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출범 5주년… 각계각층 박수 세례

사회노동위는 창립 5주년 기념식을 9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2012년 8월 ‘노동위원회’로 출범
5명 스님, 작은 책상 하나로 시작
세월호ㆍ성소수자 등 반경 넓히며
2015년 12월 ‘사회노동위’로 개편
“종단 기구 활동ㆍ기동력에 놀라”

차별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부처님 자비와 평등 정신으로 다가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출범 5주년을 맞았다.

사회노동위는 2012년 8월 쌍용차 노사 문제 등 노동 현안을 다루기 위해 ‘노동위원회’로 출범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조계종 내 노사문제를 다루는 기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이 계기가 됐다.

창립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5명의 스님들과 13명의 재가 집행위원들은 쌍용차 해결을 위한 매일 1,000배, 100일 기도에 돌입했다. 노동위는 노동 현안에 참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세월호 참사ㆍ성소수자 등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굳이 활동 분야를 꼽자면 ‘사회적 약자, 핍박받는 자들이 있는 곳’이었다.

이에 2015년 12월부터는 ‘사회노동위’로 확대 개편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송파세모녀 추모제’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오체투지’ ‘위안부 피해자 수요시위 주관’ ‘성소수자 퀴어문화축제’ 등 반경을 넓혀갔다. 현재는 실천위원 스님 20명과 재가 집행위원 15명이 활동 중이다.

작은 책상 하나를 유일한 살림살이로 시작했지만, 5년이 흐른 지금 사회노동위는 불교계 뿐 아니라 전(全) 사회가 주목하는 대사회적 기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단 기구임에도 불구, 사회에 제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스님들이 ‘투쟁’이라 외치며 기꺼이 현장에 뛰어든 점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은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회노동위 5주년 기념식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마지막 순서로 준비된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무대를 즐기고 있다.

“약자 있는 곳엔 항상 사회노동위가”
“이웃종교인으로서 사회노동위를 존경하면서도 부러워한 이유는 늘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기동력이었습니다. 약자가 있는 곳에 항상 먼저, 그리고 함께였습니다. 앞으로도 부처님의 자비를 널리 알리길 바랍니다.” -정수용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사회노동위는 저희가 찾기 전에 늘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없이 늘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나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국장

그동안 현장에서 사회노동위와 인연을 맺은 노동자, 장애인, 세월호 유가족, 성소수자, 이웃종교인들은 그동안 사회노동위 활동에 대해 “항상 약자와 함께였다”며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에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사회노동위는 창립 5주년 기념식을 9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그동안 분야를 막론한 사회 활동을 펼친 만큼 이날 자리에는 세월호 유가족,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동물복지케어, KTX여승무원,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50여 단체 회원들이 참석해 5주년을 함께 축하했다.

박소연 동물복지케어 대표는 “사회노동위를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말, 가금류 생매장 반대 기자회견 현장이었다. 스님들은 인간 뿐 아니라 동물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항상 함께해주셨다”면서 “사회노동위를 보면서 ‘한 종교집단의 조직이 이런 활동력을 보여줄 수 있구나’라며 감탄한 적도 있다. 앞으로도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더 큰 자비심을 내주실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2014년 4월 사고 발생 시부터 줄곧 곁을 지켜온 사회노동위에게 감사를 표하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5명의 미수습자를 포함한 희생자들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세월호 인양 전까지 수습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단원고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몇 년을 공포에 떨었는지 모른다. 억울하고 분해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기에 버틸 수 있었다”면서 “특히 양한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님은 항상 괜찮냐 묻고 손을 잡아주셨다. 또 배를 타고 해역에 나가 기도해준 스님들에게도 감사하다”고 하며 눈물지었다.

또한 세월호 기간제 교사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 씨는 “사회노동위와 함께 2년 전 딸의 순직인정을 촉구하며 조계사 앞에서부터 정부청사까지 오체투지를 했다. 그 때 정말 큰 힘이 되고 고마웠다”면서 “미수습자 5명도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회노동위원장 혜용 스님.

혜용 스님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사회노동위의 앞으로 5년, 10년에도 끝까지 함께해줄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사회노동위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우리가 사회 곳곳의 더 많은 소외계층 및 약자와 함께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