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경을 읽는 즐거움

정현 스님|민족사 펴냄|1만 6500원

지장경 공부는 마음 다스리는 공부

신행(信行)은 우리 삶을 업그레이드

이 책 〈지장경을 읽는 즐거움〉은 정현 스님〈사진〉이 불교텔레비전(BTN)서 〈지장보살본원경〉을 강의한 내용과 그 외의 자료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지장보살본원경’은 간단히 ‘지장경’이라고도 불린다. 지장경은 관세음보살과 함께 대승불교의 대표적 보살인 지장보살의 원력과 공덕을 찬탄한 경전이다. 자기를 희생해 남을 구제하는 보살로서, 곤경에 처한 이웃을 보면 스스로 몸 바쳐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그 공덕으로 자기도 구원될 것으로 믿고 실천하는 분이 바로 지장보살이다. 그리고 이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가 지장행자(地藏行者)이다.

신흥사 조실 설악 무산 스님은 추천사를 통해 “지장보살의 대비구제 원력을 앞장서 실천하는 스님이 있다. ‘한국의 지장도량’으로 유명한 철원 심원사 정현 스님이다. 스님은 오랫동안 지장보살의 본원(本願)을 자신의 본원으로 삼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보살행을 남 몰래 실천했다. 특히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한 불교텔레비전을 통한 〈지장보살본원경〉 강의는 많은 불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 책은 그때 정현 스님이 강의한 거룩하고 훌륭한 설법을 엮은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입에서는 향기가 나고 귀에서는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찌 기쁜 마음으로 찬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라고 밝혔다.

실제로 설악 무산 스님 말처럼 정현 스님은 누구보다 지장보살의 대비구제 원력을 앞장서 실천한 수행자이다. 스님은 모든 사람을 지장행자로 만들려는 원력으로 지장 기도를 하고 지장 신앙을 널리 전파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지난 2009년부터 불교텔레비전을 통해 절찬리에 방영된 〈지장보살본원경〉 강의는 많은 불자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여러분은 이러한 대원력 지장보살의 가르침이 담긴 지장경을 읽는 것만으로도 금생에 더할 수 없는 복을 짓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지장경을 보고 듣고 읽는 것 자체가 큰 공덕이 됩니다. 지장경을 읽는 순간부터 대단히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이미 체험한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혹여 아직까지 체험하지 못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체험할 수 있으리라 장담합니다”라고 독자들에게 호언 장담한다. 즉 지장경을 읽는 것만으로도 금생에 더할 수 없는 복을 짓게 된다는 말이다. 정현 스님은 어떻게 이런 확신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지장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긴 세월 동안 모든 중생을 해탈케 해 부처님 수기(授記)를 받도록 하라는 부촉을 받고, ‘한 중생이라도 지옥서 고통 받는 자가 있으면 성불하지 않겠다’는 큰 서원을 세워 ‘대원본존(大願本尊)’으로 신봉되는 보살이다. 지장경은 고통 받는 중생들을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그들을 구원하기 위한 보살행을 실천하는 지장보살의 가르침을 전하는 경전이다.

‘무불시대(無佛時代)’에 고통 받는 6도(六道) 중생들을 제도해 해탈케 하겠다는 지장보살은 다겁생 동안 사바세계의 모든 고통을 덜어 주겠다, 치유해 주겠다, 중생을 기쁘게 해 주겠다, 지옥중생을 다 구제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큰 자비의 원력(願力)을 세운 분이다. 지장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 전신인 정광명여래 이전부터 생이 있었고, 그 오랜 세월 동안 남자 또는 여자, 천신 혹은 노예의 몸으로 태어나 큰 원력을 다져왔다. 이런 지장보살의 원력은 말로 형언키 어려울 정도로 대단해서 지장보살의 음성을 듣거나 찬탄했거나 조성했거나 예경하였거나 참배를 하였거나 그 어떤 공덕을 지었더라도 3악도(三惡道)를 멸한다고 한다. 3악도는 대표적인 고통의 세계로 지옥도·축생도·아귀도를 말한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지옥중생’ ‘3악도’ ‘성불’… 이런 말들이 등장하는 지장경이 우리 시대에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장경은 그저 우리 삶의 신비한 묘책 같은 것을 전하는 경전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지장경(地藏經)’의 ‘지’는 우리의 지평 안에, 즉 현실을 뜻한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지배한 삶이라 해도 모든 존재는 현실 속에서 존재를 둘러싼 무수히 많은 조건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여기에는 늘 고통과 번뇌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나온 과거에 집착하고 후회하는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고,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면서 삶을 허비한다. 불안한 마음에 점집에 가서 자신의 미래를 캐묻고, 점쟁이의 말에 일희일비 한다.

대다수 경전이 그렇듯 지장경도 문답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지장경은 ‘왜 고통 속에서 사는가? 왜 지옥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왜 가난 속에서 사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이뤄져 있다. 경전 공부는 읽고 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앎을 얻어내는 과정이다. 고통과 번뇌로 가득한 현실에서 법문을 듣고 경전을 배우고 기도 수행함으로써 우리는 현실의 갖가지 장애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큰 공덕을 지으신 지장보살의 음성을 듣고 찬탄하며 가르침을 실천하는 행위는 나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나를 보다 건강하고, 건전하고,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이끄는 값진 공부인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지장경 공부는 눈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해 해결해 줍니다. 심즉지옥(心卽地獄)이라는 말도 있고 그와 반대로 심즉극락(心卽極樂)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지옥이 되기도 하고 극락이 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라고 지장경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전이 가르쳐 주는 지혜로써 괴로운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길이다. 지장경을 수식하는 말인 ‘신통 묘용’은 속임수나 사이비 기적을 행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장경을 ‘약속(約束)의 서(書)’라고 하는 이유는 누구든지 발원하고, 수행하고, 선행을 하고, 원력을 세워 행하면 결실을 약속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신행을 행하는 주체도 ‘나’, 결실을 이루는 주체도 바로 ‘나’다. 지장경이 전하는 가르침의 모든 출발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지장경은 나의 선행이 살아 있고 나의 원력이 살아 있는 한 반드시 성취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이것이 우리가 지장경을 공부하면서 꼭 챙겨야 할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지장경을 ‘선행(善行)의 서(書)’ ‘원력(願力)의 서(書)’라고도 부른다. 정현 스님이 누구나 지장경을 공부하다 보면 반드시 경이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 것은 스스로 바르게 보고 이해해 바르게 깨닫게 되어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때 행복이란 우리가 세속적으로 집착하는 물질적 풍요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수행 하면 할수록 원력이 생기고 원력이 생기면 생길수록 나에게 좋은 일이 열릴 거라는 확신을 갖고 마지막으로 ‘지장경을 보고 듣고 읽는 것 자체가 큰 공덕’이라는 정현 스님의 말을 곱씹어 보자.

“모든 분들이 지장보살본원경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지금 이 순간마다 나는 좋아지고 있다는 진리를 자각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영글어지길 거듭 발원합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