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부루나존자를 찾아서] 전주 황방사 주지 지호 스님

급식하며 〈금강경〉 법보시

작은 토굴 살림서 정재 모아 

“공양 나누며 봉사, 행복”

전주 황방사 주지 지호스님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네요. 신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어 힘닿는 데까지 이어갈 계획입니다.”

4년 전인 2014년 5월 어버이날을 맞아 덕진공원을 찾는 어르신들에게 비빔밥 공양을 시작한 전주 황방사 주지 지호 스님. 이후 지금까지 4년 동안 비빔밥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스님은 “처음에는 한 번만 하자고 시작한 일이지만 자원봉사에 동참하는 신도들이 좋아하고 즐겁게 뜻을 모아 중단할 수 없었다”고 그간 활동을 설명했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마다 진행하는 황방사의 덕진공원 급식봉사는 200인분가량의 식사를 준비한다. 더 많이 할 수도 있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급식을 마무리하려면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

“처음에는 식기도 없고 취사도구를 마련하느라고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큰돈이 드는 일이 아니라 괜찮습니다. 특히 신도들이 모두 자기가 맡은 채소며 나물을 준비하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공양을 준비하고 있죠.”

지호 스님은 급식봉사가 이제는 단순한 밥 한 그릇을 대접하는 것이 아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일이 됐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봉사하는 날에 꼭 챙겨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금강경〉이다. 금강경에 담긴 부처님 가르침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전해진 〈금강경〉만 700권에 이른다.

“무조건 경전을 나눠주지는 않아요. 원하는 사람에게만 전해주지요. 소중하게 간직하고 열심히 읽겠다는 분들에게만 드리고 있어요.”

사실 황방사는 살림이 넉넉한 절은 아니다. 작은 토굴 임법당인 데다 신도가 많은 편도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요사채 지붕에서 비가 샐 정도로 낡은 건물에서 생활했다.

“솔직히 불사와 봉사를 놓고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 하나 편하자고 불사를 일으키는 것보다 남을 위한 봉사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신도들이 흔쾌히 동의하고 협조해서 비빔밥 봉사하는 날이 기다려지기도 해요.”

황방사 비빔밥 봉사에 동참하는 불자들은 15명 남짓이다. 쌀은 공양미로 충당하고 국거리만 절에서 준비한다. 나머지 비빔밥에 들어가는 신선한 채소들은 모두 신도들이 각자 도맡아 마련한다. 이처럼 각자 일에 최선을 다하는 황방사 불자들은 덕진공원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곳 어디에나 주저 없이 달려간다. 지역 경로당에서 경로잔치라도 열리면 신도들과 함께 동참한다. 한옥마을 태조어진 이운 행사에는 3,000인분의 비빔밥 공양을 하기도 했다.

“단순하게 봉사만 한다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웃종교나 복지단체에서 무료급식을 하는 곳은 많이 있는데, 저는 무료급식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지호 스님은 큰 욕심이나 바람이 없다고 한다. 단지 공양을 함께 나누며 행복한 봉사를 이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절에 공양올린 신도들이나 비빔밥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맛있게 잡수시는 분들이나 모두 하나같은 마음이니 봉사가 즐거울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비가 오더라도 지금까지 한 번도 봉사를 거르지 않았어요. 이처럼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을 행복하게 하며 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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