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예정돼 있던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산하 미래세대위원회 출범이 연기됐다. 부족함 없이 준비해 잘 알리고 확실히 미래세대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문득 지하철역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흔히 보는 ‘느리더라도 제대로 고치겠습니다’라는 팻말이 떠오른다.

거두절미하고, 요즘 백년대계본부는 소위 ‘열일(열심히 일한다)’하고 있다. 미래세대위원회 출범 준비뿐만 아니라 백년대계를 디자인하기 위한 사부대중공사, 조계사 정진법당 기도 입재 등 많지 않은 인원으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물론 열심히 일한다는 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기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열일’의 의미는 달라진다.

공직사회나 종교단체 등 관료제 형태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면 구성원들은 새로운 수장의 선출을 앞두고 조용하게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기 마련이다. 차기 집행부의 성향을 알 수 없어 거대한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실시하기엔 부담이 뒤따르니 별 수 없는 도리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백년대계본부의 최근 행보는 가히 독보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년대계본부를 향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종령기구’이기 때문에 총무원 종무회의 의결로 운명이 정해진다는 한계가 있어서다. “다음 총무원장 때 문 닫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종법기구로의 격상이 필요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차기 집행부가 뜻을 잘 이어받아 백년대계본부라는 수레바퀴를 계속 굴려야만 한다. 그러려면 백년대계본부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고, 일련의 활동들이 이를 입증해가는 모양새다.

‘일년수곡 십년수목 백년수인(一年樹穀 十年樹木 百年樹人)’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 관자(管子)의 가르침이다. ‘1년 뒤를 내다보며 곡식을 심고, 10년 뒤를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 뒤를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는 뜻이다.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지금의 조계종과 불교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백년대계본부에 어울리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백년대계본부는 이제 씨앗을 뿌린지 고작 7개월 지났다. 곡식이었다면 이미 추수하고도 한참 지났을 시간이지만 단체명에 맞게 100년을 내다봐야하니 어미젖도 떼지 못한 어린아이인 셈이다. 그만큼 주위의 관심과 지지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분명 현재로써 차기 총무원장은 누가 될지 예단할 수 없고, 백년대계본부의 운명도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차기 집행부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를 나무란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 종권이 바뀌더라도 백년대계본부는 유지하라는 말을 하기 위해 멀리 돌아왔다. 혹 총무원장 선거에 입후보할 스님이 이 글을 읽는다면 한 번쯤 되새겨주시길 바란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백년대계본부는 정규직보다 계약직 종무원이 더 많다. 그럼에도 선거라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종단 발전을 위한 일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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