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목련존자 이야기 上

감로단, <해인사감로탱>의 부분, 1723년, 경남 합천 해인사 소장.

우란분재가 거행되는 백중날은 하안거 해제일이기도 합니다. 우란분재의 유래와 관련 깊은 〈목련경〉에 보면, 부처님이 목련존자에게 어머니의 천도를 위해 특별히 지정해 준 날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안거 기간 동안 청정해진 스님들의 집단적인 법력을 빌리면 충분히 천도가 가능하다는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이날 마을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사찰에 모여 과거 7대 조상님들과 떠도는 고혼(孤魂, 후손이나 친지가 없는 고독한 영혼)들을 위해, 대대적인 공동 천도재를 거행합니다.

우란분재 봉행 이유 ‘目蓮求母’
고려시대부터 유행한 중요 의례
목련의 어머니 구업으로 지옥행
이를 안 목련의 고뇌는 깊어진다

스님들과 대중들이 모두 모여 한 마음이 되어 공양하는 큰 축제날입니다. 우란분재를 설하게 된 연유는 ‘목련구모(目蓮求母)’ 이야기에서 비롯됩니다. 여느 사찰에 가도 쉽게 벽화로도 찾아볼 수 있는 친근한 내용입니다.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구하다’라는 뜻인데, 바로 〈목련경〉의 주된 내용입니다.

고려시대 때 선왕의 영가천도를 위해 왕실에서 우란분재를 베풀었고 또 고승을 초청하여 목련경을 강설했다는 기록(“癸卯 設盂蘭盆齋于長齡殿 以薦肅宗冥祐 甲辰 又召名僧 講目蓮經” 〈高麗史〉 卷12)으로 보아, 고려시대 때부터 이미 널리 유행한 경전이자 법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 와서는 목련경의 사찰 판본 종류가 10종이 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대중적 신앙으로서 깊이 침투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목련경 목판본이 전하지만 주요 한문본을 꼽자면 소요산 연기사 1536년본·승가산 흥복사 1584년본·묘향산 보현사 1735년본·금강산 건봉사 1862년본 등을 비롯 10여 본이 전합니다. 또 언해본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어, 한글로 간행된 〈목련경〉도 만나볼 수 있답니다. 그러니 목련경은 우란분재의 성행과 더불어, 예로부터 우리 옛 선조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베스트셀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목련경〉 내용의 골자는 무간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아들 목련존자는 어떻게 어머니를 구해내었을까요? 불화 ‘감로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야기의 내용을 작품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의 죽음과 아들의 출가
옛날 왕사성에 어마어마한 부자가 살았는데 외아들 하나가 있었답니다. 이름이 나복(출가 후 존명 목련존자)인데,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창고 속의 물이 점점 줄어들자, 집안 살림이 걱정이 되어 장사를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청제부인)에게 남은 재물을 살림과 삼보 공양에 쓰라고 당부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돈을 흥청망청, 그것도 온갖 사악한 방식으로 탕진합니다. 게다가 아들에게는 삼보에 공양했다며 감쪽같이 속이는 교활한 행태까지 보입니다. 이에 보다 못한 이웃사람이 “그대 어머니는 삼보 스님들은 작대기로 때려 쫓고, 오백승재 할 돈으로는 돼지·양·거위·오리·닭·개 등을 사들여 살찌게 키운 후, 온 기둥에 매달아 목을 찔러 피를 받고, 돼지를 묶어 놓고 방망이로 치고, 끊는 물을 몸에 끼얹어 튀하였지요.

그리고 슬피 우는 소리가 끊어지기도 전에 배를 가르고, 염통을 꺼내어 귀신에게 제사하고 갖은 잔치를 벌였지요.” 하지만 어머니는 “맹세컨대 그런 일이 없고 사람들의 비방하는 말에 속지 말라”는 간교한 말로 아들을 교란시키며, 오히려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대로 중병이 들어 이레(7일)안에 죽어 아비지옥에 떨어질 것”이라며 호언장담까지 합니다. 이런 말까지 듣고 어머니를 의심할 아들이 있을까요.

하지만, 구업(口業)은 무서운 지라, 정말로 어머니는 돌연 병이 들어 불과 7일 만에 죽게 됩니다. 자신이 한 짓을 숨기고 거꾸로 세상 사람들을 탓하며 아들을 속이려 던진 거짓말이 그대로 사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구업이란, 입으로 짓는 업을 말합니다. 욕설이나 악담으로 상대를 상처 주는 말(惡口)·이간질하여 분노심을 일으켜 서로를 해치게 하는 말(兩舌)·교묘하게 그럴듯하게 잘 꾸며서 현혹시키는 말(綺語)·상대를 속이는 거짓말(妄語)이 있습니다.

‘아귀’의 모습으로 나타난 목련존자의 어머니, 〈해인사감로탱〉의 부분

결국, 삼보를 믿지 않고 개·돼지 등 살생을 즐겨 한 어머니는 그 업보로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게 됩니다. 이에 목련존자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지옥으로 신통력으로 찾아다니지만, 어머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목련존자가 가는 기옥마다 처참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죄인들을 잘게 작두로 썰어 방아에 넣고 찧고 있는 끔직한 풍경‘좌대지옥(??地獄)’이 보입니다.

또 이곳은 산 전체가 칼날 나무로 뒤 덮여 있습니다. 칼날이 모두 위를 향해 날카롭게 뻗쳐 있네요. 이곳에 떨어진 중생들은 어디 피할 곳도 없이, 움직이거나 무엇을 잡을 때마다 손발이 피흘리며 산산 조각납니다(검수지옥, 劍樹地獄).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육중한 돌판 사이에 끼어 죄인들이 피와 살이 뭉개져 나오며 압사당하고 있습니다(석합지옥, 石?地獄).

거대한 양잿물 강이 유유히 흐릅니다. 시커먼 강물은 펄펄 끓고 있습니다. 검은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부딪쳐 온 몸이 화상입고 부르트는 고통을 받습니다. ‘회하지옥(灰河地獄)’입니다.

이번에는 거대한 가마솥이 있고 그 안에 시뻘건 구리물이 화산의 용암처럼 끓고 있습니다. 중생들을 지지고 삶는 ‘확탕지옥(?湯地獄)’입니다. 목련존자는 이러한 광경들을 두루 목격하고 처절하게 슬퍼집니다. “이 중생들은 전생에 무슨 죄업을 지었기에, 지금 이 같은 고통의 과보(苦報)를 받는 것이오?”라고 물으니, 각 지옥을 담당하는 옥주들을 그 죄업을 말해줍니다.

지옥서 어머니를 찾는 목련존자
사실 지옥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행위들은, 인간이 같은 지구상의 축생들에게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짓입니다. 그 이기심은 결국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하지만, 여기에 직접 ‘나’를 당하는 입장으로 대입하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합니다. 자행할 때는 모르다가 자행 당할 때야 비로소 자각하게 됩니다.

“이들은 여러 중생들을 썰고 꼬지에 꿰어 불어 구워먹으며 맛이 좋다고 즐거워했으며, 개미 벌레 등을 밟아죽이고 중생들을 다량 살해하였고, 삼보를 믿지 않고 부잣집에 태어나 중생들을 삶아 먹었기에 지금 이 수중에 떨어져 이러한 고통을 받습니다.”

지옥의 풍경이 말해주는 원리는 ‘한 대로 받는다’는 업보(業報) 또는 인과응보입니다. 우리가 평생 행해왔던 또는 세세생생 만들어온 업(業)의 에너지는, 육신이 죽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불교에서는 ‘죽는다’는 것을 ‘사대(地水火風)가 흩어진다’라고 표현을 합니다.

몸이 없어져도, 평생 지은 업의 에너지 또는 업의 덩어리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성향대로 탐착을 거듭하여, 육도를 윤회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육신이 흩어져도, 중생의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대로 남게 되는 이것을 업(業) 또는 업식(業識), 영식(靈識), 영가(靈駕), 영혼 등으로 부릅니다.
목련존자의 어머니의 영가는 그 탐욕스런 모습 그대로 지옥에 떨어지게 됩니다. 특히 뭇 생명을 함부로 여기고, 살생을 즐겼기에 여지없이 지옥 중에 상지옥인 무간지옥에 떨어졌습니다.

불교의 진리대로 하자면, 모든 존재는 평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똑같이 적용된 원리, 즉 연기(緣起)와 무상(無常)이라는 철직 속에 흘러가는 존재이니까요. 잠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축생들을 잔인하게 죽일 권리는 어디에도 없겠지요. 또 직위의 고하나 직책 또는 성별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경시하거나 함부로 할 권리도 어디에도 없겠지요.

“목련은 다시 앞으로 가다가 큰 지옥(무간지옥)이 있는 것을 보았다./ 담의 높이는 만 길이요 검은 벽이 만 겹이다./ 그 위에는 철망으로 얽어 씌웠으며/ 그 위에는 또 네 마리의 구리로 된 개가 있어/ 입으로 맹렬한 불길을 토하여 질주한다./ 그 불길은 활활 허공에서 타고 있었다./ 밖에서 천 마디나 소리를 질러 봐도/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목련경〉 中

 

#불교상식 - ‘백중’이란 ?

불교 4대 명절 중에 하나인 우란분절은 백중(百中)날이라고도 한다. 음력 칠월 보름날인 이날은 일 년의 전체 절기 중 딱 중간되는 날이다. 그래서 가운데 ‘中’자를 써서 백중날이라고 한다. 이날은 중요한 농사일이 끝나는 시기이기에 한 숨 돌릴 수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그래서 채소·과일·술·밥 등을 차려놓고, 돌아가신 조상님들의 혼을 불러 감사했다. 그래서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한다. 또 수고한 머슴들을 술과 음식으로 대접하는 날이라 해서 머슴날이라고도 불렀다. 일종의 노동절, 노동축제일과도 같은 성격도 내포되어 있다. 또 ‘백종(百種)’이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이 무렵에 과실과 채소가 많이 나와 백가지 곡식의 씨앗(種子)을 갖추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날 사찰에서는 오미백과를 차려놓고 우란분재라는 대대적인 공동 천도재를 베푼다. 그래서 백중기도라고 하며, 이 날이 49재 회향 날이 된다. 전통적으로 가장 큰 세시풍속 중 하나였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사찰 속 우란분재만 남아서 지금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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