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과 사할린 등으로 강제동원 돼 노역을 치르다 비극적으로 숨진 무연고 선조들의 유해가 수십여 년 만에 국내로 봉환됐다. 비록 유해는 33구뿐이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유해 봉환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된 선조들의 넋을 기리는 데는 그동안 불교계의 역할이 컸다. 29개 불교종단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관음종 등은 일본 죠세이 탄광서 희생된 선조들을 위로하는 의식을 올렸으며, 천태종 무원 스님이 상임대표로 활동하는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사할린에 강제이주 희생자 추모관 등을 기공했다.

불교계가 이처럼 이역만리 타국에서 외로움과 노역에 지쳐 쓰러져간 선조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타종교계서 볼 수 없는 불교만의 전통의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무원 스님은 ‘영혼불사’라고 칭하며 불교계를 비롯해 정부차원의 관심을 당부했다.

하지만 유해 봉환은 재정적 문제로 인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국평사에 있는 유해 중 33구만 먼저 봉환해온 것도 소요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음 봉환은 연말이나 내년 초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해 봉환을 정부가 맡을 시 일본과의 대외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민간단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일본 내 사찰에 보관 중인 유해가 많아 불교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깊은 불교계에 던져진 하나의 화두이기도 하다.

광복으로부터 어느덧 72년이 흘렀다. 연고조차 없는 선조들의 한을 풀기 위해 불교계가 지금이라도 나선다면 사회로부터 조금 더 신뢰받는 종교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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