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어머니 찾기 위해 지옥문 열다
목련, 어머니 찾기 위해 지옥문 열다
  • 강소연 중앙승가대 교수
  • 승인 2017.09.1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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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존자 이야기 中
부처님께서 주신 석장으로, 목련존자가 지옥 문을 열자, 문지기가 놀라서 뛰어나온다. 〈불설대목련경(佛說大目連經, 1584년)〉 김제 흥복사 소장.

드디어 목련존자의 앞에는 가마득한 높이의 어마어마한 담장이 가로막고 나타납니다. 담장 위에는 개가 불길을 뿜으며 종횡무진 질주합니다. 아무리 법력이 높다한들, 목련존자라도 아비지옥 앞에서는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부처님의 신통력을 빌리기로 합니다.

다시 찾아간 부처님은 자신의 열 두 고리(12환) 석장(錫杖)과 가사와 발우를 내어 줍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직접 빌려주신 불가사의한 징표들의 힘으로 만 겹이나 되는 아비지옥의 문을 열게 됩니다. 목판본의 변상 장면을 보면, 부처님의 석장을 들고 부처님의 가사를 걸치고 있는 목련존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 석장과 가사, 발우 받아
만 겹의 지옥문 열고 나아간다
모친 대신 죄값 받겠단 목련존자
업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네


아비지옥이 생긴 이래에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는 그 두터운 만 겹의 문이 열리니 옥주가 놀라서 나타난 모습입니다. 옥주가 나타나 “이 문은 이 지옥이 생긴 후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 문”이라고 하자, 목련존자는 “그렇다면 죄인들은 어디로 들어오는가”라고 물으니, “이곳은 불효하고 오역죄를 범하고 삼보를 믿지 않는 중생이 목숨이 다하게 되면, 업풍(業風)이 불어 ‘거꾸로 매달려 오는 곳(倒懸)’이지 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우란분’의 의미
그러니 ‘우란분’을 의미하는 ‘도현’이라는 단어는, 워낙 죄가 무거운 자들이 가는 아비지옥을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란분(盂蘭盆)’의 뜻을 살펴보면 ‘우란분재’를 행하는 의의를 알 수 있습니다. ‘우란분’은 산스크리트어 ‘ullambana’가 음차되어 와전된 말로 그 뜻은 ‘도현(倒懸)’입니다.

인도의 풍속에 따르면 수행승의 자자일(自恣日, 안거가 끝나는 날로 승려들이 마음껏 잘잘못을 말하는 날)에 성대하게 공양을 마련해 보시하는데, 이 공양을 통해 죽은 영혼을 ‘도현의 고(苦)’에서 구제한다고 합니다. ‘도현의 고’란, 직역을 하면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이겠지만, 의역을 하면 ‘업력에 휘말리는 고통’ 또는 ‘아비지옥에 떨어진 고통’을 말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조상이 죄가 깊어 가계를 이을 자손이 끊겨, 후대에 그 고혼을 맞아 구원을 청해줄 이가 없으면 아귀도에서 빠져 도현의 고통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에 불가에서는 제의를 마련해 삼보(三寶)의 공덕을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현응음의(玄應音義) 제13〉 참조)

‘분(盆)’을 이러한 공양을 담는 용기라고도 하나, ‘분’은 단순한 음역에 불과하다는 설도 있습니다. 즉, ‘우란’은 ‘ullam’의 음차에 해당하니, 당연 ‘분’은 ‘bana’의 음차라는 것이죠. 그러니 ‘분’이 그 뜻대로 기명(器名)을 지칭한다는 것은 틀렸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백미(百味)의 음식을 우란분중(盂蘭盆中)에 담아’ 또는 ‘칠보의 분발(盆鉢)에 갖추어 부처님 및 승려에게 공양하고’라고, 〈우란분경〉 및 〈법원주림 제16대분정토경〉 등의 경전에는 나와 있는 것을 보면, 그릇이라는 의미를 띄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우란분’은 일차적으로는 ‘도현’이라는 뜻이지만, 한문으로 번역되어 쓰이는 와중에 새로운 의미가 은연중에 첨가되었다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음역과 의역, 양자를 절충하는 단어로 정착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어머니가 어디 계십니까.”
“바로 앞에 서있는 이가 바로 스님의 어머니입니다.”
옥주가 죄인을 쇠창으로 찔러 일으켜 못을 뽑고 땅에 떨구니 온몸의 털구멍에서는 피가 흐른다. 다시 무쇠칼을 씌우고 칼과 창으로 둘러싸서 내보내어 아들을 만나게 하니, 활활 타는 불덩이 모습의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한다.

무간지옥의 문까지 열고 들어간 목련존자는 이글이글 타는 처참한 몰골로 바로 앞에 선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옥주가 말해주자 그제야 “어머니!”하고 크게 부르짖습니다. “내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참으로 기막힌 만남도 잠시, 옥졸이 부젓가락으로 어머니 몸을 찔러 창자를 불태우며 다시 데려가려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를 놓지 않습니다. 옥졸이 으름장을 놓고 어머니를 다시 옥중으로 끌고 가니, 어머니는 아들에게 살려달라고 절규합니다.

“목련이 돌아서서 왼발은 문턱 안에 있고 오른 발은 문턱 밖에 있을 때, 어머니가 고통으로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 머리를 기둥에 부딪치니 피와 살이 낭자하다.”

급기야 어머니의 고통소리를 견지지 못한 아들이 어머니 대신 자신이 죄 값을 받겠다며 애걸합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악업이 너무 커서 그것은 안 될 일이며, 부처님께 여쭙는 수밖에는 없다고 옥졸은 대답합니다. 업(業)이란 것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군요. 고스란히 자신의 것이기에 자신이 업장소멸을 하지 않는 한 계속 유전 전변됩니다.

회하지옥을 방문해서 어머니를 찾고 있는 목련존자(사진 왼쪽)과 확탕지옥을 찾아가 어머니의 행방을 묻는 모습(사진 오른쪽).

중음 기간에 일어난 일
그러면, 업의 바람 ‘업풍(業風)’이란 무엇인가. 업풍에 떠밀려 순식간에 떨어지는 고통의 도가니가 지옥이라고 하였습니다. 중생이 죽으면 중음(中陰 또는 中有)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죽은 상태에서부터 다시 재생의 기간까지를 중음이라고 합니다. 이를 49일로 상정하여, 이 기간 동안 후손들이 열심히 재를 올려 업식(業識) 상태로 남아있는 영혼 또는 영가(靈駕)에게 고하여 깨닫게 하여 극락정토로 인도한다는 것이 49재의 취지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중음의 중생들은 기적 같은 힘을 소유한다. 그들은 하늘을 걷고 천신의 눈으로 멀리서도 자신이 태어난 곳을 볼 수 있다. 업력으로 네 가지 혼란이 얼어나게 된다. 폭풍이 일고, 큰비가 내리고, 어둠이 내려앉으며, 수많은 사람이 내는 무서운 소리가 생긴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자기가 지은 선업 또는 악업에 따라 잘못된 인식이 일어난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업에 따라 인식이 생겨 그곳으로 가게 된다(〈해탈장엄론〉)”라고 죽음의 세계에 통달한 티베트의 고승 감뽀빠는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죽음학에서 공통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사후체험과도 그 내용이 동일합니다. 죽게 되면 터널과 같은 것이 나타나서 다른 영역으로 순간 이동하듯 쑥 들어가게 되고, 그 터널 끝에 있는,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찬란한 빛’에 노출된다고 합니다.

상서로운 빛과 만나 전후 생을 한꺼번에 조망하기도 하고 한없이 평온한 것도 잠시, 다시 어디선가 커다란 천둥 같은 소리가 들리고 다양한 색이 번뜩이는 듯한 혼돈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죽음 이후의 상태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구나라뜨나의 저서 〈우리는 어떤 과정을 통하여 다시 태어나는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인 마음 상태를 가진 임종자는 투명한 빛이 비치는 상태를 붙잡을 만한 능력이 없다. 따라서 그는 사후세계의 점점 낮은 상태로 떨어져 마침내 다시 환생하게 된다. 임종자의 마음은 투명한 빛의 상태에서 잠시 동안 그것과 하나가 된 균형 상태를 즐긴다. 하지만 에고(小我)가 사라진 이러한 환희 상태와 초월의식 상태에 익숙하지 못하기에 보통 사람의 의식체는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다. 망자가 쌓은 ‘업(業)의 영향’으로 의식체는 다시 ‘나’라는 사념에 지배당하고, 평정 상태를 잃고, 투명한 빛으로부터 멀어져버린다. ‘나’라는 사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다시 윤회의 수레바퀴는 굴러가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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