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천안 불교자원봉사단

여럿의 두 팔과 두 눈을 한 데 모아 천수천안을 이루고, 대자비를 실천하는 사단법인 천수천안 불교자원봉사단. 혼자라면 어려운 일도 이들이 함께하면 아무리 외진 곳에도 자비광명을 비출 수 있다.

2002년 고양시 사찰 연합해 창단
이듬해 사단법인 인가, 본격 돌입
15년간 경기 지역서 다방면 봉사
무료급식소·지역 관공서 등 활동
20여 사찰 참여, 연대·포교 효과

분별없는 보살도 실천 앞장 귀감
이웃 종교 시설서도 자비행 ‘눈길’
실천 뿐 아니라 내실강화도 힘써
호스피스·발마사지 전문교육 등
“봉사자의 책임감·전문성 UP”

2014년 화정동 무료급식소 개소
차상위·독거어르신들 많이 찾아
봉사단원들 거점·원천으로 작용
사찰 순번 정해 급식 당번 맡아
매주 월~금 점심 새 식단 마련

참된 ‘무주상 보시’ 실천 노력
“어르신에게 받는 것 더 많아”
2~4대 이사장 흥국사 대오 스님
15년 중 10년 봉사단 이끌어
무료급식소 1~2곳 확충 목표

 

중생의 힘 모아 곳곳에 자비를
천 개의 눈으로 모든 중생을 낱낱이 살펴 천 개의 손으로 구제한다는 대자대비의 천수천안관세음보살. 두 팔과 두 눈만을 가진 중생의 몸으로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의 대자비행을 좇기는 불가능할 것만 같다. 하지만 중생으로서의 한계를 딛고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의 뒤를 따르는 이들이 있다. 사단법인 천수천안 불교자원봉사단(이사장 대오, 이하 천수천안봉사단)이다. 이들은 여럿의 두 팔과 두 눈을 한 데 모아 천수천안을 이루고, 대자비를 실천하고 있다.

천수천안봉사단은 2002년 경기 고양시 내 사찰들이 모여 출범한 연합 봉사단이다. 이듬해인 2003년 11월 사단법인으로 설립인가를 마치고 본격 활동에 돌입, 현재까지 15년간 경기 지역 곳곳에 자비광명의 빛을 밝히고 있다. 20여 사찰이 참여하며, 고양 화정동 무료급식소 봉사를 중심으로 의료기관·복지관·관공서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단원 수가 방대해 어느 한 사찰의 활동이 미약하거나 소외될 법 하지만 천수천안봉사단은 어느 한 곳, 어느 한 명 도태됨 없이 하나의 수레바퀴가 되어 굴러간다. 여럿이 함께하기 때문에 환희와 보람도 더욱 크다고. 단원들은 특히 소수가 짊어져야할 부담이 덜고, 그만큼 책임과 집중이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천수천안봉사단은 매년 10월 ‘자비의 연탄 나누기’를 개최한다. 지난해 10월 26일에도 독거노인 및 차상위계층을 위한 자비의 연탄 나누기가 진행됐다.

송경순 천수천안봉사단 사무국장은 “무료급식소 같은 경우에는 월~금 내내 운영되기 때문에 1곳 사찰이 전담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그런데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집중도와 책임감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천수천안봉사단 소속 사찰인 기쁨정사의 서혜숙(58) 봉사팀장도 “얼굴 한 번 본적 없어도 천수천안봉사단 일원이란 이유만으로도 다른 사찰 신도들과도 유대감이 생긴다”면서 “또 경기도 내에서 많은 불자들이 모여 함께 봉사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웃어보였다.

또한 천수천안봉사단은 고양시불교사암연합회와 유기적 관계를 맺고 전 지역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불교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고양시에서 포교효과도 뛰어나다. 천수천안봉사단은 각 사찰이 매일 동국대 일산병원·국립암센터·일산병원 등 의료기관 4곳과 복지시설 5곳, 관공서 3곳 등에 배치돼 봉사한다.

특히 이들은 기독교계 명지명원과 일산홀트아동복지관에서도 자비행을 펼치며 종교 간 경계도 허물어 귀감이 되고 있다. 불자들만을 위해 봉사하고, 불교 발전을 위해서만 나눔행을 펼치는 기존의 관습과 편견을 완벽히 깨트린 행보다.

이사장 대오 스님은 “지역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며 불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포교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또한 봉사는 종교를 초월해야한다는 정신으로 이웃종교 시설에서도 열심히 활동한다”고 말했다.

실천 뿐 아니라 내실 강화에 힘쓰는 것 또한 천수천안봉사단의 강점이다. 봉사자들에 대해 호스피스 전문교육, 발마사지 교육 등 자원봉사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전문 소양 갖추기에도 노력하는 것. 현재까지 1,500여명 수료생을 배출하며 불교 봉사 인재 양성소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오 스님은 “자원봉사교육은 새로운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교육받은 봉사자들은 확실히 책임성과 전문성이 갖춰진다”고 말했다.

옛말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하지만 천수천안봉사단에게는 그저 옛말일 뿐이다. 교육과 실천,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이 모습이 바로 사공이 많아도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는 천수천안봉사단의 숨은 비결이다.

2015년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MOU를 맺고 사회공헌 활동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자(慈)와 비(悲) 함께해 참된 보살행
천수천안봉사단을 만나기 위해 무료급식소(고양 화정동 소재)를 방문한 8월 21일은 8월 생신 어르신들의 잔치가 한창이었다. 이날은 기쁨정사에서 6명의 봉사자가 찾아 어르신들을 위해 생신축하 노래를 부르고, 생신상을 마련했다.

자식 손자들과 둘러 앉아 케이크의 초를 불고 재롱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련만,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에게는 그런 행복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이 차상위 계층, 기초수급자, 독거 어르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료급식소 안에서의 사정은 다르다. 친딸처럼 재롱을 피우고 갓 지은 밥과 맛깔 나는 반찬을 내놓는 천수천안봉사단이 있어 어르신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날도 기쁨정사 봉사단은 어르신들을 위해 청포묵 무침과 잡채, 떡 등 정성스런 한 끼 식사를 마련했다.

조혜종(83) 어르신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점심시간이면 이곳을 찾는다. 평소에 여래사를 자주 찾는데 젊은 불자들이 우리를 위해 밥을 지어주니 더욱 맛이 좋다”고 웃어보였다. 또 이날 생신을 맞은 한강자(77) 어르신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잔치도 좋지만 천수천안봉사단에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면서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나면 저절로 건강해지고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봉사자들을 칭찬했다.

이처럼 어르신들은 연신 고마움을 표했지만, 봉사자들은 도리어 자신들이 어르신들에게서 받는 것이 더 많다고 웃어보였다. 송경순 사무국장은 그것을 바로 ‘마음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열린 탈북주민 자녀 장학금 지급을 위한 일일찻집에서 스님들이 축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식사하러 오신 어르신들이 조심스레 다가와 사탕 한 알, 초콜릿 한 개 등을 손에 꼭 쥐어주실 때가 있어요. 가을이면 단풍잎 한 장과 도토리 세 알을 주워다가 ‘예뻐서 가져왔소’하며 건네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게 바로 마음 아닐까요? 그럴 때마다 어르신들에 대한 정도 더욱 깊어지고,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쁨정사 봉사자 이정은(61) 씨에게도 무료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는 시간은 힐링과 다름없다. “부모님한테 못 다한 효도를 어르신들에게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불교계에서는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곳이 흔치 않은데, 이곳에 와서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시고 저희도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기쁨만 넘쳐난다면 좋겠지만 마음 애태우는 날도 적지 않다. 매일 오전 11시 30분이면 급식소를 찾던 독거 어르신이 며칠씩 오지 않을 땐 ‘혹시 무슨 일 생긴 게 아닐까’ 마음 졸이며 전화를 건다. 송경순 사무국장은 “매일 환하게 웃으며 급식소를 들어서던 어르신이 갑자기 안 오시면 걱정이 돼서 꼭 전화를 드린다”면서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아 더 신경이 쓰인다.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사실 봉사(奉仕)는 쉬워도 자비(慈悲)는 결코 그렇지 않다. 사랑과 함께 애달픈 마음, 비(悲)가 따라야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을 자신의 친부모와 같이 진심으로 대하는 천수천안봉사단에게서 진정한 자비보살의 모습을 본다.

천수천안봉사단은 올 4월 독거노인 및 차상위계층을 방문해 자비의 쌀과 타이머콕을 무료 보급했다.

 

서로에게 功 돌려 더욱 따뜻
“내가 누군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것을 의식하면 대가를 바랄 수도 있습니다. ‘봉사했다’는 마음마저도 비우는 것이 참된 불제자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현 이사장 대오 스님(흥국사 주지)은 평소 봉사자들에게 무주상 보시를 강조한다고 한다. 아무 조건 없이, 또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해야 참된 자비행이자 보시라는 뜻이다.

대오 스님은 창립이사로 참여해 2~4대 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천수천안봉사단에 소속된 사찰 주지 스님들은 이사 또는 감사로 활동 중이다. 그 중에서도 대오 스님은 천수천안봉사단의 15년 역사 중 10년을 이끌어온 만큼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매년 10월 말에 봉사단 식구들과 연탄 나눔 행사를 나갑니다. 그런데 어느 한 날, 줄을 이어 연탄을 옆 사람에게 한 장씩 전해주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니 새삼스레 환희심이 차올랐습니다. ‘이 분들이 있기 때문에 나도 복을 지을 기회를 얻었구나’란 생각이 순간 머릿속에 스친 겁니다. 항상 봉사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입니다.”스님의 임기 중 천수천안봉사단이 이룬 가장 큰 공적은 무료급식소 개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문을 연 무료급식소 ‘자비 나눔의 집’은 천수천안봉사단의 봉사 거점이자 각 사찰을 하나로 묶는 유대감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대오 스님은 “독거 어르신들은 혼자 공양 드시는 것이 일상이고, 차상위계층 또는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은 밥 한 끼 때우는 것이 큰 걱정이다. 이런 어르신들이 또래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스님들과 봉사자들이 모두 무료급식소 개소를 위해 적극 노력했기 때문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8월 21일 경기 고양 화정동에 위치한 '자비 나눔의 집' 무료급식소를 찾아 천수천안봉사단을 만났다.

대오 스님은 무료급식소를 1~2곳 더 개설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여럿이 모여 한 끼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큰 활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양시 내에 무료급식소를 1~2곳 확충하고, 더 많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싶습니다.”

대오 스님은 특히 천수천안봉사단이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던 것도, 또 앞으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스님들과 봉사자들의 원력으로 가능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님께서 잘 이끄신 덕분에 천수천안봉사단이 발전할 수 있던 것 아니냐’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모든 공을 돌렸다.

“저는 행정업무에 바쁘단 핑계로 현장 봉사를 나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묵묵하고 무탈하게 봉사해주는 봉사자들이 있어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입니다. 앞으로는 현장에서 봉사자들을 더욱 격려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갖겠습니다.”

이처럼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있어 천수천안봉사단이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고양시라는 한 지역에서 시작된 자비의 마음이 천리만리 대자대비의 빛으로 뻗쳐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사단법인 천수천안 불교봉사단은?

고양시 지역 사찰들이 참여하는 연합 봉사단체로, 500여 자원봉사자가 경기도 지역 의료기관·복지시설·관공서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흥국사(주지 대오, 이사장)·봉덕사(주지 현진, 상임이사)·덕양사(주지 도명)·노적사(주지 종후)·성보사(주지 도원)·광명사(주지 대덕)·남양주 무량사(주지 홍선)·자비정사(주지 자원)·법계사(주지 지성)·미타사(주지 정수)·연덕암(주지 법완)·아미타사(주지 해선)·관산동 여래사(주지 여여)·괴산 각연사(주지 법공) 등 사찰이 소속돼 있다. 각 사찰 주지 스님은 이사 및 감사 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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