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환 스님, 구술 회고록·선 관련 저서 등 발간

9월 8일 경국사에서 열린 회고록과 저서 봉정법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서 인환 스님이 책 발간 소회를 밝히고 있다.

1951년 1.4후퇴가 한창인 원산항. 허리가 묻힐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19세 청년의 가족도 원산항에서 군함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배는 없고 사람은 많은 상황. 어머니의 요구로 먼저 배에 오른 형을 따라 군함에 겨우 올랐다. 이후 강원도 묵호를 거쳐 형과 함께 우여곡절 끝에 부산서 피난생활을 하게 된다.

청년에게 피난처 부산은 마치 아수라 세계와 다름이 없었다. 그러던 중 만난 노보살에게 지금껏 봐왔던 피난생활의 참상을 이야기했다. 경청하던 노보살의 말은 이랬다. “지금 심경이 그렇거든 어떠나? 불도를 닦아볼 생각 없느냐?”

그러고는 10일 말미를 주었다. 청년은 고민했다. 한 번도 고민했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0일 뒤 보살이 전화로 다시 물었다. “그래, 학생 결심이 섰나?”

청년은 주저할 것이 없었다. “예, 할머니따라 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그 길로 출가 사문의 길을 흐트러짐없이 걸었다. 바로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동국대 명예교수, 경국사 한주인  인환 스님의 출가 전 이야기다.

2011년 불교학술원장 재직 시
최동순 교수 제안해 1년간 구술
원산 피난부터 행자·유학 시절 등
스님의 솔직한 일생 일화들 담겨
정화·포교 등 현대사 현장 확인돼
발간한 회고록·저서 법보시 계획


노보살의 인연으로 당도한 부산 선암사에서 불연을 맺은 스님은 어느덧 법납 67년, 세납 87년의 종단 원로가 됐다. 이같은 스님의 이야기는 최근 제자들의 도움으로 발간한 구술 회고록 〈나의 발심수행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환 스님의 구술 회고록 〈나의 발심수행장〉은 2011년 불교학술원장으로 재직 시 제자 최동순 연구원의 제안으로 구술한 생애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최 연구원은 인환 스님을 2011년 10월부터 2012년 9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에 2시간 씩 인터뷰했으며, 이를 모두 영상으로 촬영하고 녹음했다. 총 27차례 구술 녹취작업이 이뤄졌고, 이를 원고로 옮긴 분량은 약 4천여 매 이상이 됐다. 이후 구술 녹취록을 기초로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윤문과 기획을 담당해 회고록을 편찬하게 됐다. 

인환 스님의 구술 회고록 <나의 발심수행장 上·下>과 해설서 <증도가>, 원고를 모은 <선리참구>의 모습. 스님은 이를 법보시할 계획이다.

근현대 노스님들에 대한 구술사 정리는 한국불교 현대사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고 연구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환 스님의 구술 회고록은 불교 현대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갖는다.

실제 원산 유년기 생활과 부산 피난 시절과 선암사 생활, 그리고 1950년대 해인사와 통도사의 강원생활 등은 당시 대중 생활이 어떠했는지를 단면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전쟁 직후에 겪은 사중(寺中) 이야기들은 매우 생생하다.

“이후 휴전협정이 됐지만, 그런 시대이니까 선방에서 참선하는 이들도 그 마음가짐이 아주 특별했어요. 우리가 출가해서 이렇게 좌선 정진 수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사일대사를 판단하기 위한 것인데. 이렇게 국가와 민족 모든 사람들이 백척간두에 있을 이럴 때에 참으로 우리들도 목숨을 걸고 참선 수행을 해야지 하는 무언의 기백이 꽉 차있었어요.” -〈나의 발심수행장〉上, P150 中

의욕이 넘쳤던 젊은 시절, 강원과 동국대를 졸업하고, 스님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향학열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일본유학을 결행하였고, 동경대학 박사학위 취득 후, 다시 캐나다와 미국에서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이어나갔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상·하 두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환 스님의 회고록은 텍스트(글)와 함께 다양한 자료 사진들을 수록된 것이 특징이다. 스님의 생애를 따라 관련 사진들을 수집했고, 말미에 그동안 스님이 여러 매체에 투고한 글들을 수록했다.

또한 스님의 구술 모습과 육성을 시청할 수 있도록 60분 분량의 구술영상을 DVD로 제작해 함께 포함했다.
회고록과 함께 발간한 〈증도가〉와 〈선리참구〉는 선학원이 발간하는 월간 〈선원〉에 게재한 원고들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인환 스님은 회고록과 〈증도가〉, 〈선리참구〉를 법보시할 계획이다.

스님이 일생에 걸쳐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스님은 소회를 밝히는 게송을 책머리에 펼쳐놨다.

‘매일 매일이 좋은 날이요, 해마다 해마다 상서로우니. 이 세상이 그대로 정토요, 내세에는 법계를 누리리라.(日日是好日 年年是吉年 此生適淨土 來生遊法界)’

“진실하고 꾸준한 참선수행을 통해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좋은 날이요, 근사한 해임을 깨달아서 매일의 생활을 내 것으로 수용함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매일 매일이 좋은 날.’ 출가 사문의 길을 걸어온 스님이 일생 동안 추구하고 전하려 했던 활구(活句)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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