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암사의 큰 웃음

법념 스님 / (그림 서주 스님) / 답게 펴냄 / 1만 5천원

저자, 1972년부터 3년간 모셔

인간적 풍모, 가르침 등 소개

“니는 밥은 잘 묵나?” “아니오, 오전 불식합니다.” “야, 니도 대데 빠?네(덜 떨어졌네). 밥은 거르지 말고 잘 무야 하니라.” “밥 안묵는 기 무슨 공부가?”

현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은사이자 1940년대 후반 성철·자운·청담 스님과 함께 ‘봉암사 결사’를 이끈 선지식 향곡 선사(1912~1979)는 평소 식생활이나 식습관은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실제로 선방서 누군가가 아침이나 저녁을 안 먹는다고 하면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겼다.

“공부를 힘써 할라 카몬 뭐든 동 묵어야 되니라. 하라는 정진은 안하고 묵는거 갖고 야단을 지기네. 허허.”

경주 흥륜사 회주 법념 스님〈사진〉이 1972년 출가 직후 부터 3년여 동안 부산 묘관음사서 시봉한 향곡 스님에 관한 70여 일화를 생생히 엮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제목은 〈봉암사의 큰 웃음〉이다. 저자는 “큰 스님은 공부하기 위해 밥을 안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안 먹고도 잘 졸지 않고 버틴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라 공부에 하나도 보탬이 안된다고 단단히 못을 박았다”고 회고했다.

그동안 향곡 선사의 도반인 성철 스님의 가르침과 일화에 대한 내용은 제자 원택 스님에 의해 많이 알려졌지만, 향곡 스님에 대한 저술은 거의 없었다. ‘죽으면 사리도 안 남길 것이다’라는 수행자적 단호함에 제자들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입적 후에는 변변한 영정 사진하나 없어 제자들이 애를 먹을 정도였다.

저자인 법념 스님은 “불조 법맥 78조 이신 향곡 대선사는 일찍이 깨달음을 얻어 젊은 시절부터 선풍을 드날린 분이다. 사자의 풍모와 천성을 갖추고 한번 화두에 들면 삼칠일(21일) 동안 무심삼매에 들어 침식을 잊고 확철 관통하신 대선사”이라며 “아직도 많은 이들의 그리움 속에 남아 계신 향곡 큰 스님의 소박한 일상 이야기들을 통해 대도인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살피고 배우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출간 취지를 피력했다.

이번 책을 펴내기 위해 법념 스님은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서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히고 글쓰기를 직접 배웠다. “50년이 가까이 지났어도 아직도 제 기억 속에는 큰 스님의 가르침이 선한데, 일반인들에게는 관련 저술이 없다보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게 제자된 도리로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려고 보니 쉽지 않았지요. 그래서 글쓰는 법을 제대로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책 속에는 향곡 선사의 인간적 풍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소개했다. 가령, 신도들이 보내준 속옷과 양말 등을 모았다가 한 번씩 대방출하는가 하면, 동네 노인들과는 잘 어울리면서도 관공서 사람만 오면 ‘없다 해라’며 만나지 않는 등 격식을 원하지 않았다.

법념 스님은 “향곡 스님은 수행과 공부를 하는데는 엄격하신 분이었지만, 어느 누가 어떤 잘못을 해도 일단 참회를 하면 다시는 거론 하지 않으셨을 만큼 너그러운 분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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