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들, 평화적 분위기 조성 ‘한 목소리’

평화 분위기 조성 종교 나서야
‘종전 촉구 운동’ 등 방법 제안
하반기 신계사·영통사 법회
급변 정세 대비해 지속 추진

 

8.15광복절을 기점으로 남북관계가 전환 국면을 맞을 것으로 기대한 불교계 대북 전문가들이 작금의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평화적 분위기 조성을 위한 종교계 역할을 주문했다. ‘8월 한반도 위기설’이 제기될 만큼 최고조에 이른 현 대결 양상을 전 민족적 위기로 인식하고 종교계도 공동 대처에 나서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남북교류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다수의 불교계 대북 전문가들 역시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남북 종교 간 교류를 비롯해 민간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서 종교분야 남북 교류 재개를 통한 남북관계 발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7월 6일에는 남북과 평화적 대화 의지를 피력한 ‘신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데 따른 반향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8월 중순 괌 포위 사격’을 공언하는 등 위협이 이어지며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창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교수는 “남측 정세가 바뀌며 북측도 사회문화 교류를 재개하며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해나갈 것이라 예상했는데,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북한이 이번만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및 핵실험을 지속하며 남북 협상에서 우위를 갖겠다는 의지가 뚜렷한 것 같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한미관계가 와해될 경우 국민 불안이 높아질 점을 우려해 안정성을 추구하고자 미국과 함께 대북제재 정책을 펼친다고 보인다”고 평했다. 

이 가운데 종교계가 나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8.15남북합동법회 등 남북 불교교류 사업이 잇따라 무산된 상황에서 이에 좌절하기보단 국가적 위기 상황에 함께 대처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이창희 교수는 “불교계에서 ‘종전(終戰) 선언 촉구 운동’을 주창하는 것은 어떤가. 사실 한반도는 분단 구조가 지속되는 한 군사적 위기가 필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불교는 평화의 종교이기 때문에 남북 및 북미 간 대결 구도를 해소하고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키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데 충분히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산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사무국장도 “전 민족적인 위기 앞에 불교계가 평화적 목소리를 내야한다는데 모두가 공감한다. 이번 ‘8.15 한반도 평화기원법회’도 평화적 대화 해결을 촉구하는 자리로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사무총장 진효 스님은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종교계는 지엽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스님은 북미 관계가 극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스님은 “전쟁이 언제 발발할지 모르는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북미 대결 양상에서 정부가 국민 안위를 위해 제 역할을 찾아야한다”면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최종집행권자의 무책임이자 무관심과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한편 8월 15일 민족공동체추진본부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기원법회’는 남북정세 여파로 합동법회 및 공동발원문 채택이 무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는 하반기 계획된 조계종의 ‘신계사 낙성 10주년 공동법회’ 및 천태종의 ‘영통사 복원 12주년 법회’ 등 개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상황이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급변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또 언제 화해 국면으로 들어설지 모른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창희 교수는 “신계사 공동행사가 무산됐다고 하기엔 시기상조다. 남북관계에는 항상 전환 시점이 존재한다”면서 “문재인 정권이 북한과 대화 의지를 보였고 북한도 군사적 위기 상황이 촉발되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에 언제든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재산 국장은 오는 8월 21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훈련 후가 전환 시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국장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항상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 됐다. 이번 UFG 훈련 후에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거나 한국정부가 중재자로서 보다 주도적 역할에 나선다면 새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계사 공동법회를 위해 북측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면관 천태종 나누며하나되기 사무국장도 “현재 상황이 좋지 않지만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북측에 팩스로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고, 회신이 올 경우 즉각 추진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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