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다이지(동대사·東大寺)’ 건물에서 한글 낙서가 발견돼 일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했다. 오밤중에 술에 취한 여대생들이 울타리를 넘어 1천4백 년 된 국보 31호인 첨성대를 기어올라 셀카도 찍었다.

국내외에서 일어난 일은 실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미 과거에 국내 사찰이 방화로 하루 밤에 사라진 일이나, 심심산곡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 유서 깊은 유적과 작품들이 훼손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지만, 사건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첨성대와 일본 도다이지는 세계적 유적이고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번잡한 곳이니 모두가 볼 수 있으므로 사건화되어 언론 매체가 일제히 떠든다. 그러나 눈에 띠지 않는 깊은 곳에 있는 유적은 훼손이 되어도 아무도 모른다.

만취 여대생 첨성대 올라 셀카
日 도다이지서 한글 낙서 발견
한국 문화재 인식 보여준 사건

특히 불교 문화유산에 관심 無
문화재 훼손돼도 언론 안 다뤄
교육서도 불교문화 우수성 배제

정책과 교육 부재 가져온 결과
인식 변화 위한 근본 대책 필요


필자가 국립박물관에서 미술부장으로 재직하던 1985년에 중앙청 청사를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여 재개관했을 때, 우리나라 최초로 ‘불화실(佛畵室)’을 마련하여 불화를 전시했으며, 불화가 워낙 커서 진열장에 넣지 못하고 난간으로 접근을 막았으며 경비를 철저히 부탁했다. 어느 날 전시장을 돌던 필자는 큰 불화가 날카로운 면도칼로 대각선으로 3미터 길게 훼손된 상태를 보고 깜짝 놀라 필자의 책임을 통감하며, 곧 심혈을 다하여 원상 복원한 적이 있다.

그러면 우리 국민은 어찌하여 우리나라 문화유산에 그리도 관심이 없고 훼손되어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것일까. 제보를 해도 언론은 반응이 없다. 그런 사건을 보고도 지적하지 않는 학자들이나 문화재 관련 관청이나 언론인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가장 뼈아픈 일은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문화유산은 불교미술이다. 박물관에 가거나 산과 바다에 가거나 모두가 불교미술이다. 유교 건축이나 심지어 궁궐 건축이나 모두 스님들이 지은 것이어서 불교적 색채를 띠고 있다.

이제는 일반 언론에서는 불교를 많은 종교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어서 불교미술이 훼손되어도 기사화를 거부하기 까지 한다. 즉 기독교와 천주교와 불교 등 우리나라 종교들을 평등하게 다루려는 의도가 있으니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기독교와 불교의 관계는 실로 염려스럽다. 우리나라는 현재 정치적인 분열도 있지만, 종교적으로, 즉 정신적으로조차 양분되어 분열되어 있는 상태와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불교국가였던 우리나라는 비록 조선시대에 불교가 핍박을 받았다 하더라도 하층계급은 모두 불교신자였으며, 몇몇 왕들은 불교를 크게 진작시켰으며, 임진왜란 때에는 승병(僧兵)들이 나라를 구하였기에 전국의 사찰들의 복구사업이 나라의 지원 아래 활발히 이루어져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위용을 회복하고 크게 부활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위용마저 사찰과 국가 감독기관에 의해 잘못 보수되어 훼손된 바가 많다.

그리고 학교교육에서도 이러한 역사적인 불교문화의 중요성을 점점 강조하지 않고, 다른 종교의 핍박을 받고 있으니 통탄스럽다. 불교의 세(勢)가 상대적으로 점점 약화됨과, 불교계 자체의 무관심이 최근 이러한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글 전용도 문제이다. 세종대왕은 한글과 한자를 함께 썼다. 그 전통은 500년 동안 이어졌는데 한글 전용을 주장하니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가 점점 멀어져서 젊은 층은 말을 해도 용어들을 알아듣지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국가 정책의 부재와 올바른 교육의 부재, 그리고 불교계의 무관심 등 이런 총체적인 문제들로 우리나라 문화의 바탕인 불교문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불교미술이 점점 훼손되어 갈 것이 분명하여 가슴이 아프다. 불교미술은 원래의 상태를 유지해야 가치가 있다는 진실도 모르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외국에까지 가서 불교미술을 훼손하고 있으니 한탄스러울 뿐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누가 이런 한국문화의 진작이란 국가대사를 이끌어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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