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기도도 ‘지금 이 순간’ 부터 시작
평생기도도 ‘지금 이 순간’ 부터 시작
  • 박원자 작가
  • 승인 2017.08.24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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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꾸는 108배

대뇌 습관 구축 21일 걸려

100회 반복에 변화시작

꾸준함이 이끄는 108배

 

마음이 복잡해서 절을 시작한 딸

드디어 큰 딸애가 108배를 시작했다.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안 되겠다는 것이다. 큰애는 몇 달 전 만 3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퇴사했다. 좀 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인생을 재정립해보고 싶다고 하더니, 직장을 그만 두고 바로 친구와 함께 한 달쯤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두어 달을 쉬고 나니 좀 불안해지는 모양이다. 직관력이 있고 삶에 대한 소신이 뚜렷한 편이어서 아무 일을 안 하고 있어도 나는 별반 걱정이 없는데, 본인은 가끔 ‘엄마, 백수 딸 걱정되지?’하고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백세시대라고 하잖아, 천천히 가’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론 ‘108배를 했으면’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스스로 절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정말 기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애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금언이 있다. ‘지혜로워야 굳센 장벽을 뚫고 부지런해야 힘을 쌓을 수 있으며 마음이 고요해야 일을 정밀하게 할 수 있다’는 정약용 선생의 말씀이 그것이다.

마음이 고요하고 지혜로우며 부지런하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게 없다. 108배는 지혜와 부지런함과 고요함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좋은 방편이다. 절을 하다보면 들뜬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차분해지는데, 지혜는 이 차분함에서 나온다. 또 부지런하지 않고는 날마다 108배를 할 수 없다. 더욱이 100일 정도 108배나 1080배, 3천배를 지속하려면 부지런히 열심히 사는 사람 아니고는 할 수가 없다.

열심히 살고 싶은데 당장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절을 권하고 싶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시작해보는 것이다.

절을 시작한 딸애에게 ‘108 대참회문’을 보면서 해보라고 권했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무 생각 없이 절만 하겠다는 것이다.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단순하게 그냥 절만 해보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딸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딸애에게 절을 하니 어떠냐고 물으니 “마음이 차분해져서 좋다”고 한다. 딸아이는 대학 휴학 중에 일주일 정도 절에 머물면서 매일 1080배를 한 경험이 있다. 집에 돌아와 ‘절을 하고 나면 고민이 정리되는 것 같고 앞으로만 전진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늘 받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게 좋은 걸 매일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절을 계속하면 힘이 쌓이고 쌓여 정말 삶의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데 마음대로 안 된다고 했다.

큰 딸애가 중학교 때, 나는 인도여행으로, 남편은 직장일로 함께 3주 정도 집을 비운 일이 있다. 공교롭게 일정이 겹쳐서 대학생인 조카를 집에 와 있게 하고 다녀왔더니, 매일 108배를 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고맙고 기특하던지 마음이 뭉클했었다. 그리고 그때 ‘아, 아이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밝은 에너지를 느끼고 좋은 것은 따라하는구나’하는 것을 느꼈었다.

그때 처음 108배를 해본 딸애는 ‘절을 하니 마음이 편해져서 좋고, 바라던 일이 이뤄져서 좋고,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엄마 아빠가 멀리 가 있어 불안했는데 절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고, 무사히 돌아왔으면 하고 기도하면서 절을 했는데 건강히 돌아왔으니 소원이 이뤄진 것이고, 매일 몸을 움직였으니 건강해진 것은 당연한 것.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렇게 108배의 효능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후 절을 했으면 할 때마다 그때 일을 상기시키곤 하면서 ‘엄마랑 같이 한 달만 하자, 싫으면 일주일만이라도 하자’고 회유 해보았지만 허사였다. 처음 절을 하고 나서 정확히 절의 효능을 스스로 깨우쳤는데도 왜 계속하지 못하는 것일까?

 

최소한 100일에서 3년은 해야

108배를 시작한 딸에게 우선 21일 동안만 매일 해보라고 권했다. 마음 같아선 100일을 권하고 싶었지만 길게 잡았다가 하루 이틀 안하게 되면 포기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절을 해보면 무언가 좋은 것은 알겠는데, 지속이 안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하소연한다. 하긴 절수행 뿐이겠는가. 어떤 일이든 계속하지 않으면 힘이 생기지 않는다. 힘이 없으니 계속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기도를 할 때 보통 21일이나 100일을 정해놓고 하는데, 왜 그 많은 숫자를 놔두고 21일, 100일을 하는 걸까.

보통 사람의 뇌에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지는 기간은 3주(21일) 정도 소요된다는 것이 행동과학자들의 이론이다.

대뇌피질에 있던 생각이 뇌간까지 가는데 소요되는 최소한의 시간이 21일이라는 것이다. 즉 21일은 뇌에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지는 시간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습관이 몸에 배고 정착하는 데 3주 정도가 걸리는 것이다. 그런데 21일에 새로운 회로는 만들어지지만 조금이라도 충격을 주면 회로가 끊어지는 불완전한 단계라고 한다. 그래서 이 단계를 견디고 넘어서야 새로운 습관의 회로가 정착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습관이 확실하게 형성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어떠한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되기까지 대외세포에 동일한 자극이나 흥분이 100회 정도는 주어져야 한다고 한다. 대뇌 세포에 뻗어있는 수상돌기가 자극이나 흥분에 의해 뇌세포와 연결되고 축색 주변의 수초라는 지방막까지 퍼지는데 3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세포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쉽게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동일한 행동을 적어도 100회는 반복해야 새로운 습관이 형성된다는 것이 뇌과학자들의 말이다.

성철 스님은 살면서 큰 장애가 나타났을 땐 최소 21일 이상 3천배를 할 것을 명했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3년 동안 계속해서 기도를 하도록 일과숙제를 내주셨다고 한다. 3년은 지나야 수행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본 것이다. 108배 정진을 해본 사람들은 큰스님의 말씀에 대부분 동감할 것이다. 하다말다를 반복하며 수없이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3년이면 백일 정진을 열 번 정도 하는 기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저 뇌과학자들이 말한 100회 반복이라는 숫자도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제주도 약천사 조실이셨던 혜인 스님은 젊은 시절 군에 있을 때 철원 도피안사에 근무하면서 21일 동안 하루 5000배씩 정진하면서 부처님께 약속했다.

이번에는 21일 동안 10만 배를 올리지만 나이 서른이 되면 알게 모르게 지은 죄, 몸과 마음으로 지은 죄를 완전히 청산하겠다고 벼른 것이다. 그리곤 정확히 서른이 되던 해, 그 약속을 실천했다. ‘지금까지 절하다 죽은 놈 없고 절하다가 죽더라도 지옥은 안 간다’는 성철 스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되어 하루 5000배씩 200일 동안 정진해 100만배를 회향했다. 남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할 만큼 말재주라고는 없었던 스님은 해인사 장경각에서 100만배 참회 절수행을 한 후 말문이 트여서(이른바 설통) 어느 때 누구 앞에서도 말이 술술 나왔다고 한다. 스님은 그 후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에서도 법문을 청해 와 유명한 법사스님으로 활동했다.

 

스승 살려낸 석남사 스님들의 21일 108배참회기도

석남사에 주석하며 후학들을 이끌고 정진했던 인홍 스님을 일컬어 가지산 호랑이라고 한다. 한국 비구니의 출가정신과 정체성을 확립시킨 근현대비구니계의 대모로 수많은 후학들을 걸출한 수행자로 키워낸 분이다. 나는 스님의 일대기를 쓰면서 훌륭한 리더는 자신을 온전히 버리고 타인을 위해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운 바 있다. 그러한 스님이 일할 나이인 쉰일곱 살 때 덜컥 병에 걸렸다. 췌장이 곪아서 터지기 일보직전이 된 것이다. 수술을 앞둔 석남사 스님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1960년대였으니까 지금처럼 의술이 발달했을 때도 아니고 병명을 알지 못해 2개월 동안 심한 고생을 했던 터라 안심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을 위해 한 생을 헌신했던 스승을 그렇게 보내드릴 수가 없었다.

고심 끝에 늘, 석남사에 깊은 관심과 경책을 내렸던 성철 스님을 찾아갔다. 사정을 들은 큰스님께선 ‘스님을 살려내려면 108참회와 능엄주를 하되 21일 동안 일분일초도 그치지 말라’는 처방을 내렸다. 석남사 스님들은 회의 끝에 즉시 기도를 집전할 스님들을 16명으로 구성했다. 능엄주를 송할 스님 둘, 108 대참회를 하면서 절할 스님 둘, 이렇게 네 사람을 한 팀으로 해서 네 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 팀이 두 시간씩 기도한 다음 팀이 교대해서 24시간 잠시도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기도를 시작했다. 얼마나 간절하고 장엄했겠는가. 기도를 하는 사람은 네 팀의 스님들뿐만 아니었다. 선방의 스님들은 방선 시간에, 소임을 맡은 다른 스님들은 일을 하는 틈틈이 법당에 들어가 절을 했다. 스님들 모두 인홍 스님을 살려내야 한다는 것에 한 마음이 되어 부처님 이름을 한 분 한 분 부르면서 소중한 정수리를 낮추어 마룻바닥에 대었다. 때는 한여름, 옴 몸에 흘러내리는 땀으로 가사장삼이 모두 젖었다.

온 도량이 염불소리로 가득한지 21일째 되던 바로 그날, 수술을 무사히 받고 빠르게 몸을 회복한 인홍 스님이 석남사로 돌아왔다. 한 마음의 힘, 정성의 힘이 하늘을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 21일기도였다. 이를 기념해 그 후 석남사에서는 매년 1월 3일부터 일주일 동안 능엄주와 108대참회로 정진하면서 하루 종일 향과 촛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장좌기도를 하는 전통을 세웠다. 인홍 스님 또한 팔순이 넘도록 저녁예불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108배를 했다. 매년 그믐날 있었던 삼천배 정진도 빼놓지 않고 했다. 석남사 노스님들이 얼마나 신심 나게 당시의 일을 전해주셨던지 ‘21일 기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습관이 곧 힘이다. 그 힘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지속적인 수고로움과 정성에서 얻어진다. 습관은 또 운명을 바꾼다. 하루아침에 뚝딱 바뀌는 것은 없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21일이나 100일, 3년, 평생이라는 시간도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 108배도 1배에서 시작된다. 오늘부터 눈 딱 감고 100일기도 한번 시작해서 운명을 바꾸는 좋은 습관 하나 만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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