수 된다. 초청작으로 상영된 ‘와인할매’와 ‘문디’는 어르신을 주제로 한 젊은 감독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평가됐다.

서로 다른 세대의 눈으로 본 ‘노인’과 사회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노년’을 다양한 각도, 자신의 입장에서 영화로 풀어낸 서울노인영화제에서는 영화를 통해 노인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청년의 미래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게 바로 우리 노인들이 봐야 할 영화야. 젊은이들이 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우리도 잘 살지 않겠어?”

서울노인영화제를 준비하는 김영춘 어르신은 영화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런 영화제 진작 하지 않았느냐며 애정 어린 잔소리도 나온다.

“올해 열번 째인데, 꼭 보러 오세요!”

열 번째를 맞는 서울노인영화제는 모든 부분에 있어 확 바뀌었다. ‘노인들이 만든 학예회 같은 단편들이겠지’란 편견은 오산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측은 “서울노인영화제는 지나간 세월의 우리 주변 어르신들에 대한 재발견”이라며 “남녀노소가 모두 한데 어우러지는 장으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노인문화 소개

서울노인영화제는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에서 전국 단위로 다양한 세대가 노년을 주제로 한 영화를 출품되고 있다. 일본, 필리핀, 홍콩, 대만, 태국뿐만 아니라 칠레, 이란, 뉴질랜드 등의 동시대 노년의 풍경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며 질적으로 확장된 영화제를 구성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서는 해외영화 섹션을 신설해 Senior, Youth, 특별장편 부문으로 구성했다. Youth 부문은 청소년 세대가 바라보는 삶의 신선한 순간들을 영화를 통해 체험할 수 있게 마련하였고, Senior 부문은 노년들의 멜로드라마와 영상으로 삶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을 다루는 작품이 선보인다. 특히 9회 서울노인영화제 홍보대사인 방송인 마크 테토가 10월 27일 태국 티 타왓 감독과 대만 리엔 지엔홍 감독 등과 관객과의 만남을 진행한다.

 

노인이 되어가는 우리의 자화상

올해도 각계의 관심을 모으는 작품들이 출품됐다. 지난 해 출품해 화제가 되었던 이체 감독의 〈엄마의 편지〉 뒷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노인을 위한 영화는 있다〉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영화가 어떤 서사 속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 영화 구성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조완식 감독의 〈가을 愛〉는 어르신이 직접 든 카메라가 어떤 상상을 포착하고 있는지 새로운 느낌을 전달할 것이다.

이 외에도 〈수평선〉, 〈날아라 할배〉는 청년들이 바라보고 있는 세대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각기 다른 연령대가 공감과 고민을 확인하는 순간은 과거와 현재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이 될 것이다.

 

‘죽음’ 논의의 장 활짝

이밖에 이번 노인영화제에는 ‘Know-ing’ 섹션이 도입된다. ‘노인’이라는 말과 발음이 유사한 ‘Know-ing’은 ‘무언가를 계속 알아가는 중’이란 뜻이다. 어르신들이 영화를 통해 공부하며 노년의 성장을 일궈가는 삶을 보여준다.

신나리 감독의 사라진 건물들 속에서 죽음을 다루는 장의사의 이야기를 묵직한 시선으로 담아낸 〈천국장의사 그리고 봄〉, 짧지만 강렬하고 인상적인 영화적 순간을 보여준 신예 문성권 감독의 〈일행〉, 한 경찰이 영정사진을 찍는 활동을 주시하며 죽음을 행복한 순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끌어내는 신영환 감독의 〈행복한 사진사 이야기〉가 상영된다.

이밖에 일반인 시니어 홍보대사인 ‘시스타(SISFF+STAR)’ 고광애 노년 전문 작가가 죽음을 주제로 독서모임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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