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현대불교
상단여백
HOME MANDALA 도반의 향기
“명상 모르핀주사 아니다, 환상 버려라”명상나눔협동조합
  • 글=윤호섭 기자, 사진=노덕현 기자
  • 승인 2017.08.19 17:29
  • 댓글 0
명상가들의 얼굴은 언제나 환하다. 명상나눔협동조합원들 역시 그렇다. 명상을 통해 대중이 겪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원력은 마치 양류관음을 닮았다.

대중은 문화 접목한 명상에 더 감동

지역사회 호흡하는 단체로
2015년 명상가들 모여 창립
명상심리지도사·강좌 운영
지자체 사업 무료 서비스도
“돈벌이 안 돼도 자부심 높아”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불러가는 배만큼 채워지지 않는 정신적 만족감으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앓고, 삶의 목적을 잊은 채 방황하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명상이 각광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소위 ‘명상 붐(boom)’이라고 일컬을 만큼 대중화됐다.

이 같은 사회 흐름에 발맞춰 올바른 명상을 보급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단체가 있다. 바로 2015년 1월 창립한 ‘명상나눔협동조합’이다. 몸과 마음의 균형 잡힌 건강을 돕고자 문을 연 명상나눔협동조합은 창립 당시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이름을 알렸으나 그 이후로는 소식이 뜸했다. 2년 반이 흐른 지금, 조합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듣기 위해 서울 성북구 소재 풍경소리 사무실서 8월 9일 조합원들과 만났다. 인터뷰에는 고대승(65) 이사장을 비롯해 이용성(55) 상임이사, 김준영(56)·정수지(42)·송은주(37) 조합이사, 나종진(51) 조합원, 김선영(46) 예비조합원이 자리했다.

명상나눔협동조합원은 총 12명. 이 중에서 절반가량은 불자다. 불자와 비불자들이 함께 종교의 벽을 넘어 명상을 보급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공헌·이익 ‘일거양득’ 도전
명상나눔협동조합은 2015년 창립됐지만 이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소모임 형태로 운영돼왔다. 현대사회의 정신적인 병리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명상을 대중적으로 알리자는 취지로 풍경소리학교 강사와 뜻을 함께한 이들이 뭉쳤다. 2009년 ‘명상나눔’이라는 모임을 통해 본격적으로 교류해오며 비영리단체 같은 사회공헌을 원하는 목소리와 경제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현실적 고민 등을 오랫동안 논의했다.

다행히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5인 이상 조합원을 모으면 누구나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돼 ‘일거양득’의 마음으로 명상나눔협동조합을 창립했다. 현재 12명의 조합원이 활동 중이며 절반은 불자, 절반은 비불자다.

이용성 상임이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명상가들이 모이다보니 조금씩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협동조합이라면 여러 의견을 수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논의를 시작했고, 개인 출자금 50만원씩 모아 조합을 만들었다”면서 “협동조합은 동업기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개별적 전문성에 따라 강좌를 만들거나 찾아가는 명상수업 등을 진행해왔다”고 소개했다.

현재 명상나눔협동조합은 △명상심리지도사 1·2급 양성과정 △마음챙김명상(매주 목) △바르도명상(매주 수) 등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학교 현장서 명상이 인성교육에 활용될 수 있도록 교사명상동아리 등의 명상 수련을 돕기도 한다. 아울러 조합 창립 초기부터 주요사업으로 이끌어온 ‘몸맘건강사업’은 서울시 주민참여 예산사업으로 선정돼 정기적으로 성북구서 개최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아파트단지 일대서 열리는 이 사업은 △성격유형 및 생활습관 분석 △체형분석 및 교정운동 △스트레스 측정 △명상 △아트·아로마 테라피 등 다양한 체험부스를 마련해 무료로 지역주민들의 건강한 생활을 돕는 행사다. 이외에도 약 10회기 동안 이어지는 초등학교 방과후수업 명상강좌, 몸맘건강마을학교, 마음꽃밭교실 안내자 양성과정 등을 실시했다.

그런데 조합 측의 친절한 설명을 가만히 듣다보니 한 가지가 허전했다. 바로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윤으로 이어질만한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지역공동체 발전에도 기여하지만 엄연한 경제조직이기에 어느 정도의 이윤 추구는 반드시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용성 상임이사는 “사회공헌을 위한 활동은 비교적 많이 하는 편이지만 안타깝게도 조합원들의 경제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한 부분은 아직까지 미진하다”며 “명상은 대중화됐지만 어디까지나 몇몇 대형 단체들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아직은 갈 길이 조금 멀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 같은 원인으로 조합 측은 2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대중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는 자체 프로그램이 정립되지 않은 것이고, 둘째는 명상으로 목돈을 만져본 조합원이 없다는 점이다. 소규모 단체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기도 하다. 또한 성북구라는 활동무대의 특성상 ‘명상의 유료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몸맘건강사업’이 지역사회에서 비교적 호평을 받으며 명상에 대한 구민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유료로 운영될 시 미래를 장담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용성 상임이사는 “지금은 지자체 재정지원 덕분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내년은 모르는 일이다. 정말 프로그램이 좋다면 명상을 위한 투자로 이어져야 하는데 어렵다고 본다”며 “아마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투자를 하기에는 개개인의 우선순위에서 명상이 뒤로 밀리는 것 같다”고 지역정서를 전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펼쳐온 활동이 단체를 이끌어가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고대승 이사장은 “조합이 창립되고 꽤 많은 시간을 보내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우리가 추구해야할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었다”면서 “지역주민들과 명상으로 함께 호흡하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개인 인성함양에 도움이 되도록 풀뿌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올바른 명상의 대중화를
종교색 없애고 대중문화 접목
지속적인 교감으로 명상 지도
‘좋은 지도자’와 ‘도반’ 있어야
나태함 없이 꾸준한 발전 이뤄

새로운 포교의 場 기대
선사례 없어 운영 어렵지만
길 내는 마음으로 포교 도전
학교·기업 등 연계 바탕으로
그물 넓혀 풀뿌리 명상 실현

대중화와 종교, 갈림길에서
명상나눔협동조합은 명상의 대중화를 위해 종교색을 최대한 없앤 것이 특징이다. 명상을 종교적 수행으로 접근하면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높아지고, 결국 대중화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제대로 된 명상법을 지도하기 위해 수강자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지근거리에서 돕는다.

정수지 이사는 명상을 찾는 대중의 관심에 대해 “경험에 따르면 과거에는 신체·정신적으로 힘들어 명상을 배우는 이들이 많았다. 불면증이나 암 환자 등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20~30대 사회초년생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명상이 원활한 대인관계 또는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 등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영 이사는 “불교 내에서만 할 명상이라면 현재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불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기 때문에 불교색을 뺄 수밖에 없다”며 “대중은 전통적인 명상보다 어느 정도 사회화 작업이 이뤄진 명상에 더 많이 감동한다. 대중문화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편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드라마치료와 춤테라피 등을 접목한 다른 조합원들의 강의에서 느낀 대중의 감동을 언급했다.

다양한 명상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명상할 때 주의할 점과 명상에 대한 오해 등도 물어봤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지만 서양에서는 명상을 하며 마주하게 되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연구논문도 다수 나왔다. 조합원들은 ‘지도자’와 ‘도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은주 이사는 “부정적 측면이라기보다는 극복해야할 것이 찾아올 때가 있다. 이걸 개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명상지도자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준영 이사는 “명상을 기술로만 접근하면 답이 안 나올 때가 많다. 게다가 방법에 따라 어떤 것이 수용 가능한지 개인적 편차도 크다”며 “지도자나 함께하는 도반과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힘든 상태에 빠졌을 때 도와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용성 상임이사는 “전통적으로 좋은 스승과 도반이 있어야 한다고 선조들이 얘기했다. 개인이 명상을 하다 신비체험을 하거나 나태해질 때 힘이 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명상을 혼자 하더라도 함께 믿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합원들은 ‘명상에 대한 환상을 버릴 것’을 당부했다. 명상을 마치 특정 질병을 낫게 해주는 ‘약’으로 믿고 접근하면 명상의 본질은 잊고, 단순히 효과만 좇게 되는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용성 상임이사는 “사람들이 흔히 명상을 ‘진통제’ 같은 것으로 이해한다. 물론 빠르게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때문에 명상을 계속하지 않는다. 결국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 찾아오는 악순환만 반복된다”면서 “전쟁터에서 다친 병사를 위한 모르핀주사도 필요하지만 명상은 본질적으로 스스로 자기면역력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을 대상으로 명상을 지도하는 명상나눔협동조합.

유사명상, 明과 暗
이번엔 불교계에 조금은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명상의 대중화와 이에 따른 유사명상의 대두 등 ‘명상의 상품화’와 관련해 최근 불교계서 이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아서다.

김준영 이사는 “우리나라의 명상 대중화는 대부분 외국 번역서적을 통해 이뤄졌다. 이들은 기법적 측면에서 아주 기본적인 명상에 불과하지만 객관적인 데이터와 임상을 거친 효과성으로 신뢰를 주면서 자리 잡아가기 시작했다”며 “광의적으로 볼 때 명상이 아니라고 하긴 어렵지만 솔직히 명상으로 보기 곤란한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용성 상임이사는 서구의 몇몇 명상법들이 매뉴얼로 정리되면서 부처님의 대기설법과 같은 개별적 지도가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간은 다양성이 있다. 이것을 하나의 틀로 맞춰 교육하다보면 예외 상황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명상 안내자들이 자기수행에 힘을 더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송은주 이사는 다양한 명상법들이 하나의 인증과정으로 변질돼 명상의 본질은 사라지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방편으로 주객전도 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송 이사는 “굉장히 저명한 요가명상 선생님이나 스님들이 서양 명상법의 기초교육을 이수하는 모습을 보며 충격 받았다”며 “기초교육 지도자들조차 명상을 오래 공부한 이들이 아니었지만 해당 명상법이 주는 사회적 권위를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불교계엔 이런 걸 이끌어줄 인재가 정말 많을 텐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나종진 조합원은 “어느 명상가가 ‘깨달아서 뭐하느냐’고 수강생들에게 말하는 걸 들었다. 불교가 대중에게 쓸데없는 깨달음이나 강요하는 것으로 비친다고 볼 수도 있다”며 “수용할 기법들은 과감하게 수용하되 깨달음보다는 대중이 겪는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불교명상도 사회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방과후수업에서도 명상을 가르친다.

힘들어도 명상보급에 최선
명상을 매개로 만들어진 협동조합, 원력은 충분하지만 기댈 곳 없이 고군분투 하는 소규모 조합이 나아갈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이들은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이용성 상임이사는 “명상이 시간과 돈 있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이 누구나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것으로 이해시키고 싶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활동하는 단체가 전무후무하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 나올 비슷한 사례들의 모범이 되고 싶다. 그물을 넓히려면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전해야 하듯 새로운 포교의 장으로 거듭나도록 연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대승 이사장은 “정말 조그만 서원을 갖고 지금까지 왔다. 주위에서 힘을 북돋아준다면 사회에 향기를 퍼뜨리는 아름다운 일을 해낼 수 있다”면서 “명상이나 마음공부는 어느 곳보다도 불교에서 하기 쉽다. 계정혜(戒定慧) 삼학만으로도 바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불교계의 노력이 뒤따르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준영 이사는 “현재 학교급별 인성교육 교재에 명상이 고등부 프로그램으로 채택돼 있다. 이처럼 학교나 기업 등과 선(禪)을 어떻게 접목시키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라며 “1차적인 정리는 거의 끝마친 상황이다. 앞으로 펼쳐질 명상나눔협동조합의 활동이 어떤 성과를 낼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명상가들은 밝다. 특히 불교명상을 수행한 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향기롭다. 자신의 마음자리를 돌아보고,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불이(不二)의 정신을 알기 때문이다. 명상나눔협동조합의 가능성도 여기에 있다. 중생들이 겪는 현실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원력은 양류관음처럼 자비롭기에 이들의 서원이 사바세계 곳곳에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글=윤호섭 기자, 사진=노덕현 기자  sonic027@naver.com

<저작권자 © 현대불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윤호섭 기자, 사진=노덕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