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연의 일부이다. 자연이 변화해가듯 사람도 변화해가는 것이다. 흐리고 맑고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날씨처럼 사람도 빛과 어둠 사이에서 흐리고 맑고 바람 불고 비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철이 드는 것이다.

세월을 겪다보면 맑은 하늘만 만날 수 없듯 행복과 자유만을 누릴 수 없다. 비바람 몰아치듯 역경과 고난의 터널에 갇힐 수 있고 엄동설한의 폭설이 이어지듯 타는 목마름의 허기진 고독과의 싸움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훈풍에 돛단배처럼 평화로울 수도 있고 삭풍에 벌거숭이 되어 광야를 헤맬 수도 있을 터이다. 다만, 세상의 절반이 밤이요, 절반이 낮인 것처럼 절반은 행복한 일이 절반은 불행한 일이 생각의 윤회를 거듭하며 반복적으로 생(生)하고 멸(滅)할 뿐이다. 하여, 하루를 점검해 봐도 아침과 낮, 그리고 저녁의 온도가 차이 나듯 말과 행동에 있어 고른 화음(和音)을 지니지 못하고 더러는 흔들리고 때로는 헐떡이는 그림자를 남겼을 터이다.

육체의 온도는 한결같이 적정수준을 지켜오고 있으나 정신의 바람과 욕구, 끌어당김과 빨려듬의 팔만사천가지 생각들은 하늘을 날고 땅바닥을 기며 윤회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드러내거나 감추지 않는다
평화롭고 넉넉한 자연을 닮아보자


그런 의미에서 자연은 또 하나의 선지식이다. 누구에게나 좋은 스승이자 착한 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불평불만이 없다. 다투거나 밀어내지 않는다. 친소(親疎)와 차별이 없고 절대평등의 평화를 보여준다.
 이름 모를 들꽃에도 전설이 담겨있고 햇볕과 그늘에도 교훈이 살아 움직인다. 자연은 그대로 학교이고 선생님이고 교과서이다. 자연은 말이 없으나 무언(無言)의 설법자이다. 화가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세계를 끊임없이 펼쳐 보여준다. 새소리, 물소리, 풀벌레에서 바람소리에 이르기까지 귀만 호강 시키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잔잔하게 덮어준다.

꽃과 새싹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녹음 짙은 푸름에서 낙엽 지는 쓸쓸함까지 자연은 그대로가 신비로움의 천지창조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과목이 다른 선생님이요 하늘과 땅의 변화는 우주의 신비를 가르치는 열려있는 학교이다.

자연을 닮은 지혜가 무위(無爲)의 삶이라고 장자(莊子)는 말하고 있지만 자연은 누구에게나 좋은 스승이요 착한 벗이며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교과서이다. 자연은 꾸밈이 없다. 드러내거나 감추지 않는다.

선(線)을 그으며 편 가르는 일이 없고 다툼으로 등 돌리지 않는다. 자연은 정직하다. 순수하다. 있으면 있는 대로 티내거나 뽐내지 않고 없으면 없는 대로 기 죽거나 부끄러워 주눅들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눈·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햇살을 탓하거나 그늘을 비켜가는 다툼놀이를 즐기지 않는다.

밤에 내리는 이슬을 생명수로 고맙게 받아들이며 곤충과 벌레, 새와 짐승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생멸(生滅)을 거듭하며 순응의 미학(美學)으로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이다. 그런데도 사람은 누구나 생(生)노(老)병(病)사(死)의 정해진 괘도를 달리면서도 좀처럼 순응하려 하지 않는다. 삼천갑자 동방삭처럼 오래 살고 싶고 진나라의 시황제처럼 몸부림치며 불사(不死)의 약을 찾아 헤맨다.

늙어가되 곱게 늙고 병들어 신음하되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개운하게 아름답게 하질 못한다. 죽음이 목에까지 차오른 순간에 이르러 겨우 ‘미안했다. 고마웠다. 감사하다’는 말을 힘겹게 남길 뿐.

삭신 멀쩡할 때 정신 또렷할 때 늙고 병들기 전에 죽음에 이르기 전에 가족, 친지, 이웃과 배우자에게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왜 생활의 언어로 활용하지 않는지 자연의 변화, 자연의 무상함에서 배우고 또 배울 일이다. 자연은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법이다. 사람 또한 걸어 다니는 자연으로 순간순간 변화하며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낮과 밤이 반반이듯이 사람은 누구도 반반의 행복과 불행을 넘나들며 생각의 윤회 속에서 철이 들다가 막 내리게 되어있다. 마지막 그림자를 거두기전에 삭신의 작동이 더 망가지기 전에 사랑하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으로 비움과 나눔을 실천할 일이다. 자연을 닮아 평화롭게 넉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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