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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정부는 왜 창조과학자를 좋아할까

박성진 중소벤처부기업장관 후보자의 인선으로 불교계가 반발하고 있다. 그가 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박 후보자는 2007년 창조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교육, 연구, 언론, 법률, 기업, 행정,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며 “오늘날 자연과학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근대 자연과학의 성과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과학회는 1981년 1월 창립했으며, 현재 소망교회를 비롯해 전국 1백여개 교회에서 후원을 받고 있는 기독교 단체다. 국내외 24개 지부에서 이공계 석·박사 회원을 중심으로 약 1천 8백 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창조과학회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창조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연구·세미나·강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공교육 교과서에 창조론을 진화론과 함께 배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실 정부 인사 중 창조과학회 활동 전력으로 인해 논란된 인물은 박 후보자가 처음은 아니다. 현 정부의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 자신의 저서 등으로 창조과학론자로 인식돼 청문회에서 “진화론을 믿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앞선 정권에서도 창조과학자는 활동했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위원으로 창조과학회에서 활동한 장순흥 당시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 교수가 임명되며 문제가 됐다.

현 정부든, 이전 정부든 창조과학자들의 등용을 ‘종교적 문제’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이들의 중용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 사례가 201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교과서 시조새 삭제 논란’이다.  

당시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는 교육과학부에 청원을 넣었고 ‘시조새’와 ‘말의 진화’ 등 국내 과학교과서 진화론 내용 중 일부가 삭제 또는 수정되기 직전까지 갔다. 이들은 ‘진화론과 창조론을 교과서에서 균형있게 가르치자’고 주장하는 단체로 창조과학회와 연관성이 깊다.

과학계는 창조과학자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반과학적이며 반지성적이기 때문이다. 정재승 KAIST 교수는 지난 8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것은 단지 종교적 선택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과학적 성취를 부정하는 ‘반과학적인 태도를 지녔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과학과 종교와의 갈등은 유사 이래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 과학이 종교를 완전히 이겼다고 볼 수 없지만, 다윈의 진화론이나 생명의 기원은 무기물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났다는 것읕 증명한 밀러-유리 실험은 적어도 인간의 근원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박 후보자와 정부의 해명대로 창조과학은 신앙에 문제라고 치자. 진화론을 교과서에서 퇴출시키고자 하는 ‘반지성적’ 신앙을 가진 ‘비과학적’ 과학자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이번 정권은 이전 정권처럼 ‘창조’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

신성민 기자  motp79@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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