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종

따렉 깝괸 지음|이창엽 옮김|담앤북스 펴냄|1만 6천원

샨티테바와 아티샤 그리고 달라이 라마 등

티베트 현자들 지혜와 생생한 조언 바탕으로

‘산 위에서 보는 마음’을 기르는 59가지 수행법 소개

로종(Lojong)은 수세기 동안 티베트의 위대한 불교스승들이 제자들에게 비밀리에 전수한 ‘마음수련법’을 말한다. 지금은 티베트를 넘어 서양에서도 ‘마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수행’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책에는 로종의 7가지 핵심 가르침과 59가지 수행법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과 설명이 담겨 있다. 타인의 언행이나 작은 시련에도 쉽게 부서지는 마음 때문에 고통받는 현대인에게 마음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과 더불어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는 로종에 대해 “산 정상서 보는 관점을 기르는 수행법”이라고 말한다. 산꼭대기에 서면 어떤가. 가슴이 탁 트이는 동시에 마음이 넓어진다. 산 아래에서의 작은 다툼, 타인에 대한 미움과 원망, 앞날에 대한 걱정이 ‘큰일’이 아님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로종의 7가지 핵심 가르침은(책에서는 7개 장 제목으로 소개) 바로 ‘산 정상서 보는 관점과 태도’를 기르는 화두와 같다. 그 7가지는 △마음수련을 위한 준비 운동(無常과 因果 등 삶의 진실 성찰하기) △만물의 상호 의존성(緣起)에 근거, 마음의 본성 역시 공(空)함을 깨닫고 자비심을 기르는 명상법 △분노와 두려움 없이 역경에 대처하는 법 △마음수련을 평생 유지하는 법 △마음수련의 발전 정도를 평가하는 법 △마음수련 시 꼭 지켜야 하는 규범 △일상생활에서 마음수련 하는 법이다. 각각의 가르침에는 지금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수행법이 짧은 경구 형태로 총 59가지 포함돼 있다.

저자는 로종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티베트 현자들은 물론 서양의 유명 불교학자와 신경과학자까지 동원한다. 로종 가르침의 근간이 된 위대한 불교스승 샨티데바의 〈입보리행론〉과 아티샤의 〈보리도등론〉의 명구절을 소개한 것은 기본이다. 밀라레빠와 빼뛸 린뽀체 같은 유명 수행자의 어록서부터 나가르주나와 찬드라키르티 같은 불교사상가의 해설, 달라이 라마의 생생한 조언까지 두루 인용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생 명언’으로 삼을 만한 지혜와 통찰의 말이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울린다.

“온 세상을 가죽으로 덮으려면 어디서 그 많은 가죽을 구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가죽신 하나만 신으면 온 세상을 다 덮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샨티데바)

“아침에 일어날 때 소나 양이 우리에서 뛰어나오듯이 서두르지 마라. 침대에서 긴장을 풀고, 눈을 내면으로 돌려 마음속을 주의 깊게 살펴보라.” (빼뛸 린뽀체)

“자신의 믿음에 대한 집착과 남의 관점에 대한 혐오, 그것은 모두 생각일 뿐이다.” (찬드라키르티)

로종의 59가지 수행법(경구) 중에서도 15번부터 마지막 59번까지 이어지는 경구들은 매우 실용적이고 구체적이다. 자신의 결점이나 잘못을 드러내는 연습에서부터 잘못을 뉘우치는 법, 번뇌를 알아차리고 다루고 제거하는 법 등은 일상서 우리가 하는 말과 생각 그리고 행동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이 경구들을 마음 깊이 새기고 실천하면 매사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 늘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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