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드래곤볼의 에네르기와 나루토의 차크라

어릴 적 우리들의 동심을 자극했던 볼거리 가운데 ‘드래곤볼’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외계에서 온 꼬리달린 ‘손오공’의 성장과정을 그린 작품이었다. 1986년 첫 작품이래로 Z(제트), GT 등 시리즈물로 이어지며 최근에는 ‘드래곤볼 슈퍼’까지 나올 만큼 애니메이션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거북이 등껍질을 이고 다니는 무천도사, 소림사에서 도망 나온 동자승 크리링, 드래곤볼 레이더를 만든 똑똑한 소녀 부르마, 날렵한 청년 야무치, 대마왕 피콜로, 사이언인 왕자 베지터, 눈 3개 달린 천진반 등 친근한 캐릭터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당시 단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고, 지금의 ‘뽀로로 대통령’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
 

손오공 성장과정 다룬 만화 ‘드래곤볼’
내 안의 7개 차크라 찾는 과정 아닐까
차크라 활성화되면 내면 에너지도 UP
존재 실상 알아차려 일깨우는 것 중요


스토리 전개는 대략 다음과 같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7개의 드래곤볼을 모으면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는 신용(神龍)이 나타난다. 신용에게 소원을 빌면 죽었던 사람까지도 살고 파괴된 행성도 그 이전 상태로 복구시킬 수 있다. 따라서 7개의 드래곤볼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그것을 지키거나 확보하기 위해 누군가와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여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이 만화는 사실 동양의 오랜 신앙 가운데 하나인 북두칠성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칠월 칠석(한국ㆍ중국에서는 음력 7월 7일, 일본에서는 양력 7월 7일)이 되면 견우성과 직녀성이 이어지는 오작교가 생기는데 하늘에 펼쳐진 은하수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도 절에 가면 칠성각이 있어서 칠성신(七星神)을 모시고 기도를 한다. 강남 봉은사도 오래 전부터 북극보전이 영험하기로 소문이 나있어서 기도하러 오시는 분들이 발길이 끊이질 않을 정도다. 거기에는 칠성도(七星圖)가 봉안되어 있는데, 흰 소가 끄는 마차 위 연화대좌 위에 결가부좌하고 있는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가 중앙에 모셔져 있다.

이렇듯 소싯적 재밌게 봤던 만화가 우리의 삶, 그리고 수행과 많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될 때 흥미를 느낀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7개의 드래곤볼을 모은다는 것은 우리의 실제 삶에 비추어 봤을 때 어떻게 관련지어 볼 수 있을까?

‘7’이라는 숫자가 가진 상징성을 알아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양에서는 7이라는 숫자를 럭키세븐(Lucky Seven)이라고 하며 행운을 나타나내는 의미로 여긴다. 동양에서는 7수가 하늘에 떠있는 북두칠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동서양 모두 일주일을 7일로 나누어서 쓰고 있다.

여기에 동양철학의 기본 바탕이 되는 음양오행의 이치가 담겨있다. 일요일(日曜日)은 태양이고, 월요일(月曜日)은 달이므로 각각 양(+)과 음(-)을 의미한다. 화요일(火曜日)은 불, 수요일(水曜日)은 물, 목요일(木曜日)은 나무, 금요일(金曜日)은 돌과 금속, 토요일(土曜日)은 흙을 의미하므로 오행(五行)이 된다. 태어나면서 정해진다는 사주팔자는 우리의 운명에 대한 이치라고 하여 명리학(明理學)이라고 한다. 엄마 태중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올 때 탯줄을 끊게 되면 그 당시의 천지기운이 안으로 들어와 아이의 운명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특히, 하늘에 떠 있는 해와 달(음양, 陰陽) 그리고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오행, 五行)의 기운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서양의 점성술도 하늘의 별을 보고 별자리를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을 보면 많은 부분이 통한다.

하늘의 7개의 별이 우리 안에 들어온 것이 음양오행의 이치이고 우리의 삶의 토대가 된다면 이것을 우리 안에 있는 7개의 차크라(Chakra)와 연결해 보면 어떨까? 모든 음기(陰氣)가 모인다고 하여 회음(會陰)이라고 불리는 1번 차크라(항문과 생식기 사이에 위치)는 달을 상징하고, 하늘의 백가지 기운(氣運)이 모여 백회(百會)라고 불리는 7번 차크라는(머리의 정상, 정수리에 위치) 해를 뜻한다. 그리고 2번부터 6번까지는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으로 그 성질을 대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드래곤볼을 찾는 것은 ‘내 안의 7개의 차크라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신용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듯이 7개의 차크라를 모두 발견하고 활성화시켰을 때, 내가 원하는 뜻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실제로 인도의 요가사상에서는 1번 차크라(회음 또는 성性-센터)에 쿤달리니(성에너지)가 뱀이 똬리를 틀듯이 응축되어 있다고 한다. 수련을 통해 7개의 차크라가 모두 열리면 그 뱀으로 상징되는 쿤달리니의 에너지가 자유롭게 되어 용이 승천하듯 척추를 타고 올라가 7번 차크라인 백회를 통해 하늘로 승천한다는 것이다. 하늘로 승천한 에너지는 영적인 에너지를 머금고 다시 백회를 통해 들어와 내 아랫배 2번 차크라 단전(丹田)에 안착한다. 그 곳에 모인 충만한 에너지는 내 존재 전체 온몸 구석구석을 돌며 기혈(氣血)의 순환을 돕는다. 비유컨대 하늘로 승천한 용이 물고 들어오는 것이 여의주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 ‘나루토’에서도 차크라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고급 기술을 쓰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차크라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스스로를 각성해야 한다는 맥락이다. 드래곤볼에서 기를 모아서 에네르기파라는 장풍(掌風)을 쏘는 이치와 비슷하다. 에너지(Energy)를 일본에서는 ‘에네르기’라고 발음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삶에서 에너지를 체험한다. 누군가에게서 아우라(Aura)가 느껴진다거나 포스(Force)가 있다거나 할 때에도 상대방의 에너지에 대한 반응을 받아들인 것이다. 실생활에서도 기분(氣分)이나 분위기(雰圍氣)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표현을 쓴다. 동양에서 이야기하는 기(氣)를 서양에서는 에너지라고 쓰는 것뿐이다. 또한, 자연철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에테르(Ether)가 이 우주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고 보기도 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분위기와 기운을 가진 사람을 일명 ‘에테르를 풍기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의 체험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명상을 하면서 이러한 에너지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의 에너지가 보이고 느껴졌다. 그리고 7개의 차크라가 활성화 되며 에너지가 흐르는 체험도 했다. 그동안 가졌던 ‘물질 중심적 사고’에서 ‘에너지 중심적 사고’로 바뀐 것이다.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했던 내가 보이지 않는 가치와 실존에 대해 실감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신비체험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핵심은 우리의 관점과 가치관이며 존재의 실상을 느끼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니 예전에 그냥 가볍게 여기던 것들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만화를 그냥 재미로 봤지만 지금은 작가의 우주관과 철학, 소재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는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얼른 7개의 차크라, 7개의 드래곤볼을 모두 찾아 소원을 빌어야 하겠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드래곤볼 레이더망을 키워 내면의 차크라를 탐색하고 마음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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