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포교원장 지원 스님

저와 한마음선원 주지인 혜원 스님의 인연은 28년 정도 됩니다. 제가 1980년 총무원 교무국장 소임을 볼 때 처음 뵈었죠. 그때 총무원을 찾아오셔서 인연이 시작됐고, 2012년 포교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인연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혜원 스님은 포교를 향한 대단한 원력을 갖고 계셨던 분이기 때문에 특히 포교원이 다양한 포교활동을 펼치는 데 아주 큰 힘이 됐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더 많은 일을 하셔야 할 분께서 돌아가시니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항상 혜원 스님을 이 시대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생각해왔습니다. 혜원 스님만큼 오랫동안 상(相)을 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포교하신 분은 참 드뭅니다. 어찌 보면 포교를 함에 있어 ‘자타불이(自他不二)’ 정신을 늘 실천하신 것 같습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가 찾아와 도움을 요청할 때 선뜻 도와주기 쉽지 않을 텐데도, 스님은 상대방의 마음을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여 도닥였습니다. 자신도 힘들지만 ‘저 사람이 얼마나 힘들면 나에게 호소할까’라는 마음을 가지셨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요?

그토록 자비로웠던 스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한마음으로 너와 나를 분별하지 말고,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보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 스님 말씀도 떠올려봅니다. 이 시대 비구니 스님으로서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모습으로 사셨던 혜원 스님. 이제 다시는 두 눈으로 스님을 만날 순 없지만 스님이 보여주신 원력과 가르침은 후대에 아낌없이 전해질 것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2600여 년 동안 흘러 후대에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진리의 수승함 때문입니다. 이처럼 혜원 스님이 사회를 위해 보이셨던 큰 원력은 수많은 중생들을 위한 하나의 사표(師表)로 남을 것이고, 한마음선원 대중은 이를 따라 사회를 맑히는 법향을 피워낼 것이라 믿습니다.

한마음선원 스님과 신도님들도 당장은 슬픔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난 뒤 어떤 방향으로 불교를 이끌어갈 것인지 고민해주시길 바랍니다. 포교 일선에서 큰 임무를 맡아온 공덕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어머니 같이 넓은 품으로 대중을 섭수하신 혜원 스님처럼 대중 여러분이 사회에 법향을 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힘써주십시오. 혜원 스님께서도 열반락을 누리시다가 사바세계로 돌아와 늘 불자들과 함께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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