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비판에도 무디다. 직접적인 상관성이 없으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심마저 끄고 멀리한다.

불교계의 밝은 미래보다는 눈앞의 안일함에 안주(安住)하며 손익계산이 우선이다. 경전 중심의 바른 신앙보다는 주술적 거래 신앙으로 의식(儀式)불교의 둘레를 넓히고 있다. 깨달음 중심으로 전개되어야할 포교의 현장에서는 방편 불교를 앞세운 운명론이 뱀의 허물처럼 길게 누워있다.

출가자들 자기비판적 모습을 가져야
사부대중 누구나 ‘덕 높은 스승’ 가능


생명력이 없는 말장난으로 불교 미디어의 광고 사찰은 신앙을 매개체로 구걸 비슷한 떳떳치 못한 선전문구로 들떠있다. 겨우 실눈을 뜬 거짓 깨달음으로 신도들을 끌어 모아 세력 넓히고 명예 높이는 놀이에 분주한 가짜들도 늘고 있다.

거기다가 달력에 윤달이라도 박혀 있으면 크고 작은 사찰이 잔치 벌리듯 전생의 빚을 꺼내들며 예수재 동참을 요구한다. 선배 후배는 당연히 세속적 잣대일수 있어 깨달음이 우선이 되어야 하겠지만 요즘의 풍속도에선 조직집단처럼 힘의 논리가 우선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속물근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무리들이 무리지어 세력을 규합하고 표 단속을 하는 모습이 이솝우화에서 만난 우스개 우화 같다.

조실, 방장도 할 만큼 했으면 후학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보고 싶다. 어느 스님이 어떤 사찰에서 대중의 뜻으로 추대된 방장, 조실 자리를 마다하셨다는 아름다운 소식, 어느 스님과 어떤 스님이 원로의원을 사양하시며 대종사 법계 품수도 멀리하셨다는 전설 같은 소식을 오늘의 현장에서 듣고 싶다. 연륜과 승랍이 깊어 가면 깊어진 모습으로 서너 걸음 뒤로 물러나 있는 듯이 없는 듯이 꾸밈과 드러냄 없이 자유인으로 자연인으로 살 일이다.

챙기고 모으며 쌓아두려는 끌어당김에서 비우고 버리며 나누는 삶이 더욱 아름답기 때문이다.

출가이부중(出家二部衆)은 대접받는 문화에서 겸허하게 자기 비판적 달라진 모습으로 탈바꿈 되어야 한다.

함께 맞절하는 자세, 낮춤에서 시작하여 법당의 방석도 스님과 신도의 것으로 구분 짓지 말고 우열이 없는 평등성을 회복해야한다. 젊고 늙음에 상관없이 스님이라면 높게 마련된 법상에 올라 설법하는 문화도 달라져야한다. 형식과 격식을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지만 노교수(老敎授)는 서서 강의하고 청년 승려는 법상에 올라야 높은 설법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청법가에 있어서도 ‘덕 높으신 스승님’은 스님 몫만이 아닐 터이다. 사부대중 누구나 ‘덕 높으신 스승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TV에서는 끈질기게도 스님 법사만을 고집하고 있다. 깨달음은 학식의 높낮이와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다.

홍인 문하의 신수 스님은 행자 혜능에 밀려 육조의 법통에서 멀어지지 않던가. 유마힐 거사는 문수보살의 지혜를 앞섰고 선재동자는 직분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스승으로 모시고 배워 깨달음을 완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마치 복(福)을 부르고 화(禍)를 면하게 해주는 주술적 신앙 거래는 없었는지 살피고 또 살펴 부끄러움을 줄여 나가야한다.

해마다 신도들이 차려주는 생일 잔칫상은 마땅히 사라져야 하고 승려의 장례문화도 간소하게 검소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법회에 초청된 법사 스님이라면 연륜과 수행력도 만만치 않을 터인데 주최 측에서 내미는 현찰이 든 봉투를 사양 없이 챙겨가는 모습도 마땅히 사라져야한다. 법보시(法布施)는 당연히 스님의 몫이요 의무이기 때문이다.

사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하고 스님의 생활은 청빈을 기본으로 바른 수행의 덕목을 게으름 없이 정진하는데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큰 스님의 덕행(德行)을 기린다며 기념관을 만들고 생가(生家)복원을 서두르는 세태는 지극히 세속적인 틀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끄러운 작태이다. 장학재단이나 인재양성의 좋은 일을 하면서도 스님의 이름을 앞세우는 것은 무주상(無住相)의 모습은 아닐 터이다.

불교는 깨달음의 오늘의 종교이다. 전생(前生)을 끌어들이거나 내생(來生)을 흥정하지 말 일이다. 오늘의 주인공으로 누구나 행복과 자유를 누릴 수 있게 좋은 스승, 착한 벗으로 당당하게 넉넉하게 마음열고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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