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불교, 부처님이 본래 품은 뜻

성운 대사 지음|조은자 옮김|운주사 펴냄|2만 2천원

저자가 평생 실천한 인간불교 소개

현대적 인간불교의 의미 설명도

 

이 책을 읽다보면 불교가 지금 나와 이웃의 구체적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며, 나아가 불교가 사회에서 지녀야 할 역할과 지향할 방향이 어떠한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 또한 불교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즈음, 이 책이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방향성 숙고를 위한 참고서 역할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다. 이들 종교는 나름의 교리체계와 문화를 지녔다. 불교 역시 기독교, 이슬람교와 함께 세계 3대 종교의 하나로서 역사 속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지니면서 오늘날까지 지속된다. 역사적으로 불교는 원시불교 부파불교 소승불교 대승불교 밀교 등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으며, 오늘날 세계에도 각 문화권마다 다양한 모습의 불교들이 있다. 여기에 우리에게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인간불교라는 모습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불교는 과연 어떤 불교일까?

‘인간불교’라는 말에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불교, 나아가 종교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바로 불교는 인간의 현실과 동떨어진 어떤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구체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종교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대만의 성운대사가 한평생 설하고 실천해온 인간불교의 총체적인 모습을 자신의 체험과 깨달음에 의거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서술한 것이다. 즉 불교의 발생과 교리, 발전해온 역사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인간불교의 다양한 모습들을 조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불교는 결국 인간을 위한 종교, 즉 인간불교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인간불교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먼저 서문에서는 인간불교에 대한 질문과 대답 형식을 통해, 그리고 저자의 삶과 체험을 통해 불교는 곧 인간불교이며, 이것이 부처님이 본래 품은 뜻(本懷)이라는 것을 밝힌다.

제 1장 ‘총설’에서는, 불교는 인간의 행복과 안락을 위하므로 당연히 불교가 곧 인간불교이지만, 특별히 ‘인간’이란 두 글자를 강조하는 이유를 역사적으로 설명하고, 인간불교는 가정윤리 중시, 조화로운 사회 건설, 융성하고 평안한 국가 건설, 자비와 지혜로 인간을 교화하는 보살의 불교임을 말한다. 제 2장 ‘부처님의 인간생활’에서는 인간 싯다르타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은 바로 인간을 위한 것임을 드러낸다. 여기에는 싯다르타의 출가와 구법, 깨달음을 이룬 뒤 교단을 설립한 일, 부처님의 하루 생활, 제자를 교화하는 모습, 중생에게 이익이 되는 보시 등이 포함돼 있다.

제 3장 ‘인간불교의 근본교의’에서는 불교의 근본교의인 삼법인, 사성제, 십이인연, 그리고 고와 공, 무상과 무아 등의 근본교리를 해설하면서, 이들이 모두 부처님이 중생을 환희와 광명, 해탈된 자유로운 인생을 맞도록 인도하기 위해 설한 진리라고 설명한다.

제 4장 ‘불교가 중국에 전해진 이후의 발전’에서는 불교가 중국사회에 끼친 영향을 서술하는데, 교육과 복지, 문학과 예술 등에 불교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음을 밝힌다. 아울러 중국에서 불교가 몰락하게 된 원인들을 지적하며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다.

제 5장 ‘현대 인간불교의 발전’에서는 중국 근현대사서 불교가 쇠퇴할 수밖에 없던 여러 요인들을 검토하고, 이를 거울로 삼아 나온 인간불교가 어떻게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문화, 교육, 포교, 자선 등을 통해 불교계 내부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밝혔다. 제 6장은 ‘총결’ 부분으로, 인간불교는 그간의 전통적인 출세간 중심, 승려 중심, 사찰 중심에서 과감히 벗어나 출세간의 정신으로 입세간의 사업을 하는 것이고,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는 것이며, 현대인이 불교를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여 인간정토를 촉진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불교는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인간 불교’지만, 실상은, 불교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비현실적인 종교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불교를 고도의 형이상학적인 철학으로 여긴다든가, 아니면 힘들 때 복을 비는 기복적인 민간신앙 같은 것쯤으로 여기는 것 등도 같은 맥락이다.

이 책에서는 불교가 관념적, 비현실적 종교가 아니라, 가장 현실적이고 현대적이며 인간적인 종교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다보면 불교가 지금 나와 이웃의 구체적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며, 나아가 불교가 사회에서 지녀야 할 역할과 지향해야 할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 또한 불교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즈음, 이 책이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방향성 숙고를 위한 참고서 역할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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