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구니회 운영위원장 혜원 스님

주지스님은 제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할 때 같이 활동하셔서 종단 살림과 이부중에 대한 걱정을 했습니다. 주지스님은 “한마음선원이 자꾸 커지는데 이에 대한 체제, 스님들을 통솔하지 못하는 힘, 대행 큰스님의 뜻을 본인은 살리지 못해서 그게 늘 안타깝다”는 걱정을 하셨어요. 그래도 가끔 전화를 드리면 편안하게 받으시고, 서로 소통이 됐습니다. 주지스님을 존경하는 점은 같은 승단에 사형 사제나 어려움이 많음에도 늘 “다 같이 잘해야죠”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난 잘난 사람도 아니고, 내가 큰스님 모시고 살지만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라며 은사스님을 향한 딸 같은 애정을 표현하시는데 굉장히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래서인지 한마음선원 스님들을 보면 대행 스님의 물결 같은 가르침이 딱 표시가 납니다.

입적하신 혜원 스님의 경우에는 절대 선두에 서거나 각을 세우시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을 굉장히 존경합니다. 진정 이 시대에 여러 대중을 끌고 가는 처세가 참 보기 드문 분이십니다. 항상 사람들을 다독거리고, 손ㆍ어깨를 만져주시고요.

무슨 얘기를 하면 “알아, 알아. 네가 말 안 해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 하시는 이심전심. 스님은 승단에 오셔서 위로는 큰스님 모셔야 하고 아래로는 많은 사제들을 보듬어야 되는 남보다도 특별한 인생이자 승려로서의 행장을 사셨습니다. “더 아프면 사제들에게 짐이 된다”고 하셨죠.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오면 대접하셨습니다. 한마음선원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행 큰스님은 가르침을 남기셨지만 주지스님은 살림살이를 하시며 그 속에서 대중을 통솔하고 같이 묻어나는, 실제적인 승려로서의 모습을 보이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단상 위에 앉아서 가르치는 것은 어른으로서 할 수 있지만, 대중과 같이 모나지 않게 근 200명의 스님을 그림자처럼 살피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도 주지스님은 다 소화해내시고, 또 누구에게나 지도자적인 모습을 하시며 사셨습니다. 이외에도 개성이 강한 스님들에게 대행 큰스님의 따듯한 모습을 전달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셨는데 참 잘해내셨습니다. 그리고 평생 출가해서 한 스님 밑에서 절대 나가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부처님의 아난존자 같은 역할이었습니다. 아난존자의 역할을 다 해내시고 나서 가셨죠. 참 멋진 분이에요. 또 항상 단정하시고 흐트러짐이 없으셨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정갈하게 생활하셨습니다. 양말 하나라도 깔끔하게요.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