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암 대중을 소개 해야겠다. 먼저 사자암의 부지런한 머슴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동트기 전에 법당과 종각, 삼성각, 주지실의 마당을 깨끗하게 빗자루로 청소한다. 잡초도 뽑고 모노레일의 레일 주변의 웃자란 대나무, 칡넝쿨, 풀도 낫으로 깎는다.
장마철에는 등산로의 물길도 고치고 도량의 곳곳을 살펴 손질 하는걸 즐긴다. 진돗개와 고양이의 먹이 챙겨주기, 물그릇 씻어 물 바꿔주기도 그의 몫이다.
거기에 비하면 공양주의 할 일은 한가로운 편인데 끼니때마다 뜨신 밥으로 상 차리는 것, 가끔씩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봉지커피로 대접하기, 과일은 각자가 알아서 셀프로 깎아 먹기 등이 그의 할 일이다. 양말, 수건, 내의 등도 하루에 한차례씩 세탁하는데 세탁은 보조 공양주인 드럼세탁기 담당이다.
사자암 주지는 성질이 지랄이다. 성격이 급하여 불칼이다. 똥고집에 자기주장이 강하여 ‘일통’이다. 일통을 친절히 설명하자면 ‘일방통행’의 준말이다.
목탁쳐도 귀신이 올 리가 만무
생각 바뀌고 마음 열리길 바랄 뿐
사근사근하고 부들부들하면 신도들이 오죽 좋아하랴! 그러나 사자암 주지는 직설적이다. 목소리도 크다.
사자암의 새벽예불은 두시로 정해져있다. 새벽잠 없는 늙은이가 새벽명상을 즐기며 시력도 좋아 바늘귀에 실을 꿰어 새벽 바느질을 좋아한다. 염불대신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데 음정 박자가 자유롭다.
혼자서도 잘 울고 혼자서도 잘 웃는다. 법당에는 주지 방석이 정해져 있지 않고 상대가 누구이든 맞절로 맞이한다. 생일은 잊은지 오래 이고 신도들과 어울려 한 상에서 밥을 먹는다.
그러긴 하나 지역 기관장들에겐 이유있는 회초리로 자리매김 되어 있다. 국회의원이나 시장(市長)을 사자암으로 불러 된장찌개를 함께 먹으며 사찰의 당면과제를 거뜬하게 해결한다. 사자암에서는 권선문 따위를 키우지 않는다. 오줌 누는 일과 물 마시는 일을 대신할 수 없다며 자기불공, 기도는 본인이 목탁 치며 절하며 해결하도록 훈련되어 있다.
신앙은 자유와 행복 누림이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다. 진리의 등불, 마음의 등불로서 스승삼아 머묾과 소유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의미의 해탈(解脫)이기 때문이다.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지켜지며 기본에 충실해야할 보편타당한 일들이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과대포장 되어 주술적, 신비로운 존재로 거래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신앙은 열려 있어야 하고 진리는 드러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주지 소개 부분이 옆길로 길게 나가 눈살 찌푸리는 사람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사자암의 머슴과 공양주, 주지가 셋이 아닌 한 사람이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한사람을 나누면 셋이요 모으면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자암 주지는 자격증은 없으나 요리솜씨는 제법이다. 미역국에 치즈 두 장쯤 넣어 끓이면 곰탕 미역국이 된다. 맛도 좋다. 부침개 만들 때는 밥을 서너 숟갈 넣어 부치면 맛이 쫄깃하고 식감이 좋다.
남은 밥으로 누룽지 만들 때는 치즈 조각을 곁들이면 누룽지가 한결 구수하고 맛이 좋다. 전기밥솥에 찰밥을 지을 경우에는 밥이 다 되었다는 신호음이 울린 후 주걱으로 밥을 뒤집고 보온버튼을 누르면 맛있는 찰밥이 된다.
라면을 끓일 경우 후레이크와 분말스프를 넣지 않고 끓여보자. 충분히 익힌 면을 국물 없이 건져내 그릇에 담아보자. 오이채와 김치를 잘게 썰어 고추장하고 비비면 맛좋고 개운한 비빔면이 될 것이다.
사자암 주지는 생긴 대로 행복하다. 누가 있든 없는 말도 행동도 꾸미지 않고 걸림과 머묾 없이 자유인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목탁 쳐서 귀신이 올 리 없다며 진솔한 신앙상담을 즐긴다.
사자암 주지가 법당에서 법문할 때는 누구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경청한다. 두 다리 길게 뻗고 법문 듣는 청중들이 늘고 있다. 사자암 주지는 법문 후 끝장토론을 즐긴다. 생각이 바뀌고 마음이 열리어 진리와 하나 이루길 온 몸으로 설법하고 있다.
- 기자명 향봉 스님(익산 사자암 주지)
- 입력 2017.08.25 09:02
- 수정 2017.08.2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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