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학술서- 허흥식 교수의 <고려의 차와 남전불교>

‘끽다거(喫茶去, 차 한잔 하라)’는 깨달음을 묻는 제자에게 당나라 조주 선사의 답변이었다. 이는 후일 선가의 유명한 화두로 자리잡는다. ‘차 한잔 마시라’는 말이 화두가 될 정도로 불교에서 차는 수행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사학자인 허흥식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최근 발간한 학술연구서 <고려의 차와 남전불교>는 차와 불교의 상호 관계 역사를 조명한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허 교수가 ‘북전불교-대승불교-선종’이라는 불교사 상식에 의문을 던지는 점이다. 차는 동아시아 서남부에서 개발되어 확산되었고, 남전불교의 전파와 깊은 관련이 있었으나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불교사에서 북전불교에 밀려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선의 기원을 북전불교에서 찾으려는 앞선 통설을 부정하고 철저하고도 남전불교에 연결시킨다. 남전불교는 동아시아에서 수행의 방법인 참선에서 차와 만나 확산됐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선종은 상좌부불교의 수행법을 강화한 남전불교라는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불교는 중세에 다양한 종파가 경쟁했다.

저자는 “지관을 중요시하는 천태종과 참선을 수행으로 강조하는 선종은 차가 재배되는 따뜻한 동아시아 남방에서, 그리고 화엄종을 비롯한 교학을 중요시한 교종은 민족이동이 심하고 사막화로 자연환경이 거칠었던 북방에서 성행했다”고 주장한다.

종파불교에서 천태종과 선종에는 남전불교의 요소가 강하게 접목됐으나, 불교계에서는 이를 부정하고 북전불교만을 강조함으로써 점차 남전불교의 요소는 존재하면서도 실제로 이를 피하고 대승불교를 표방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음료와 의약으로 출발한 인삼과 차가 주도적인 위상을 바뀌는 과정과 수입한 차와 재배한 차의 전환과정에 대해 구별 시기 등을 역사적으로 조명한 시도도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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