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위기의 금강대, 선결과제는?

지난 7월 ‘막말 파문’ 총장의 사퇴 이후 천태종립 금강대 총장 공석이 장기화되고 있다. 내년은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여서 1주기 평가 D등급을 받은 금강대는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이에 본지는 신임총장 선출에 앞서 금강대 현주소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를 짚어봤다.


진로·취업지도 밀착 관리 要
금강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학제가 변경됐다. 정병조 4대 총장은 2014년 4월 임기 말미에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입학정원을 165명에서 145명으로 감축하고, 4개 학부 9개 학과를 2개 학부 6개 학과로 개편했다. 하지만 2015년 한광수 5대 총장은 취임 후 4개 학부 10개 전공으로 변화를 줬다. 당시 정보과학부 컴퓨터학전공 신설은 내부적으로도 반발이 많았으나 관철됐고, 교육부 컨설팅서 지적을 받아 결국 1년 만에 폐과됐다. 이어 한 총장은 2016년 다시 2개 학부로 개편, 전공 개념을 없앤 ‘자율융합전공’ 체제로 바꿨다.

문제는 ‘전공필수’ 강의를 설정하지 않아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특정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관련 강의를 들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졸업에 필요한 학점만 채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A교수는 “자율전공으로 인해 대학교육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잃고, 몇몇 교수들의 시수만 늘어났다”면서 “고교 교사들 사이에서 (금강대에) 학생을 보내면 안 되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매우 우려스런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3년동안 학제개편만 세 차례
전문성 낮고 학생 혼란 가중
강의평가 결과 공개 안 되고
‘교수활동’ 학생 만족도 낮아

타 대학 신뢰도 높이기 위해
강의평가 결과 재학생에 공개

결국 학제 혼란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재학생들에게 돌아갔다. 변경된 학제에 대한 세부 매뉴얼조차 마련되지 않아 학생들이 갖는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소해주지 못한다는 게 주된 평가다.

한 재학생은 “자율전공제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를 실행할 대학 역량이 있는지 모르겠다. 구체적인 정보공유도 부족해 학제에 대한 설명이 관계자마다 다르다”며 “사전에 시뮬레이션 된 건지 의문스럽다. 학제를 세세하게 알려줄 전담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금강대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고자 소규모 대학 특성에 맞는 학생지도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최소 수강인원이 5명일 정도로 적기 때문에 집중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원식 인재관리처장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당장 학제를 개편하긴 어렵다. 따라서 진로나 취업에 대한 지도를 강화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게 우선”이라며 “재학생이 원하는 진로에 맞춰 어떤 지원을 뒷받침할 것인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천태종립 금강대학교 전경.

강의평가 피드백 없어
하지만 이보다 큰 문제는 학교 규정상 강의평가에 따른 교원 불이익이 없어 강의수준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시간강사의 경우 강의평가 점수가 낮으면 위촉을 제한할 수 있으나 전임교원에 대한 업적평가규정 내 배점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학부교육선도대학협의회가 전국 108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 학부교육 실태조사(K-NSSE)’에 따르면 금강대는 ‘효과적인 교수활동 인식’ 부문서 전국 평균을 한참 밑도는 재학생들의 평가를 받았다. 다른 부문이 평균값 또는 그 이상인 것과 대비된다. 즉 △수업 목표 △쉽고 체계적인 설명 △과제에 대한 피드백 등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는 올해 1학기 총학생회 대의원회의서도 언급됐다. 전반적으로 전임교원 강의에 대한 만족도가 좋지 않았고, “옛날식 강의다” “녹음파일을 틀어주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2015년 학교 측이 교원업적평가규정에 추가한 ‘학부 학생만족도 설문조사’는 모든 문항을 ‘불만족’으로 답해도 교수가 만점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대학 관계자는 “구조개혁평가 때문에 급하게 만든 것이라 이상한 부분이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강의평가 공개로 신뢰를
따라서 금강대는 맞춤형 취업·진로지도, 강의평가에 따른 교원관리를 통해 재학생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과제로 꼽힌다. 타 종립대학의 경우 오래 전부터 강의평가 결과를 재학생에게 공개하고, 교원과 학생 의견을 받아 평가제도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2008년 전국대학 최초로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한 조계종립 동국대는 수강신청 이전에 각 강의 교수에 대한 평가결과를 학생들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강의규모·수업유형별 등으로 구분해 강의평가를 실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동국대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따라 ‘교수의 차별적 발언’ 등 인권 관련 문항을 추가하는 등 강의평가 제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각종립 위덕대도 강의평가 결과를 재학생들에게 공개한다. 이 결과는 교원업적평가에 크게 반영되진 않지만 해당 강의평가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학생들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담보된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금강대는 학생들에게 강의평가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김의찬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에 평가결과 공개를 요청해봤지만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선 학생 만족도가 우선돼야 한다”며 “학생회 차원에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자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창남 총장직무대행은 “타 대학처럼 표본이 많지 않아 수강생 4~5명의 평가결과에 대한 신빙성 문제가 있다. 문항 수정도 필요해 당장 반영하긴 어렵지만 학생회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