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서화 시집 〈행복 주머니〉

글·그림 수안 스님 / 맑은소리맑은나라 펴냄 / 1만7천원

도반, 어머니, 세월호 등

일상소식, 사람들이 주제

“꽃 중에 제일 예쁜 꽃은

사랑하는 사람 미소띤 얼굴”

 

禪서화가 수안 스님이 선서화 시집 〈행복주머니〉를 새롭게 출간했다. 책 소개를 부탁하자 수안 스님은 〈화엄경〉을 언급했다. 책 〈행복주머니〉에는 도반, 입동, 행복한 빈손, 여래화, 어머니, 아버지, 큰 스님의 수선화, 나 그리고 세월호 등 일상생활 가운데 쉽게 접하는 소식과 물건 그리고 사람들이 주제다. 저자는 “부처님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바로 화엄경이다. 온 세상의 만유개불이다. 즉 부처님 아닌 것이 없으니 어머니도 부처요, 도반도 부처며 겨울에 내리는 차가운 서리도 부처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선서화 집 〈행복주머니〉는 “부처님이 우리 중생을 향한 사랑을 순수한 언어로 그리고 극진함으로 담아 두었다”고 출간 취지를 덧붙였다.

“꽃 가운데/ 제일 예쁜 꽃은/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짓는 얼굴” 시화집 〈행복주머니〉 가운데 ‘화중화(花中華)’라는 제목의 시다. 짧고 단순하지만 저절로 행복해진다. 사랑하는 이의 미소로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화엄경〉은 온갖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뜻의 ‘잡화엄식(雜華嚴飾)서 나온 말로 ‘잡화장엄(雜華莊嚴)’을 줄인 말이다. 그래서 〈화엄경〉을 〈잡화경〉이라고도 한다. 수안 스님은 시 ‘화중화’에서 꽃 가운데 제일 예쁜 꽃이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짓는 얼굴이라고 노래했다. 그리고 이번에 펴낸 선서화 시집 〈행복주머니〉를 “부처님의 안목으로 본 화엄경의 세상이다”라고 재차 설명한다. 곧 부처님의 눈으로 본 우리 중생은 꽃 가운데 가장 예쁜 꽃이란 것이다. 부처님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길이며 고백이다.

시와 함께 주목할 것은 수안 스님의 선서화(禪書畵)다. 시 한편에 선서화 하나가 장식되어 조화를 이뤘다. 수안 스님의 그림은 화려하되 순수하고 거침없되 담백하다. 스쳐보면 어린이의 장난기 가득한 그림 같고 선의 눈으로 보면 군더더기 없는 법문으로 깊이가 한량없다. 스님은 자신의 그림을 ‘현중현(玄中玄)’이라 표현했다. 즉, 선사의 ‘할(喝)’과 ‘내리치는 몽둥이’ 처럼 언어도 학문도 떠난 경지란 것이다. 수안 스님의 은사인 불화장 석정 스님이 쓴 ‘조도현로(鳥道玄路)’가 떠올랐다. 새의 길(道) 처럼 허공 속에서 자유롭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처럼 투명하게 가벼우나 아득하게 깊은 도의 길을 일러준다. 이화입도선화일치(以畵入道 禪畵一致), 그림을 통해 도의 경지에 오르며 그림과 선(禪)이 일치한 세상을 평생 꾸려온 결과다.

〈행복 주머니〉를 펴낸 수안 스님.

현재 수안 스님은 통도사 인근 암자 문수원에 주석한다. 1940년 경남 통영서 출생했으며 1957년 불화장 석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4년 통도사 월하 스님에게 비구계를 수지하고 이후 통도사 송광사 백련사 묘관음사 등에서 정진했다.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 때 이재민돕기 선화전을 열면서 주목 받았다. 이후 파리 초대전, 유럽순회전 등 유럽과 러시아, 남미 등에서 전시를 가져 한국 불교 문화를 알렸으며 특히 불우이웃돕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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