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불에서 태어난 화생동자

 왕사성에 외도를 섬기는 장자가 있었습니다. 이 외도의 도인들이 옷을 입지 않아서 노형외도(露形外道)라 불렀습니다. ‘벌거숭이 외도’라는 뜻이지요.

부처님이 장자에게 예언을 하셨습니다. “선현(善賢) 장자여, 지금 임신한 그대의 부인이 장하고 잘난 아들을 낳을 것이요. 아들은 가족을 빛낼 것이요. 나의 법에 따라 출가해서, 아라한의 지위에 이를 것이요.”


부처님 예언이 틀리는 일은 없지요. 그러나 선현 장자는 나형외도의 잘못된 말만 따르다가, 마침내 아내가 죽게 되었습니다. 숲에서 장례를 치르기로 했습니다. 시체를 불에 태우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잘난 아들을 낳을 거라, 예언하셨는데, 선현 정자의 부인이 죽다니, 이상하다?”

고개를 기웃거리며 왕사성의 성주, 영승왕이 장지에 왔습니다. 큰 의사라 불리는 지바카도 고개를 기우뚱거리며 왔습니다. 마을사람들까지 고개를 갸우뚱, 하며 모였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 고타마의 예언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어. 통쾌하다. 우리 나형외도 만세”하며, 나형외도들이 벌거벗고 모였습니다. 참으로 꼴불견이었습니다.

“오늘 태어날 아기는 내가 아니면 구제할 수 없겠군”하고 부처님께서 아난 존자와 같이 장지에 오셨습니다. 부처님이 오늘 아기가 태어날 거라 하셨습니다. 엄마가 죽었는데 아기가 태어나다니요? 그러나 부처님의 예언이 틀릴 리는 없지요.

장자 부인의 시신을 타는 불 위에 올렸습니다. 시신에 불이 붙어,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시신의 배 부분에는 불이 붙지 않습니다. 아무리 불을 붙여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불이 붙지 않는 어머니 배에서 연꽃이 솟아나더니, 연꽃 위에 사내아기가 단정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참으로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부처님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때에 부처님이 서두르셨습니다.

“선현 장자는 어서, 저 불속에서 아기를 꺼내시오!” 장자는 외도들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렸습니다. 외도들이 소리쳤습니다. “들어가지 마시오! 당신이 불에 타요!”

부처님은 의사 지바카에게 이르셨습니다. “저 아이를 불 속에서 구해 내시오!”

지바카는 불이 무섭기는 했지만, 부처님이 안 될 일을 시키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불 속에 들어갔습니다. 지바카는 안전하게 아기를 안고 나왔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하늘 악기 소리와 노래가 흘렀습니다. “부처님 신통력으로 지바카가 불 속에서 아기를 구했네. 기쁘다. 아리랑 아라리요….”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선현 장자는 불 속에서 구한 이 아기를 데리고 가서 키우시오.”

부처님의 그 말씀을 듣고도 장자는 벌거숭이 나형외도들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벌거숭이들이 말했습니다. “아기가 타지 않은 건, 아기가 악으로 뭉쳐 있기 때문이요. 가족을 해칠 것이니 데려가지 마시오!”

아기 아버지가 망설이자, 부처님이 영승왕에게 부탁을 하셨습니다. “대왕이여, 이 아기를 데려가 훌륭한 백성으로 키우시오.”

왕이 놀라며 급히 아기를 받아 안았습니다. 부처님은 아기 이름을 화생(火生)이라 지으셨습니다. 영승왕은 여덟 사람 유모를 두고, 아기 화생을 길렀습니다.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 화생동자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화생 동자에게는 이웃 나라에 가서 무역을 하는 외삼촌이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누이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외삼촌은 누이의 남편인 선현 장자를 찾아 가서 따졌습니다.

“그대가 나형외도의 말을 쫓고 부처님 말씀을 멀리했기 때문에 내 누이가 죽었다. 부처님 힘으로 불 속에서 살아난 조카 아이가, 대왕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이를 데려다 기르면서 아비의 도리를 다하겠는가? 아니면, 내 친척과 이웃을 이끌고 와서 그대의 죄악을 물을 것이다!”

겁에 질린 선현은 예예, 하며 화생 동자를 데리고 와서 자기가 기르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는 먼저 영승왕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영승왕이 말했습니다. “화생은 이미 내 아들이요. 나는 부처님으로부터 이 화생을 얻었소. 부처님께 가서 이야기하시오.”

선현은 부처님을 찾아가서 눈물을 쏟으며 애원을 했습니다. 아이를 잘 기르겠다는 맹세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아버지 선현은 화생동자를 찾아와서 키우게 되었습니다. 화생은 아버지를 이어서 장자가 되었고, 이웃과 가난한 사람에게 베푸는 보시행을 실천하면서 집안을 빛내었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 법을 따라 출가를 해서 곧 아라한의 지위를 얻었습니다. 부처님의 예언은 틀림이 없지요.
<비나야잡사(毘奈耶雜事) 자섭송(子攝頌)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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