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민족공동체추진본부 특강… 주제:‘新베를린선언’의 과제
 

거듭되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풀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남북 경색국면이 계속 이어짐에 따라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높다. 평화적인 남북대화를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8월 9일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특강서 ‘신(新)베를린선언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홍 의원은 “통일을 강조하면 ‘귀속’의 의미가 붙어 양국관계가 악화된다”며 “한반도 평화에 방점을 찍고 일희일비 대신 철학적 입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리 = 박진형 수습기자
홍익표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이다. 2017 문재인정부 통일안보 특보 방미동행(6월)했으며 통일·외교·북한 전문가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정치학 박사를 수료했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통일 표현, ‘귀속’ 따라 붙어
한반도 평화에 방점 찍어야
위기일수록 제재보다 대화로
대립구도 풀어가는 자세 필요

요즘 정세로 봤을 때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의 실현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때문이죠. 우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 현황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함 단거리고 중거리고 자유자재로 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점점 빈번해져 왔습니다. 금년 제외 가장 많은 미사일 도발을 한 2014년에는 미사일을 7차례 발사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들어와서는 7월 28일 발사된 건까지 벌써 13건입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북한의 핵실험은 종종 있었습니다. 이후 전략적 무기 발사도 13건 이상입니다. 정부는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안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현 상황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북정책의 실패입니다. 우리가 겁박을 한다고 해도 북한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제재와 압박을 했죠. 아인슈타인은 말했습니다. 매일 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 바보라고. 물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북한 역시 핵과 미사일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남북 관계 4개의 선언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 △6·15공동선언 △2007 2차정상회담은 남북관계에 굵직한 선을 그었습니다.
우선 7·4남북공동성명은 의미가 엇갈립니다. 하지만 설사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공동성명의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원칙이 이후 합의의 기반토대로 작용 합니다.

남북기본합의는 1991년 12월 13일에 이뤄졌습니다. 남북군사회담 같은 다양한 형태의 교류가 사실은 남북기본합의서에 나온 것들이 현실화 된 것입니다. 당시 남북한은 여전히 대치상태였고, 중국은 아직 개방의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한미동맹이 중요했던 상황에서 UN에 남과 북이 동시가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남북관계에 제도적 틀을 만들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한 것이 남북기본합의입니다.

그리고 9년이 흐른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이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양측 최고지도자 대리인들 간의 합의였습니다. 하지만 6·15공동선언에선 남북 간 최고지도자인 김대중 前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납니다. 7년 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노무현 前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으로 6·15공동선언을 적극 구현코자 했습니다.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내용이 합의됩니다.

1998년도부터 2016년까지 남북회담의 횟수를 살펴보겠습니다. △김대중 정부(1998~2003) 80회 △노무현 정부(2003~2008) 174회 △이명박 정부(2008~2013) 21회 △박근혜 정부(2013~2016) 37회입니다.

이렇게 2008년 이후 정부 간 대화가 5분의 1수준으로 줄어듭니다. 특히 군사회담 중심으로 이뤄져 경제회담은 거의 진행되지 못하게 됩니다. 6·15공동선언 이후 장관급회담은 총 23회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없어졌습니다. 적십자회담은 총 11회로 대부분 참여정부 시절입니다. 이외에도 군사실무회담 총 39회, 경협추진위 총 10회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말뿐 아니라 실적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산가족 교류 역시 참여정부 대비 5분의 1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기준으로 이산가족 중 사망자가 생존자보다 많아집니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은 것입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5대 기조
정부의 5대 정책 기조 내용은 △한반도 평화 추구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 △비정치적 교류협력사업 추진입니다.

우선 한반도의 평화 추구는 당장의 통일이 아닌 한반도의 평화추구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생각은 통일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제 의견은 통일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들리시나요? 하지만 통일 얘기를 많이 한 정권·지도자일수록 남북관계는 부정적이었습니다. 통일 얘기를 제일 안 하신 분이 김대중 前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래서 도리어 진보적 그룹에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김대중 前 대통령은 “남과 북이 평화롭게 있고, 자유롭게 교역하면 그게 사실상 통일 아닙니까. 그 이후에 통일 어떻게 할지는 우리 후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하셨습니다. ‘통일’이라고 말하면 머릿속이 매우 복잡해집니다. 먹느냐 먹히느냐가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그래서 우선 통일보다는 한반도의 평화적 관계가 중요합니다. 교류협력이나 한반도의 평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 평화 후 통일이라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의 비핵화 추구입니다. 저의 해석은 북한 체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한반도는 비핵화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체제에 대한 위험성을 해제해주면 핵을 포기할 것입니다. 북한의 위협이 입증 가능할 정도로 제거되고 북한이 믿을만한 상태가 돼야 주한미군도 철수하겠죠.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북한 역시도 자기의 체제가 확실히 안전해져야 확실하게 핵을 포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핵심은 북미 관계개선입니다.

세 번째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입니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평화협정을 말한 사람입니다. 거부감 있는 사람은 이렇게 이의를 제기할 것입니다. “북한이랑 평화협정이면 미군 철수하란 것 아닌가?” 저는 되묻겠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의 위협이 없어진다면 철수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1882년부터 청나라, 왜나라 군대가 대한민국에 있었습니다. 135년간 한반도서 외국군대가 존재했습니다. 외국군대는 있을 이유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 한미동맹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평화, 남북관계의 안정을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네 번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추진입니다.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얘기했던 것인데. 한반도 내지는 동북아를 전체로 아우르는 협력을 하자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려 북한과 먼저 경제 공동체를 이루자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정치적 교류협력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지속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에 동의하지만 이견도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정경분리를 말하는 건데 이건 동의합니다. 그런데 제가 느낀 것은 정치군사적으로 협력하지 않고는 교류협력도 힘들겠다는 것입니다.

베를린 구상의 4대 제안
베를린 구상에서 한 4가지 대북제안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중단 △남북대화 재개입니다.

사실 하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좋은 말을 주고받기 힘든 정세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추석에 만나는 행사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 이산가족 사망자가 늘고 있습니다. 꼭 명절에 이산가족 상봉할 필요 없습니다. 빠른 시일 내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선 금강산관광 정상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산가족 상봉 면회소가 금강산에 잘 만들어져 있으니 활용해야 합니다.

평창올림픽이 200일 안쪽으로 들어왔습니다. 평창올림픽이 내년에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까요? 북한이 험악하게 굴면 외국인관광객 유치도 힘들 것입니다. 전 세계 교류 협력의 장인 올림픽에서 남과 북이 으르렁대는 것은 손님 초대해놓고 집안서 으르렁 대는 꼴입니다. 제대로 평창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돼야 합니다. 남북이 공동으로 올림픽에 함께하고 그 시기만큼은 총을 내려놓고 협력해야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접촉 및 대화의 재개입니다. 북한이 핵미사일 연구를 중단한 뒤가 아니라 그것을 중단·보류하기 위해서 빨리 대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얘기를 하겠습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남북관계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지금 매우 어렵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강해져야 합니다. 저는 문 대통령이 김대중 前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김 前대통령은 어려운 1970년대 냉전시대에 4개국 화해협력과 평화를 겪으며 본인의 철학을 체화했습니다. 최고지도자의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순간의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철학적 입장을 갖고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미사일 실험에 즉각적 대처보다는 좀 더 깊은 철학적 고민으로 평화를 위해 나아가길 바랍니다.

덧붙여서 말씀드리면 이 시기에 결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말로만 대화해야한다는 당위론적 이야기 이제는 집어치우고 결과로 보여줍시다. 우리에게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무장은 강화되며 미국과의 대립구도도 강화될 것입니다. 이렇게 대치구도가 될수록 우리의 입지는 작아지고 미국과 북한 둘의 대립구도가 될 것입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올바른 정책을 내야합니다.

늘 국가가 어려울 때는 대한민국 종교계가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불교는 체제 대결을 순화시키고 국내 갈등을 조화롭게 하는데 있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의 기본철학에 따라 남북을 위해 함께 힘써주시면 후손에게 더 평화롭고 안전하고 희망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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