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부처님 머리털과 백호상

‘부처님 머리는 파마한 머리 같다. 이마에는 동그란 백호상이 아주 예쁘셔.’

부처님 앞에서 공부 잘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어린이가 있대요. 부처님 머리가 정말 파마한 머리일까요? 백호상의 모습도 궁금할 테죠? 이야기를 잘 들어보세요.

부처님께서 냐그로다 숲, 냐그로다 정사에 머물면서 가비라 나라 왕족과 백성을 위해 법회를 여신 일이 있지요. 오늘은 부처님이 부처님 모습에 대해서 설법을 하실 거라 합니다. 광명을 보이며, 법상에 앉은 부처님은 참으로 잘나고, 거룩한 모습이셨습니다.

부처님, 32가지 잘난 모습에는 정수리의 살상투가 그 하나요, 몸이 금강색인 것이 그 하나이며, 이마의 백호 흰털이 그 하나이며, 머리털이 남다른 것이 그 하나입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이르셨습니다. “자세히 들어라. 여래에겐 지금, 8만 4천 개의 머리털이 있다. 둘씩 마주보고 있지. 그것이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달팽이모양으로 예쁘게 누워 있다. 그 머리털 구멍마다 반짝이는 다섯 광명이 솟는다."

부처님 설법은 옛날이야기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부처님이 궁중에서 싯다르타 태자로 자라실 때의 이야기입니다. 유모가 태자의 머리를 감기고 있는 것을 본 이모 대애도(大愛道) 부인이, 유모에게 일렀습니다.

“싯다르타 태자의 머리에 기특한 점이 참으로 많다. 잘 살펴 두어라. 태어날 때부터 그러했다. 사람들이 태자의 머리털 길이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도록 길이를 재어 두자.”

유모는 태자의 머리털을 펴고, 이모는 자를 들고 그 길이를 재었는데 한 길 두 자 다섯 치였습니다. 폈던 머리를 놓으니, 머리는 오른쪽으로 말려서 다시 달팽이 모양이 되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부처님은 32가지 잘난 모습에서 머리털이 큰 몫을 하고 있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부처님은 부왕께 물으셨습니다.

“부왕께서 여래의 머리털을 다시 보고자 하시옵니까?”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은 부왕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당신의 손으로 머리털을 펴셨습니다. 부처님 머리털이 냐그로다 정사로부터 부왕의 왕궁으로 벋어 왕궁을 일곱 겹으로 둘러쌌습니다. 머리털에서 유리빛깔 광명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대중이 모두 놀라고 있을 때 부처님은 머리털과 광명을 거두셨습니다. 그러자 머리털은 오른쪽으로 말려서 다시 달팽이 모양으로 정수리에 놓였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부왕이시여! 이것이 여래의 진실한 머리털 모양이옵니다. 광명이 있고, 색상이 해의 바퀴와 같사옵니다. 부왕께서는 여래의 머리털을 바르게 관찰하셨사옵니다.”

이어서 부처님은, 이마의 백호상을 보이며, 이야기하셨습니다. 부처님은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신통력을 가지셨습니다. 사방을 걷고,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첫 법문을 하셨습니다. 땅에서 쏙쏙 연꽃이 솟아나, 아기 왕자의 발을 받쳐준 것도 신기했지요.

이 이야기를 듣고, 예언자 아시타 선인이 찾아왔습니다. 왕자의 잘난 모습을 살핀 뒤, 백호의 길이를 재었습니다. 이마 한가운데에 광명을 내며 동그랗게 모인 백호, 흰 털을 당겨서 자로 재었습니다.

“다섯 자가 넉넉하군”이라며 흰 털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하얀 털이 이마 한가운데서 오른쪽으로 말려, 동그란 보물구슬 모양이 되어 반짝였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백호상을 관찰한 아시타 선인이 태자의 출가와 성불을 예언했습니다.

그러자 부왕과 이모 대애도 부인은, 예언자의 말대로 태자가 출가할까봐 대궐문에다 소리가 크게 나는 빗장을 지르고, 창마다 수많은 방울을 달았습니다.

자물쇠를 단단히 걸어서 야차귀신도 뚫을 수 없게 하고, 파수꾼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때, 허공에서 사천왕이 왕자의 귀에만 들리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왕자님, 출가할 때가 왔습니다. 내가 궁궐에 들어가서 태자님을 모셔오고 싶지만 소리가 날까 두렵습니다.”
이 말을 들은 태자는 손으로 백호, 흰 털을 펴서 사천왕에게 닿게 했습니다. 사천왕은 하늘 비단처럼 부드러운 흰털 속을 걸어서 왕궁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한잠 든 마부 차익(車匿)을 깨워, 태자의 애마 건척(?陟)을 몰고 오게 했습니다. 차익이 말했습니다.

“지금 한밤중이어서 발걸음 소리, 말발굽 소리가 크게 들릴 것입니다. 파수꾼이 모두 알아차리면 어쩌죠?”
태자가 백호, 흰털을 풀었습니다. 차익이 비단결처럼 보드라운 흰 털을 디디고 걸어서 애마 건척을 몰고 오게 했습니다.

차익이 말했습니다. “태자님, 모든 하늘이 공손히 합장하고, 태자님 출가 공덕을 찬탄하고 있습니다. 어서 말에 오르십시오.”

이렇게 해서 태자는 애마 건척을 타고 마부 차익과 같이 허공을 걸어, 궁궐을 벗어나 부처님이 될 수 있었대요. 아셨죠? 부처님 머리털 모양은, 부처님 잘난 모습의 하나예요.
〈관불삼매해경(觀佛三昧海經) 관상품(觀相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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